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내 인생의 ‘악플’

배너
배너

#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13번째 글입니다. 김철민씨는 법학과 관광을 전공으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30대 청년입니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인생의 길을 걸어왔고, 파란만장한 경험들을 쌓았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본인의 삶을 주제로 글을 쓰고자 합니다. 생생한 삶의 기록을 기대해주세요. 아주 디테일한 인생 고백을 만나보세요.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칼럼니스트] 얼마전 내가 쓴 글에 악플이 달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저는 산전수전을 겪은 분이 자전적으로 글을 쓰신다기에 대단한 프로필을 기대하고 왔는데, 30대 대학원생이라 과장 광고에 속은 불쾌한 느낌이네요.

 

 

충격을 먹고 이내 바로 캡쳐해서 오랜 죽마고우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에게 보내서 고민 상담을 했다. 윤 기자는 “그런 댓글들은 신경 쓸 것 없다. 어그로를 끄는 악플러들이 생각 외로 많다”고 했고 “이러한 글은 공인이나 유명인처럼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고 표면적으로 대단하게 보이는 사람만이 써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해당 댓글을 작성한 사람은 너의 모든 글들을 읽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고도 했다.

 

일단 표현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악플러가 그렇게 쓰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악플러처럼 누군가는 나의 삶이 과장 광고와 같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보잘 것 없고 하찮음에도 너무 과장 광고를 하고 있다는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도 되묻고 싶다. 대단한 사람만 글을 쓸 수 있는가? 실제로 대단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삶을 대단하다고 여기며 자존감을 드러내면 안 되는 건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기준이라도 있는가? 성공의 삶은 또 무엇인가? 적어도 대기업에 입사하고, 유명한 정치인이 되고, 인기 많은 연예인이 되어야만 성공한 삶이라고 평가 받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30대 대학원생을 과장 광고와 같다고 비난할 정도라면 과연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있으며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30대 대학원생이 산전수전을 겪으면 얼마나 겪었겠냐는 비아냥을 한 셈인데 당신은 인생의 나락과 밑바닥에서 극복하기 위해 발버둥을 쳐본 적이 있는가? 적어도 나는 인생의 암흑기를 빠져나오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지금 내 인생은 현재진행형이자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레일 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타인의 서툰 글을 읽고 “불쾌하다”고 악플 달고 조롱하는 사람보다 더 열심히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해볼 수 있다.

 

사실 열심히 살지 않았다고 해서, 치열하게 살지 않았고 고생을 덜 했다고 해서,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누군가로부터 불쾌하다는 비난을 들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설령 타인에게 읽혀지기 위해 먼저 글을 썼다고 해도 아무 댓글이나 달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안 그래도 발목인대파열로 인해 수술을 앞두고 있고 다음 학기 때 휴학을 해야 해서 마음이 심란한데 이런 악플을 접하게 되어 더더욱 낙담하게 됐다. 나의 인생 고백을 다룬 산전수전 기획을 애독하는 독자들 중 응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소수라고 할지라도 날 보고 나약하다고 비난하는 목소리에 상처를 받는 성격인 것 같다.

 

온라인 세계에서 익명성 뒤에 숨어 타인을 욕하는 삶은 비루하다. 그런 사람들보다 더 잘 살고 싶고, 잘 살고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걸어가야 겠다. 적어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악행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누군가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인생이란 것이 꼭 잘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와 같지 않다고 생각한다. 승승장구 하고 평생 상향 곡선일 것만 같은 인생도 지구 맨틀을 뚫고 한 없이 추락할 수 있다. 매번 하향 곡선일 것만 같은 인생도 없고 언젠가 해뜰날을 맞이하기도 한다. 내가 볼 때 나는 동나이대 다른 친구들보다 많은 실패와 좌절을 했다. 그 과정에서 깨달았다. 인생이 잘 풀리더라도 우쭐할 필요가 없고, 지금 당장 안 풀리고 정말 죽도록 괴롭다고 해도 좌절하고만 있을 필요가 없다. 악플을 전화위복 삼아 내 인생의 전환점으로 가져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들 타인의 삶에 악플을 투하하지 말길.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