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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면> 그래서 도대체 누가 ‘범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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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라이트디퍼의 감상문] 15번째 글입니다. 영화, 드라마, 책 등 컨텐츠를 가리지 않고 라이트디퍼가 작성하는 리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라이트디퍼] 12월 어느 추운 겨울밤 뉴욕. 중년 여성이 밀폐된 사유지 공원 안에서 총에 맞아 죽었다. 살인 사건이다. 죽은 사람은 샬럿 포이. 샬럿은 요절한 언니를 대신해 형부를 도와 조카들을 키우고 집안 살림을 챙겨왔던 좋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의 심장에 총을 겨눈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고전 추리 소설 <문이 열리며>는 말 그대로 비밀의 문이 열리는 것만 같이 사건의 실체를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숨가쁜 스토리를 하나씩 따라가보자.

 

맨해튼 경찰서 강력수사반 소속 베테랑 수사관 맥키는 가족들을 만났다. 이 가족 뭔가 심상치 않다. 가족 관계도를 좀 살펴보면 먼저 이브와 제럴드는 샬럿의 죽은 동생과 제부 휴 플라벨 사이에서 태어났다. 휴는 첫 번째 부인이 사망하고 몇년 뒤 재혼하여 나탈리를 낳았다. 그러나 나탈리가 태어난 직후 두 번째 부인도 사망했고, 샬럿이 들어와 엄마의 역할을 맡았다. 샬럿은 친조카들보다 나탈리에게 더 큰 애정을 쏟아 키웠고 오히려 이브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브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집을 떠나 독립했다. 가족들 모두 나탈리에게 남겨진 막대한 유산에 기대어 생활하고 있었는데, 이브는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삶의 방식과 이모 샬럿의 고지식한 성격이 맘에 들지 않았다. 맥키의 수사 레이더는 샬럿과 불화가 있었던 이브에게 향했다. 마침 결정적인 살인 도구로 의심되는 총알도 발견됐다.

 

그런데 유력한 용의자였던 이브가 살해당할 뻔한 위기에 처한다. 가족들이 함께 있는 장소에서 이브를 제거하기 위해 누군가 독이 든 음료를 마시게 했던 것이다. 다행히도 미수에 그쳤다.

 

마침 맥키는 총알의 주인이 나탈리의 약혼자 브루스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런데 브루스는 이상하리만치 태연한 모습이다. 살인자로 몰려 사형에 처할 수 있음에도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가족들은 뭔가 알고 있는 것 같다. 근데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분명 진실을 숨기고 있는 것이 틀림 없다. 그럼에도 맥키는 사건의 전모를 밝히지 못 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스모킹건도 나왔고 유력 용의자도 가닥이 잡혔지만 맥키는 미궁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이브의 오빠 제럴드는 사업가로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샬럿에게 돈을 빌린 탓에 둘 사이에는 금전거래 내역이 있다. 이브는 이복 동생 나탈리를 진심으로 아꼈으나, 나탈리의 정혼남 브루스를 사랑하게 되어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이브는 깔끔하게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짐과 약혼을 했다. 둘은 곧 결혼할 계획인데 샬럿은 둘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음을 알고 있다.

 

휴는 맥키에게 샬럿이 사망하는 시간에 다른 곳에 있었다고 알리바이를 둘러댔다. 저택의 자기방에 혼자 있었다고 진술한 건데 문제는 그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증인은 없다는 사실이다. 그때 맥키는, 샬럿이 평소 아끼던 나무상자(자물쇠로 잠겨 있음) 표면에 휴의 지문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입증해냈다.

 

여기서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휴와 현재 사귀고 있는 드 상쥐 부인이다. 드 상쥐 부인도 뭔가 미심쩍다. 그녀는 플라벨 가문과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했으나 남편과 자식을 잃고 먼 곳으로 떠났다가 다시 뉴욕으로 돌아왔다. 평상시와 같이 태연한 모습을 유지하려 노력하나 찔리는 게 있는지 경찰의 수사 진행상황에 관심을 두고 염탐하는 데 열중이다. 결정적으로 그녀의 주변에서 두 번째 희생자가 발생했고 그 희생자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된다.

 

스포를 할 수 없어 풀리지 않은 사건들만 나열했는데 궁금하다면 직접 <문이 열리면>을 직접 구입해서 확인해보길 바란다. <문이 열리면>을 집필한 헬렌 라일리 작가(1891~1962)는 수사물의 개척가로 평가 받는 여성 문학인이다. 1930년대부터 크리스토퍼 맥키를 핵심 수사관으로 내세운 30여편의 소설을 시리즈로 남겼다. <문이 열리면>은 1943년 출간된 15번째 작품으로 젊은 상속녀의 가족을 둘러싼 비극적인 살인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헬렌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브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데 주안점을 뒀으며, 살인 사건의 스토리 안에서 추리 영역과 로맨스 영역을 잘 버무려 놓았다.

 

 

솔직히 <문이 열리면> 초반 즈음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너무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주변 인물들이 등장하는 탓에 인물 관계도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지루한 느낌을 주진 않았고 내용 전개가 빨라서 금세 몰입할 수 있었다. 맥키의 수사 과정은 험난하다. 누군가 계속 증거를 감추고, 갑자기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래도 맥키의 추리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용의선상에서 지웠던 인물들이 범인으로 여겨지는 그런 흥미가 생긴다. 물론 반전이 가득하고 마지막까지 수상한 행보를 보이는 인물들은 한 두명이 아니라서 누가 진범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쳇바퀴 굴러가듯 비슷한 일상에 따분함을 느끼고 있다면 주말에 통으로 시간을 내서 고전 미스터리 추리 소설 한 권 정도는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물론 넷플릭스를 봐도 좋겠지만 <문이 열리면>을 읽고 고구마 먹은 듯 답답해지는 가슴이 단 번에 시원해지는 카타르시스를 느껴보는 것이 좀 더 가치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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