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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왜 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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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까마득하지만 한 때는 ‘어대낙 현상(어차피 대통령은 이낙연)’이 있었다. 2019년 중반부터 2020년 초중반까지는 그랬다. 그때는 오히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언더독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완벽한 언더독이다. 패색이 짙은 2등 신세다.

 

이 전 대표가 민주당 대선 경선의 막바지로 가는 길목에서 ‘이재명은 불안하니 안정적인 나를 지지해달라’는 메시지를 피력하고 있다. 간절함이 있다.

 

 

이 전 대표는 1일 제주도 호텔난타에서 개최된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제1야당이 흠이 많은 불안한 후보를 버리고 좀 더 안전한 후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면서 “그렇다면 우리 민주당은 이대로 좋은가 당원과 지지자 사이에 걱정이 나오고 있다”고 환기했다.

 

이어 “우리 앞에 불안이 놓여 있다는 것을 우리는 느낀다. 우리는 무엇이 불안한지 안다. 무엇이 위험한지 안다”며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앞의 불안과 위험을 직시하고 그것을 해결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고발 사주’를 넘어 ‘화천대유’로 모든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요즘.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경선 형세가 불안한 윤석열에서 안정적인 홍준표로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화끈하고 솔직한 스타일의 홍준표 의원이 안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선두 흐름이 홍 의원 또는 유승민·원희룡 후보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다고 강변해야 하는 상황이다. 밴드왜건 보다는 언더독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게 말해야만 한다.

 

이 전 대표는 “요즘 우리는 기막힌 사건을 마주하고 있다”며 “(바로) 정치검찰이 국기를 흔든 청부고발 사건, 요지경 같은 대장동 개발비리사건이 있다. 그동안 우리가 믿었던 원칙과 상식, 공정과 정의가 반칙과 특권에 무너졌다.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절망하고 있다. 우리는 국민의 분노에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 내가 비리와 부패의 사슬을 끊어내겠다. 그 일은 비리와 부패의 구조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할 수 있다”며 “나는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부각했다.

 

 

결과적으로 이 전 대표는 제주 경선에서도 참패했다. 이 지사는 제주 지역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에서 3944표를 얻어 득표율 56.75%로 또 다시 과반을 넘겼다. 이 전 대표는 2482표 득표율 35.71%에 그쳤다.

 

이 전 대표가 이날 피력한 메시지는 △안정적인 날 밀어달라 △논란거리가 없는 후보를 밀어달라 △결선투표로 만들어달라 △박빙 승부가 되어야 경선 흥행 차원에서 좋다 등등이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는 민주당의 얼굴이다.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의 얼굴이다. 그래서 흠없는 후보 믿을만한 후보여야 한다. 국내외에서 존경과 신뢰를 받을 후보여야 한다. 그런 후보를 내야 본선에서 큰소리칠 수 있다. 국민 앞에 당당할 수 있다. 그래야 이길 수 있다”며 “다행히 민심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큰 변화가 시작됐다고 나는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민주당 경선이 더 감동적 역동적으로 가야 한다. 길을 모를 때는 멈춰서서 생각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며 “판단에 시간이 필요하시다면 결선투표에서 결정해달라”고 부탁했다.

 

현재 이 지사 캠프가 아무리 프레임 변경(국민의힘 게이트)을 시도하더라도, 화천대유 게이트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 일어났기 때문에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 전 대표는 9월초 충청권 경선에서 이 지사가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결과로 나오자 충격을 받았는지 당일 일정을 급취소하고 ‘지금까지 많이 자제했지만 앞으로도 네거티브를 더 자제하겠다’(관련 영상 보도)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럼에도 화천대유 게이트가 뜨자 이 전 대표 입장에서 이 전 지사와 연결짓는 전략을 내다버리고 정책과 비전만 어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미 이번 경선에 모든 것을 걸었다. 작년 총선 종로에서 손쉽게 거머쥔 5선 의원직도 내려놨다.

 

 

되돌아보면 이 전 대표가 한때 어대낙이었던 것은 전남지사와 국무총리를 거치면서 안정적인 거버너 이미지가 강해졌던 배경 때문이었다. 이러한 포지티브 이미지는 작년 1월, 2년7개월간의 총리직을 내려놓고 대권 행보를 막 시작할 때까지도 유지되고 있었다. 나아가 총선에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압승에 기여했고 동시에 총선 직후에도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으로서 거버너적인 강점을 어필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2020년 5월27일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다는 소식(관련 기사)이 공식화된 뒤로 그의 이미지는 점진적으로 악화됐다. '독이 든 성배' 수준이 아니라 '그라목손'을 들이마시는 수준이었다.

 

이 전 대표는 어려움없이 당권을 거머쥐었지만, 애초에 ‘엄중 낙연’으로 상징되는 그의 강점은 제1야당의 문재인 정부 공격에 능수능란하게 방어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즉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공격적인 야당 국회의원들의 송곳 질문에 대응하며 장관들을 조율 및 총괄해야 하는 총리직과 달리, 당대표는 온갖 첨예한 현안들에 대해 먼저 메시지를 내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게 안 맞는 옷이었다.

 

이 전 대표는 당권과 대권 분리 규정 때문에 처음부터 ‘7개월짜리 당대표’가 예상됐음에도 정국의 중심에서 존재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메리트 때문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최대한 거버너로서의 강점을 살려가는 전략으로 갔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굳이 욕만 먹을 전직 대통령 사면론(관련 기사)을 꺼내들었고, 총선 전후로 코로나 재난지원금 정국이 형성됐을 때 이 지사와 대립각을 세우기 위해 선별론을 고수했다.

 

 

자기 비전과 메시지는 대선 레이스가 지금처럼 한창일 때까지 충분히 성숙시켜서 내면 됐었는데 왜 설익은 메시지들을 섣불리 띄웠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보수 논객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태현 변호사는 2020년 2월11일 방송된 MBC <정치인싸>에서 “이 전 총리가 굉장히 안정감 있어서 중도층한테 어필하는 게 있다”며 “중도층이나 내 주변 보수층도 어떻게 생각하냐면 (이 전 대표가) 문재인 정부가 잘못가는 것을 잡아주고 균형을 맞춰준다는 인식이 있다. 조금 왼쪽으로 강하게 달려도 어떤 어른처럼 뭔가 중심을 잡아주는 그런 이미지가 있어서 민주당 입장에서 전국 선거에서 고공전에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당대표 재임 과정에서 이러한 이미지를 다 까먹었다. 이를테면 △추미애·윤석열 갈등에서 노골적으로 추미애 전 법무무장관만 옹호 △4.7 보궐선거 정국에서 무공천 당헌을 개정해서 공천 강행 등 사실상 덜 정파적인 본인의 강점이 다 무너졌다. 진중권 전 교수도 “이낙연은 당대표할 때 모든 한계를 노출했다”면서 재차 이러한 취약 포인트를 이야기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핵심 당원들의 지지가 중요했던 걸까?

 

그러나 그렇지도 않은 것이 범 친문재인계 표심은 당 바깥 전국 지지율에서 앞서 나가는 후보를 밀어주는 방향으로 가게 돼 있었다. 이 지사는 분명 △문재인 대통령을 세게 몰아붙였던 원죄가 있고 △불안정적이고 △온갖 스캔들과 논란도 많고 △성격파라서 여전히 강경 친문들의 비토를 받고 있지만 범 친문 표심은 그를 밀고 있다. 왜? 민주당의 쇠퇴기와 맞물려 이 전 대표 본인 브랜드의 가치가 하락세일 때(관련 기사), 이 지사는 2020년 9월부터 지금까지 대세론으로 부상했고 이를 공고화했기 때문이다. 2020년 연초 코로나 시국이 막 시작됐을 때 이 지사는 옳고 그름을 떠나 신천지 이만희 어택 등 뭔가 시원한 사이다 이미지를 극대화시켰다.

 

이 지사는 본인의 강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자리(관련 기사)에서 그걸 현실화시켰고, 이 전 대표는 본인의 강점을 약화시키는 자리에서 단점만 드러내고 말았다. 이러한 대비 현상이 꽤 오래 유지됐다.

 

이제 민주당 경선 스케줄은 인천, 부산·울산·경남, 경기·서울 등 얼마 안 남았다. 오는 10일 끝난다.

 

 

이낙연 캠프에서는 유동규 구속(관련 기사) 등 화천대유 게이트가 이 지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지점에 주목하고 있지만 그것이 경선 판도를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낙연 캠프 상임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은 1일 저녁 방송된 CBS <한판승부>에 출연해서 “(제주 경선에서 졌지만) 2차 선거인단이 문제다. 한 50만명 가까이가 되기 때문에 여기서 사실은 민심과 당심의 큰 흐름을 결정적으로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온다고 본다”며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지만 글쎄 내일 민심과 당심이 과연 어느 정도의 괴리를 보일 것인지 그걸 저희들이 굉장히 예민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사이에 있었던 몇 차례의 당내 선거를 보면 민심하고 당심하고 반대로 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화천대유 게이트에 대한 여론조사 민심은 이 지사가 의심스럽다는 쪽이 10명 중 6명인데) 이게 당원을 대상으로 하면 반대다. 그러니까 이건 굉장히 특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화천대유 게이트는) 저희에게만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 한국 정치의 향방을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한 건데 민심과 당심이 약간 좀 괴리를 보이는 그런 현상을 분명히 읽을 수가 있다. 투표에서도 그런 게 뚜렷하게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신 전 의원은 “이재명 지사가 대응을 하는 것 보면 일단 내가 보기에는 대응 자체가 대단히 계산적이고 정략적이기는 한데 우리가 생각하는 진실하고 좀 괴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고정 패널로 출연하고 있는 진 전 교수는 “민심이 당심에 반영되기까지 굉장히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며 “오히려 당심은 뭐냐 하면 위기일수록 뭉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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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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