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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원내 1당인데 “맨주먹으로 칼”에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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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 렌즈] 11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 연예 등등 분야 가리지 않고 뜨거운 이슈에 대해 색깔 있는 진단을 해드리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딱 2년만에 180도 뒤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021년 11월 직전 총선에서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든 것에 대한 사과를 발표하고 위성정당 방지법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2년 후 2023년 11월 “멋있게 지면 무슨 의미냐”고 입장을 바꾸더니 2024년 2월 결국 위성정당(통합형 비례정당)을 만들겠다고 발표해버렸다. 이 대표 스스로 “준위성정당”이라고 표현했다. 병립형으로 회귀하지 않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되 준위성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는 명분으로 “(국민의힘이) 칼을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는 없다”고 내세웠다.

 

 

이 대표는 5일 오전 5.18 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위성정당을 금지시키라는 국민적 요구에 따라, 민주당은 위성정당 금지 입법에 노력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저쪽이 칼을 들지 안 들지 그리고 칼 드는 걸 막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는데 민주당이 소수도 아니고 다수파였는데 그걸 안 하겠다는 건 저쪽에 칼 들어라. 우리는 거기에 대응하겠다. 먼저 시작해줘라는 얘기”라고 직격했다.

 

박 센터장은 8일 15시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실은 이대로 가면 칼을 들 거는 100%인데 우리가 먼저 들 수는 없으니까 너네가 먼저 들어라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라며 “이 대표가 지금 수세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되게 공세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맨주먹이라고 얘기를 하지만 그거는 말이 안 되는 게 국회를 구성하고 있는 정당의 의석수 만큼 무기가 어딨나. 원내 1당 다수당이 우리는 맨주먹이다. 저쪽은 칼 들었다고 얘기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정상적인 입법 절차를 가지고 뭘 해보지 않고 그냥 장외 전쟁을 하겠다는 얘기랑 뭐가 다른가? 아니 정당이 의석 가지고 싸우는 전쟁터는 국회 안에 있는데 본인이 다수당 대표이면서 맨손이고 저쪽은 칼 들었다고 얘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무엇보다 박 센터장은 위성정당 금지 입법에 노력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실패했다는 이 대표의 워딩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봤다. 물론 민주당 소속 의원 75명이 작년 11월 위성정당 방지법(정당이 공천한 지역구 후보 숫자의 20% 이상 비례대표 후보를 내도록 강제)을 공동발의했고 그 이전에도 이탄희 의원과 김상희 의원 등이 7건의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이 대표는 75명의 의원들이 당론 채택을 주장했음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속 의원들이 밥상을 차렸음에도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았던 만큼 전혀 노력했다고 볼 수 없다.

 

그동안 민주당은 21대 국회(2020~2024)에서 국민의힘을 패싱하고 법안들을 단독으로 처리해왔던 전례가 많았다. 특히 180석을 얻어낸 2020년 4월 총선이 끝나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이 없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 2022년 5월까지 약 2년간 위성정당 방지법에 대해 무관심했다. 반면 민주당은 2022년 5월 문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 검수완박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결론적으로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창당(칼)을 막을 여유와 시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에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고 거부권의 대상이 되도록 만들었다면 노력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이 대표의 메시지는 거짓말이 맞다.

 

그렇다면 이 대표는 통합형 비례정당이라고 강변한 만큼 2020년 총선 당시와 비춰봤을 때 비민주당 소수정당들에게 얼마나 비례 의석을 내줄 수 있을까? 박 센터장은 “캡(47석 중 30석만 연동형으로 배분)이 사라졌다”며 “그것 때문에 군소 정당이 들어올만한 공간을 남겨뒀다고 명분을 갖고 있다고 굉장히 큰소리 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 대표가 지금 수를 던지려면 두 자리 수 의석을 줘야 된다. 그 이유가 뭐냐면 두 자리를 줘도 내세울 수 있는 후보가 37명이다. 많이 봐서 반만 돼도 18명 들어간다. 그러니까 민주당 몫으로 들어간 사람들의 숫자를 보면 별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기본소득당이 주도하고 있는 새진보연합 같은 플랫폼 정당에 그 역할을 맡기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사실 이 대표가 고심 끝에 준연동형과 준위성정당을 밀게 된 속내는 따로 있다. 바로 이낙연신당(새로운 미래) 즉 개혁신당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노림수다. 박 센터장은 “국민의힘이 통합 전 이준석신당이 갖고 있는 포인트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한동훈을 내세우는 것처럼 이 대표도 이낙연신당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거대 양당만 맞붙어야 하는데 비양당 제3지대 세력이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해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는 상황 자체를 양당 모두 가장 경계한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7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비판을 하려면 똑같이 비판하는 것이 맞다”며 “여당의 100% 위성정당에 대해서는 당연하다고 평가하고 야당의 비례대표제 그중에서도 연동형의 취지를 그래도 살리겠다는 준위성정당에 대해서는 다른 잣대로 비방을 하는 것은 균형의 관점에서 옳지 않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언론들이 왜 국민의힘의 위성정당론에 대해서는 덜 비판하고 민주당만 거세게 비판하냐는 거다. 박 센터장은 “이 대표가 억울한해하는 포인트가 아니라 계속 상기시키는 것”이라며 “우리만 한 거 아니야. 저쪽에도 있어. 계속 그 얘기를 하면서 너희가 느끼는 우리의 잘못보다 사실은 굉장히 우리가 잘못이 적거든. 이런 얘기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면피용이고 너희는 모르지만 저쪽도 이미 하고 있고 위성정당 얘기는 저쪽에서 먼저 꺼냈고 벌써 다 준비를 해놓은 상태인데 왜 우리한테만 뭐라고 하냐고 하는데. 사실 이 대표와 민주당 입장에선 박효영 기자께서 말씀하신 최상수 그러니까 국민의힘만 위성정당을 만들고 민주당은 위성정당 안 만들겠다. 나는 그 수가 최상수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이 대표 입장에서 리스크가 너무 크다. 민주당만 위성정당을 안 만들었을 때 얼마나 타격이 클지조차 가늠이 안 된다. 사실 민주당은 2020년 총선 이후부터 이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그때까지가 호기였다. 이 호기에 (이 대표가 별의 순간을 보지 못 하고 사법 리스크만 커지는 등) 타이밍을 놓치니까 한 번 시험대에 올랐던 사람이 계속 당대표를 해서 계속 민주당을 이끌어가니까 그것에 대한 리스크가 커졌다. 그래서 민주당이 제일 걱정스러운 건 총선에서 한동훈이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이 대표가 위성정당을 안 만들어도 민주당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는 국민의힘을 이 대표의 민주당이 확실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았을 때 “얼마나 타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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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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