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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과 윤석열은 ‘이인삼각’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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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 렌즈] 9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정치, 사회, 경제 등등 뜨거운 이슈에 대해 진단을 해드리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정치적 이해관계는 어느 순간 달라졌다. 하지만 총선까진 불안한 보폭을 맞춰야 한다. 뒤뚱뒤뚱 걷더라도 같이 갈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이인삼각 관계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사실 외부에서는 갈등이라고 얘기하는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물론 약속대련은 아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센터장은 지난 25일 13시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약속대련이라고 하면 대통령실에서 대응 방식이나 치받는 패턴까지도 알고 있어야 되는데 용산이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방식에 당황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행정부의 일원을 벗어나 여당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언젠간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비수를 꽂을 수도 있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치고 들어왔다는 게 박 센터장의 설명이다.

 

벌써 이렇게 빨리 치고 들어와? 그런 느낌이었다.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서는 곧바로 거부권 행사를 할 정도로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아무래도 한동훈 위원장이 (기자들이 아무리 질문을 하더라도 노코멘트를 하거나 정국의 핵으로 떠오르지 않도록 김건희 리스크를 관리했어야 했는데) 한 번 더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고 본 것이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이 그걸로 자기 정치를 하기 시작했다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준석 대표(개혁신당) 등이 약속대련을 주장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한 위원장이 윤석열 아바타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대통령실에도 쓴소리를 할줄 아는 포지션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박 센터장도 “굉장히 좋은 수를 쓴 것”이라며 “통상 당대표가 되면 당 내부에 있는 사람들보다 당 외부에 있는 세력을 끌어안아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 위원장은 다르다. 당권을 쥔지 얼마 안 됐는데 용산과도 다른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시그널을 만들었다”고 피력했다.

 

(한 위원장도 김경율 비대위원 등을 통해 김 여사를 언급하게 되면 대통령실에서) 반응이 올 거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알고 찌른 것이라고 본다. 알고 찔렀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세게 왔다. 조금 불편하다는 정도일줄 알았는데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당장 나가라 식으로 나오니까. 반응이 격하게 오니까. 그럼에도 한 위원장 입장에서는 굉장히 좋은 수를 뒀고 원하는 만큼의 얻는 것도 있었다.

 

 

29일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국민의힘)를 용산 집무실로 초대했다. 2시간 반 동안 오찬을 하며 “민생 문제에 있어서 당정이 최선을 다하자는 취지”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불발이나 정치인 테러 등의 현안들을 논의했다는 것이 공식 브리핑이다. 하지만 이런 공식 발표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김 여사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달라고 함구령을 내린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실 한 위원장이 김 여사 문제를 꺼내 대통령실과 선을 그었다고 볼 수준도 아니었다. 그저 당 내부에서 비윤석열계 수도권 출마자들이 함정 몰카라고 해도 김 여사가 명품백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에 사과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있었고 이에 한 위원장은 그저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워딩을 냈을 뿐이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이 국민 눈높이라는 표현을 쓴 것 자체가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메시지를 피력한 걸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기자들이 물어봐도 노코멘트로 일관하거나 몰카 공작이라고만 하면 되는데 왜 국민 눈높이라는 말을 꺼냈냐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지금 몰아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 빠르다”며 “본인이 사실상 앉힌 것이기 때문에 불과 며칠이나 됐다고 도로 내친다? 이거는 너무 빠르다. 다른 대안을 물색할 시간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지금 포인트는 안 건드릴줄 알았는데 이걸 건드렸다는 사실이다. 용산에서는 그냥 당신이 뭉개고 묵묵부답으로 끝내줬으면 좋겠는데 국민 눈높이라는 이상한 용어를 써서 용산에다가 토스를 해버린 꼴이 돼버렸으니 근데 한동훈은 윤석열에게 맞설 이유가 있다.

 

 

총선이 코앞이다. 한 위원장이 원치 않더라도 기자들과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리스크를 계속 수면 위로 띄울 수밖에 없다. 당장 민주당 내부에선 무위로 돌아간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을 총선 이후 진행하는 카드를 밀고 있다. 한 위원장도 대통령실의 의중대로 언제까지 김건희 리스크에 대해 노코멘트로만 갈 순 없다. 일단 국민 눈높이란 말을 꺼내서 몸을 풀었으니 상황 변화에 따라 메시지의 수위를 높일 수도 있다. 박 센터장은 “총선에서 원하는 만큼의 뭔가를 얻어내려면 그냥 순응하는 모습. 김기현2의 모습으로 갈 순 없을 것”이라며 “어쨌든 굉장히 빨리 봉합을 했는데 내가 과거에도 한 위원장이 고개 쳐들고 다음 대권 주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씀드렸었는데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주장했다.

 

당으로 오자마자 한 달만에 한 차례 균열을 냈다. 한동훈은 할 말을 한다라는 걸 보여줬고 대통령실과의 관계도 수습을 잘 했으니, 이제 총선과 총선 이후 한동훈 대세론으로 가기가 쉬워진다는 것이다. 근데 그걸 누구한테 배웠나? 윤석열한테 배웠다. (윤 대통령도 검찰총장 시절 자신을 임명해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수사를 직접 지휘한 것처럼) 들이받아서 자기 입지를 키우는 것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집권여당 국민의힘 내부 사정에 일일이 간섭하고 개입해왔다. 원하는 당대표를 앉히기 위해 도장깨기 하듯 이준석, 나경원, 안철수 등을 몰아냈고 친윤석열계 김기현 전 대표까지 물러나도록 만들었다. 대통령과 당 총재까지 겸하던 ‘3김 시대’로 돌아간 것만 같다.

 

대통령이 집권여당을 좌지우지한다라는 건 역풍 맞기가 되게 좋다. 대통령이 여당에 개입하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늘 개입해왔다. 근데 총선이라는 빅이벤트와 맞물리니까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실이 사퇴 의사를 전달해서 시끄러워졌는데 시끄러울수록 한동훈쪽으로 포커싱이 되면서 한 위원장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렇다고 대통령실이 개입을 안 하자니 한동훈은 100% 대통령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이번에 확인해버렸다.

 

 

특히 박 센터장은 한 위원장이 사전에 김경율 비대위원이 김건희 리스크를 꺼낼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했을 것이라고 봤다. 어느정도 알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김 비대위원의 메시지에 호응하는 차원에서 국민 눈높이라는 표현을 썼다. 물론 대통령실이 발끈한 뒤에도 마찬가지다.

 

김경율 비대위원과 얘기가 됐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선을 그을테니 당신은 나름대로 잘 움직여서 지역구 출마 의사를 굽히지 말아라. 그러면 경선이 됐든 뭐가 됐든 좋은 방향으로 작용해서 공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한 위원장이 정치 초보라고 해도 아무나 손들어주고 다닐 만큼 어리석진 않다. 그래서 그런 정도까지 다 준비해놨을 것이고 그렇게 김경율은 윤석열계가 아니라 한동훈계가 되는 것이다.

 

향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박 센터장은 “총선까지 결별은 못 한다”고 내다봤다. 왜냐면 한 마디로 지금 두 사람은 “억지로 이인삼각 묶여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 위원장은 떨어지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명분을 축적해야 한다. 총선 이후 “열심히 뛰어서 당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얻었다”는 객관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박 센터장은 한 위원장에 대해 “용산이 길들이기 힘든 명마”라고 묘사했다.

 

길만 들이면 잘 쓰겠는데 아직 길이 좀 덜 들어서 자기 멋대로 하는 그런 포인트가 있는 거여서 서로 주고받는 수준으로 잡고 있다.

 

한 위원장은 누가 봐도 “비대위원장에서 끝나면 안 되는” 입장이다. 그래서 “당내에 자기 사람들을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게 박 센터장의 전망이다. 어차피 총선 이후에도 차기 대권 주자로서 한 위원장에게 줄서는 인물들이 모일 수밖에 없다. 그게 한국 정치의 패턴이다.

 

지금 혼자 뛰고 있는데 이번에 총선 성적이 나쁘지 않다면 한동훈한테 줄서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한 위원장도 총선 이후 친윤계 인사들 중 몇명을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윤 대통령에게 내치셔야 한다고 그래야 당이 살고 윤석열 정부가 살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가 궁극적으로 총선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작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를 당했던 그 민심이 여전할까? 박 센터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실정을 많이 하고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았고 정치 초보이기 때문에 아직까진 (국회 구성을 통해) 도와줄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보는 민심이 사그라들지 않았다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이 대북 강경 언사들을 쏟아낼 때도 국민들 중에는 그런 걸 환영하는 사람들도 많다. 주로 국민의힘 지지층인데 윤 대통령의 지금 추세가 마음에 안 들더라도 이탈하지 못 하도록 막을 수 있는 힘이 남아 있다. 특히 한동훈 위원장이 지금 치받고 약간 쇼잉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준석보다 20~30대를 이쪽으로 끌어당길 수 있을 것이다. 주로 20~30대 청년 여성 지지는 민주당인데 20~30대 여성들 중에서도 한동훈 때문에 옮겨갈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실은 수도권에서 민주당과 좀 힘겨루기가 될 만큼의 판세를 위해서라도 한동훈이 자기 정치를 하는 걸 어느정도 지켜봐야만 하는 그런 딜레마가 있다.

 

총선까지 두달 반 남았는데 김건희 리스크는 계속 상존해 있는 뇌관이나 다름 없다. 김 여사가 또 어떤 새로운 논란거리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박 센터장도 “그 사이에 또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며 “설 연휴를 전후해서 한 번 더 뭔가 터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건희 리스크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이인삼각으로 어색하게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김건희 리스크가 향후 몇 차례 더 강하게 불거질 때마다 박 센터장은 “한 번만 삐끗하지 않을 것이고 굉장히 여러 번 삐끗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이나 용산에서는 제2부속실 얘기를 끊임없이 하면서 결국 설치할 수도 있다.

 

 

한편, 박 센터장은 충남 서천시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서 227곳이 큰 피해를 봤는데 그곳을 정치 이벤트 수단화한 두 사람에 대해 “그게 바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의 한계”라고 비판했다.

 

정말 거기에 있는 분들을 만나려고 했다면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면 따로따로 찾아가서 당은 당대로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수습책을 마련했어야 했다.근데 기자들의 포커싱이 어디로 갔는가? 90도 인사하는 한동훈한테 갔다. 시장에서 피해를 본 상인들한테는 카메라가 가지 않았다. 내가 윤 대통령이라면 만나지 않거나 만나더라도 잠깐 다른 곳에 있어달라고 하고 이 문제부터 충분히 듣고 같이 나타났을 것이다. 원래 큰 사고가 나면 정치 지도자는 현장으로 빨리 가야 된다. 가서 얘기를 듣고 수습책이 빨리 마련되도록 상황을 복돋아주고 정리를 해줘야 한다. 지금 이 분위기에서 한 번 더 갈 윤석열 정부나 국민의힘은 아니다. 이걸로 끝날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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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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