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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응시해본 ‘대학 강사 채용’ 결과는 냉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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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19번째 글입니다. 김철민씨는 법학과 관광을 전공으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30대 청년입니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인생의 길을 걸어왔고, 파란만장한 경험들을 쌓았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본인의 삶을 주제로 글을 쓰고자 합니다. 생생한 삶의 기록을 기대해주세요. 아주 디테일한 인생 고백을 만나보세요.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칼럼니스트] 해가 바뀌고 괴롭고 힘들었던 삼재 기간도 다 끝났다고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언제나 나 홀로 삼재의 늪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며칠 전 경북대 강사 공개채용 최종 임용 후보자 공고가 발표되었는데 불합격했다. 1차 서류 전형을 통과하고서 2차 면접을 치르러 갔을 때만 해도 서류 합격자 중 1명이 면접에 불참하면서 경쟁률이 2대 1이었던 만큼 합격할 가능성이 좀 높다고 봤다. 나름 차분하게 면접도 잘 치렀다고 판단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 한켠으로는 불안하고 초조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부족해서 떨어진 것이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내가 합격할 수 없는 채용 공고였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 갈수록 대학의 채용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견지해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합격자를 내정해두는 식의 비리가 많다. 실제로 면접 중 “관광 법규 강의 외에 어떤 강의를 더 진행하실 수 있는가”란 질문을 받았는데 이미 내정자를 두고 있는 것 같다는 불길한 마음이 들었다. 미리 답변을 준비해놨던 법학과 호텔관광경영학을 병행하고 있는 이중학적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했는데 그동안 수없이 들었던 질문이었다. 보통 법학 전공자들은 복수전공을 하면 유관 전공이라 할 수 있는 정치학, 행정학, 경영학 등을 선택하는데 나 또한 경영학과 무역학 중 고민을 했었다. 결국 경영학을 택했고 하위 분야로 깊숙이 들어가서 호텔관광경영학으로 구체화했다. 나는 바텐더와 스쿠버다이빙 강사도 했고 관광 가이드 경력도 있는 만큼 관광학과 법학을 접목해보고 싶었다. 이러한 취지로 현재 두 대학에서 두 전공의 석박사 과정(성균관대 법학 석박사통합과정과 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냈는데 면접관들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주요 교육 및 연구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이 뼈아팠다. 면접관들이 이 대목을 파고들었다. 나는 해병대 부사관 출신으로서 상대적으로 또래들에 비해 뒤늦게 대학으로 돌아왔다.석박사 과정을 시작하게 된 시점도 좀 늦었다. 대학 동기들 중에는 전문연구요원 제도로 병역을 해결하고 빠르게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이미 연구원이 되거나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타인의 시선과 비교의식에 민감한 나로서는 친구들의 속도를 따라잡고 싶지만 쉽지 않다. 물론 사정상 대학원과 직장생활을 병행해야 했던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비록 면접관들로부터 교육과 연구 경력으로 인정 받는 활동은 아니었지만 돌아보면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다. 그런 활동들이 삶의 밑거름이 되어 탄탄하게 받쳐줄 것으로 생각했지만 “왜 나는 연구 경력을 못 쌓았을까?”라는 현실적인 자책을 하게 된다. 자꾸 그런 마음이 들어 한계를 느끼게 된다. 요즘 알바를 뛰려고 해도 경력자만 찾는다는 하소연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뼈저리게 와닿았다.

 

이번에 대학 강사 채용 준비를 하면서 여러 정보를 찾아봤는데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라는 법률의 존재를 알게 됐다. 강사법은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탄생하게 된 법률인데 강사의 처우 개선과 고용안정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비정규직법의 부작용과 같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대학들이 강사법의 제약을 받지 않기 위해 온갖 편법을 쓰게 된다는 점이다. 1년 고용 보장, 교원 지위 향상, 4대 보험 보장 등을 해주지 않기 위해 초빙교수나 겸임교수의 형태로 편법 채용을 하는 행태가 만연하다. 대학이 원하는대로 고용 조건을 짜서 강의 인력을 구하는 것인데 통상 수도권 사립대에서 강의하는 시간강사는 한 학기당 250만원을 받는다. 석달 반 동안 250만원이면 월 90만원을 받고 강의를 하는 것이며, 동하계 방학 기간을 빼면 학기당 수업 3개를 맡아야 연봉 1500만원 가량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대학은 그렇게 초빙교수라는 이름으로 강사를 헐값에 쓰고 있는데 강사법으로 인해 이러한 초빙교수 채용 꼼수가 더 많아졌다. 겸임교수도 마찬가지다. 이미 직장이 있는 겸업 형태이기 때문에 강사료의 절반만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잠시 생각해보자. 여러분들이 다니는 대학에서 고등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교육인에게 과외 알바만도 못 한 돈을 지급하고 있다면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나는 석박사 과정만 밟았고 이번에 처음으로 대학 채용에 임해봤는데 여러모로 씁쓸한 현실의 벽을 체감하게 된 것 같다. 그래도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하면 되는 건지 나름대로 방향성을 얻은 만큼 긍정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부족한 부분들을 더 채우고 보완해서 다음에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다시 도전해볼 것이다. 끝으로 다가오는 민족의 대명절 설날 연휴를 맞아 평범한미디어 독자들 모두 안전운전 하시고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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