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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의 재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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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다 지나간 과거의 일이지만 2020년 8월까지만 해도 ‘어대낙’이었다. 어차피 대통령은 이낙연. 2019년부터 꾸준히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 1등을 유지했고 그럴만한 배경이 있었다. 이낙연 전 대표(더불어민주당)는 역대 최장수 국무총리로서 나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전 대표는 2017년 5월31일 임명되어 2020년 1월13일에 물러났는데 2년7개월(958일) 동안 국정 총괄 능력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대표적으로 △국회에 출석해서 대정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맹폭 질의에 로우톤의 목소리로 능수능란하게 대응했고 △수많은 현안들에 대해 막힘없이 답변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이슈 파악 능력을 보여줬고 △18개 부처 장관들을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통솔했다. 그런데 2020년 9월부터 당시 경기도지사를 역임하고 있던 현직 이재명 대표에게 지지율 1등을 추월당했다. 결국 이 전 대표는 2021년 10월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2등으로 탈락했다. 2022년 대선 직전 이재명 대선 후보의 요청으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긴 했지만 뭔가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모습은 아니었고 마지 못 해 나서는 느낌이 강했다.

 

대선이 끝나고 2022년 6월 미국(조지 워싱턴 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방문연구원)으로 떠났는데 공항에서 이 전 대표는 “어떤 사람은 경멸하고 증오한다. 이것을 여러분이 존중과 사랑으로 이겨주실 거라 믿는다. 어떤 사람은 저주하고 공격한다. 그것을 여러분이 정의와 선함으로 이겨주시길 바란다”면서 뼈있는 묘한 말을 남겼다.

 

 

이 전 대표가 돌아왔다.

 

이미 6월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대한민국이 위기에 직면했다”며 “정치는 길을 잃고, 국민은 마음 둘 곳을 잃었다. 국가를 위한 나의 책임을 깊이 생각하겠다. 대한민국의 생존과 국민의 생활을 위해, 내가 할 바를 하겠다”고 밝혔는데 대놓고 정치 복귀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같은 달 24일 귀국했는데 인천공항에는 민주당 설훈·윤영찬·김철민·이병훈·박영순 의원과 신경민 전 의원 등 측근들과 지지자 1500여명이 모였다. 이 전 대표는 25일 페북으로 “잘 다녀왔다. 1년만이다. 국민께서 고통을 겪는데 나는 떨어져 지내 미안하다. 다시는 떠나지 않겠다”고 귀국 메시지를 냈다. 과거 대권 주자들이 대선 패배 이후 외국으로 나가서 1년 정도 체류하다 귀국하는 루트와 판박이다.

 

여러분 곁에 있겠다. 나라가 어렵다. 나의 책임도 있다. 못 다한 내 책임을 다하겠다. 국가를 위해 내가 할 일을 하겠다. 어느 경우에도 국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 대한민국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 전 대표는 귀국 이후 첫 번째 일정으로 국립 서울현충원을 방문해서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6월28일)했다. 2일에는 5.18 국립묘지에 갔는데 이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국민 기대에 미흡하다”고 발언했다. 누가 봐도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에 대한 쓴소리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불행하게도 정부는 무능한 데다 폭주를 하고 있고, 국회는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 하고 있다. 이런 때 내가 몸담은 민주당이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텐데 국민의 기대에 많이 미흡하다. 민주당이 진정한 혁신을 통해서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국민께 희망을 드릴 수 있는 정당이 되기를 바란다. 혁신의 핵심은 도덕성 회복과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라고 할 수 있다. 혁신은 민주당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이 되어야 한다. 그런 혁신을 통해서 민주당의 가치를 회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어서 필요한 역할을 해주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호남) 지역민들께서 몹시 절망하고 화가 나 있는 것으로 느꼈다. 정부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기대를 걸었던 민주당에 대해서도 많이 실망하고 계시는 것 같다. (지금) 내가 귀국 이후 처음으로 정부와 당에 대해서 구체적인 말씀을 드렸던 것은 지역민들께서 나한테 해준 말씀을 전달하는 것이 나의 임무일 것 같아서 그랬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현 단계로서는 나의 역할이다.

 

 

지지세를 모으기 위한 빌드업 치고는 굉장히 급격한 편이다. 이 전 대표는 매번 자신이 등판하는 명분으로 ‘위기 극복’을 내세웠다. 전남지사 후보로 출마할 때도, 국무총리로 나설 때도, 당으로 돌아올 때도, 당대표가 될 때도, 대통령 후보로서 출사표를 던질 때도, 다시 돌아왔을 때에도 매번 중대한 위기 앞에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포지션을 취한다. 엄근진의 표본이자 엄중한 이 전 대표가 권력욕을 드러내는 정치 화법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전 대표는 5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방문해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고, 그 직후 경남 양산에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날 이 전 대표의 일정에 동행한 대표적인 친낙계 윤영찬 의원은 방송에서 “(다시는 떠나지 않겠다는 발언에 대해) 앞으로의 정치적인 그런 행보에 대한 본인의 어떤 각오 또 의지를 표출한 것이고 사실 이 부분은 나도 예상을 못 했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도 예상하지 못 했을 만큼 이 전 대표의 컨셉이 달라졌다. 화법이나 행보에서 정치적 스타일의 변화가 보일 수도 있다는 건데 윤 의원은 “본인이 지금까지 했던 정치와는 조금 더 다르게 사안을 보고 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라는 그런 각오의 표현”을 했다고 해설했다. 일단 윤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당분간 강연을 중심으로 스케줄을 소화할 것이라고 알렸다. 아마도 강연과 페북 논평 또는 현장에서 만나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으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주로 낼 것이다. 이미 귀국 전부터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 논평을 페북에 종종 올려왔다.

 

이 전 대표는 언제 이재명 대표를 만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정을 조정하고 있을 것”이라며 “정치인들이 말하는 줄다리기가 있지는 않다. (다른 곳에) 더 인사를 드린 다음 뵙는 걸로 얘기가 됐었다”고 말했는데 향후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 설정이 어떻게 이뤄지게 될지가 흥미진진해졌다. 그야말로 관전 포인트다. 이미 비명계 또는 친낙계와, 친명계 또는 현 민주당 주류 세력간의 갈등은 가시화된지 오래됐다. 비명계의 대표 주자 김종민 의원만 해도 방송에 자주 나와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졌다”고 설파하고 있다.

 

윤 의원도 “(이 전 대표가) 앞으로의 행보는 결국 민주당을 어떻게 민주당답게 또 민주당의 가치와 정신을 어떻게 다시 복원할 수 있느냐 이런 부분들에 맞춰질 것”이라며 “당내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소멸되고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당내 민주주의가 활성화되고 당의 포용성을 가져야만 당이 확장될 수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우리 ‘개딸’이라고 하는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서 좀 간곡히 당부드리고 싶은 부분들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계신 건 좋은데 우리 이재명 대표의 애정을 독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방식으로 독점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이 살 길은 내년 총선에서 이기는 길인데 그러려면 우리 당이 계속 확장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확장적으로 나가야 하는데 우리 이 지지자들께서 이재명 대표를 독점하면 이재명 대표를 도와주고 지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갈 곳이 없다. 밀어내게 되는 것이다. 왜하면 생각이 조금만 달라도 공격하고 비판하니까. 그러면 우리 당이 커질 수가 있겠는가? 이재명 대표를 굉장히 생각하는 마음의 진정성은 알겠지만 오히려 이재명 대표를 죽이는 길이고 그리고 굉장히 우리 당을 위축시키고 왜소하게 만드는 행위다.

 

 

윤 의원은 현재 민주당의 부족한 지점들을 이슈별로 나열하며 이 전 대표가 관심을 갖게 될 혁신의 리스트로 상정했지만 결국 이재명 지도부가 잘 하지 못 한 부분들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윤 의원은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 패배하고 또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하지 않았는가?”라며 “그 이후에 보여준 민주당의 모습이 그렇게 썩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었다”고 운을 뗐다.

 

일단 방탄 정당이라는 프레임에 휩싸였고 돈봉투 사건이나 코인 사건 같은 그런 윤리적인 문제 그 다음에 민주당의 어떤 정신과 가치의 측면에서 민주당의 방향이 뭐냐. 중산층과 서민의 정답이 맞냐. 복지국가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 이런 정책적 비전과 미래에 대한 구상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부분들이 오늘날 민주당의 위기를 초래한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을 하고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할 것이다.

 

당장 윤 의원은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대선과 지방선거의 패배에 대한 “백서조차 발간을 못 했다”며 “그만큼 평가를 제대로 안 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이재명 대표가 출범시킨 혁신위원회의 공천 문제에 대해서도 덧붙였는데 혁신위가 비명계를 대대적으로 쳐내는 기구로 전락하면 안 된다고 경고하는 의미가 컸다.

 

 

한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방송에서 “누구를 만나는 것도 좋지만 (이재명 대표를) 먼저 만나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 5.18, 선친 묘소, 노무현, 문재인은 그 다음에 만나도 된다”며 “아니 이재명 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 귀국 즈음에서 (만나자는) 전화를 했잖냐. 시급한 것이 두 이씨가 단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명계 정성호 의원도 하루 빨리 두 인물이 만나야 한다고 거들고 있는 상황인데 귀국 이후 2주가 지나도록 만남이 성사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다른 방송에 나와 “그런데 (이재명 대표측이) 우리 만나자고 하면서 유튜브라든지 이 대표 지지 세력들이 이낙연 때문에 대선 졌다. 이낙연이 윤석열 찍었다. 이런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 과연 두 분 간의 화합적 결합이 되겠느냐. 굉장히 걱정스러운 일이다. 이런 공격적인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친명계가 자중해야 하고 더 적극적으로 친낙계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인데 어찌됐든 이 전 대표나 이재명 대표의 목표는 오직 대권 뿐이라서 벌써부터 두 사람의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이 전 대표의 재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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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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