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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폐암 4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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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25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대학원생] 벚꽃이 만개했다. 완연한 봄이다. 가끔씩 춥기도 하지만 대세는 봄이다. 하지만 봄은 대학원생들에게 그리 달갑지 않다. 중간고사가 다가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렇다. 중간고사가 코앞이다. 중간고사 말고도 큰 걱정거리가 있다. 우리 가족에게 아주 매서운 태풍이 불어닥쳤다. 믿기지 않고 믿고 싶지 않지만 이미 현실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아버지께서 폐암 4기 전이암 의심 진단을 받았다. 현재 아버지는 매우 심각한 상태다. 폐, 간, 췌장에 종양이 발견됐고 임파선과 림프절에도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대학원 생활을 포함한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 대학원 강의를 들으러 가는 중에도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누가 보든 말든 그냥 울었다. 믿고 싶지 않고 계속 부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장남이다. 좌절하고 무너져 있을 수만은 없었다. 오랫동안 친가 친척들과는 연락을 끊고 살아왔으나 이내 작은 아버지와 고모 등에게 연락을 했다. 외가에도 알렸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 너무 싫고, 손 벌리는 게 너무 꺼려지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기에 염치 불구하고 시급히 대학병원에서 검사 및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도 두 대학병원 진료 예약을 할 수 있었다.

 

현재 아버지는 폐에 자리 잡은 악성종양이 혈관을 막아 목과 얼굴, 눈 부위가 심하게 부어올랐으며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을 만큼 심각한 상태다. 말을 하면 쇳소리가 나온다. 기침도 너무 잦다. 병약해진 아버지를 보고 장남으로서 죄책감이 들었다. 평소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컸다. 그래서 연락도 잘 하지 않았고 자주 찾지도 않았다. 이제 와서 너무나 후회감이 들고 참으로 어리석었다는 회한이 밀려온다. 그래서 요즘 대학원 강의가 없는 날에는 무조건 서울에서 전남 함평 본가로 내려와서 아버지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

 

아버지도 몸 상태를 직감하는 듯 작은 목소리로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면서 어머니께 부탁해서 한 동안 나가지 않던 부부 동반 모임에도 다녀오셨다. 친가쪽 집안 어르신들을 만나 인사를 드리기도 했다. 그저 나는 이런 아버지를 아무런 말 없이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그렇지만 속으로 끙끙 앓고 있다. 우울증과 공황이 올 것만 같다. 미친 듯이 힘들고 무섭다는 말을 쏟아내고 싶다. 울분을 토할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야구장을 가는 일이었다. 워낙 기아 타이거즈 찐팬이기도 한 만큼 근래 함평 2군 구장과 광주 1군 구장을 자주 찾고 있다. 야구장에서는 크게 소리쳐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응원을 핑계 삼아 응어리진 마음을 달랬던 것 같다. 아버지가 시한부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제정신이냐고 손가락질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곧 쓰러질 것 같았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야구장에 갔다.

 

몇 주가 지나고 지금은 좀 덤덤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티내지 않고 일상생활을 살아내고 있다.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학원 강의를 듣고 과제를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차다.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내게 주어진 학업을 잘 해나가야 하는데 자꾸만 주저 앉고 싶다. 그래도 버텨야 한다. 아버지의 건강도, 내 삶도 무엇 하나 포기할 수 없다. 부디 다음 산전수전 글에서는 아버지의 검사 결과가 조금이라도 긍정적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내용을 전할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한다. 평범한미디어 독자 여러분들도 기도해주길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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