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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이 말하는 “유쾌한 결별” 해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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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대전 유성을에서 2004년부터 내리 5선을 달성한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21대 국회 들어 홀로 조금박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이 의원은 “유쾌한 결별”이란 표현을 써서 민주당 주류 세력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친명계는 과민 반응을 보였을 것이고 친낙계와 비명계는 되려 반갑게 여겼을 수도 있다. 민주당은 2016년 반문재인계 세력들이 집단 탈당해서 호남권 표심을 싹쓸이했던 아픈 기억을 갖고 았다. 그러나 이 의원의 행간은 그런 유불리 차원이 아니다. 그렇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메시지를 낸 이유가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12일 이 의원의 ‘분당 발언’에 대해 엄중 경고했다. 이 의원의 자유로운 비평을 막으려는 의도인데 앞으로도 분당 발언을 이어가면 당헌당규에 따라 징계를 내리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금태섭 전 의원이 쫓겨나는 테크가 재현될 수도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아침 최고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상민 의원의 언론 인터뷰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는 이야기가 지도부에서 나왔다”면서 “최고위원들은 명백한 해당 행위이니 경고해야 한다고 했다. 당대표도 강하게 말했으며 반대 의견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정오 즈음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황당하다”며 “전혀 해당행위를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당 지도부 등을 포함하여 당내에 있어서 민심에 반하고 당에 해를 입히는 행태에 대하여 성찰하기 바란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이 해당 발언을 처음 내놓은 것은 지난 2일 방송된 민방공동제작(KBC/TBC/JIBS/CJB)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에서였다. 이 의원은 당시 금 전 의원의 ‘새로운정당’과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 희망’ 등 신당이 출현하는 흐름을 긍정적으로 논했는데 “어려운 조건이지만 제3·4당 스마트한 정당들이 대거 출현해서 원내 진입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현상 유지로 마무리지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당의 원내 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덧붙였다.

 

이제 이것의 길을 트는 것은 무엇보다 선거구제가 개편이 돼야 하는데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하고 있지만 속마음은 뜻이 없다. 그러면 소선거구제를 그대로 두고 있는 한 소수파의 원내 진입은 상당히 어렵고 그런 상황 속에서 3당·4당·5당이 생기는 것은 기대만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양당에 충격을 줄 정도로 흔들 정도의 움직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재차 피력했고 진행을 맡은 KBS 출신 박영환 앵커가 기성 정당에서 분열해서 집단 탈당을 하는 방식으로 신당이 나올 수도 있는 부분에 대해 질문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분명히 실존하는 부분”이라며 “물론 당권을 잡고 있는 분들이나 양당이 그대로 존속하길 바라는 분들은 대동단결 뭉쳐야 한다고 이런 말씀을 하지만 실제로 민주당도 이질적인 요소가 있다. 국민의힘도 있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 뒤에 문제적 발언을 꺼냈다.

 

나는 유쾌한 결별도 정치적으로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왜냐면 괜히 한 당에 자기들의 기득권 유지하기 위해 양당에 있으면서 지지고 볶고 싸우고 그러고 있다. 한쪽은 다른 쪽을 배척시키기 위해 계속 무한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당권을 쥐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경우 대동단결을 해야 하고 백지장도 맞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건 이재명 대표의 입장이다. 내가 볼 땐 이낙연 전 대표의 입장에선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맞아야 하고 뜻을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건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양당이 기득권 체제에서 안주하고 당내에서 지지고 볶고 하는 그런 구조보다는 오히려 도저히 뜻이 안 맞는다 싶으면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것도 괜찮을 거다.

 

 

그 이후로 이 의원은 3일 방송된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와 12일 방송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구체적인 부연 설명을 내놨다. 아래와 같이 4가지 측면이 있다.

 

①‘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식의 편견을 타파해야 함

②친명계와 친낙계가 수박 겉핥기식으로 병존하면 안 되고 실질적인 내용으로 협력이 이뤄져야 함

③정당 내부에는 주류와 비주류가 공존해야 건강한데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주류가 비주류를 압도하고 있음

④민주당이 잘 되기 위한 쓴소리 차원으로 받아들여주길 바라고 최대한 노력해보는 것을 전제로 하되 도저히 안 되면 결별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꼭 나쁘지 않음

 

유쾌한 결별이라는 게 결국 당내 주류와 비주류의 패권 싸움에서 밀려난 비주류 세력이 당을 나가는 그림으로 비춰지는 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그런데 1표라도 더 받아야 이길 수 있는 한국의 선거제도 하에서 거대 양당 소속 정치인들은 분열이 곧 죽음이라는 명제를 절대법칙처럼 여기고 있다. 오직 정치 권력의 획득 차원으로만 국한되는 정치처세술 같은 건데 이 의원은 “조금 시각을 달리해서 보면 분열은 나쁜 것이고 또 통합은 선이다. 이런 고정된 프레임도 극복돼야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재명 대표는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하자 첫 일성으로 “백지장도 맞들어야 할 어려운 시국이어서 모두가 힘을 함께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두 지도자가 하루 빨리 만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들이 거세지는 분위기인데 이 의원은 “별다른 준비없이 그냥 만나기만 하는 것은 일반 국민들의 기대를 채워줄 수 없다”며 “뭘 위해서 백지장 맞대는 건지 또는 그렇게 맞대는 것이 진짜 진정한 뜻이 있는 건지 그리고 그 맞대는 것도 끝까지 갈 수 있는 공통분모가 있는지. 이런 것들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충언했다.

 

좋은 게 좋은 거고 국민들 앞에 그러한 모습만 보여주려고 그렇게 해봤자 내용이 알차지 못 하면 허구라는 생각이다. 대충 손잡는 척 연출하는 모습은 국민들께서 금방 알아챌 거라고 생각되고 그런 얄팍한 수준으로 손잡으면 금방 깨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 철학과 가치관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는 두 세력이 당내에서 선거 승리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협력하는 정치 문법을 넘어서야 한다는 취지다. 만약 그런 가치관의 합의점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면 함께 정치해도 괜찮지만 결국 공천권으로 상징되는 당내 패권만 노리고 계속 반목할 것이라면 유쾌한 결별을 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이 의원과 함께 <국민맞수>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민주당의 친낙계와 같은 포지션으로 국민의힘에 유승민계가 있는데 “그분(유승민 전 의원)은 늘 권력과 맞짱을 뜨는 발언을 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자존감을 높이는 그런 정치를 해오셨다”며 “대동단결해서 한 방향으로 가야 할 때는 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 한 점이 많이 아쉽다”고 발언했다. 이 멘트를 듣던 이 의원은 “김 의원의 속마음은 국민의힘은 대동단결하고 민주당은 분열하기를 바라는데 양당이 똑같다”며 “(김 의원이) 주류이고 당권파니까 거스르는 비판의 소리가 듣기 싫고 고깝게 들리겠지만 사실 여러 목소리가 같이 어울려 있는 것이 또 일정한 주류와 당권파가 6이면 비주류와 비당권파가 4 정도로 작용이 돼야 정당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설파했다.

 

양당이 다 마찬가진데 (주류가) 너무 압도적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 기운이 압도적이라서 끽소리도 못 하고 있고,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그런 리더십 기운이 압도적이고. 그러면 둘 다 허구한날 상대 보고 싸우는 것이다.

 

주류와 비주류의 당내 공존으로 적절한 긴장도를 형성할 수만 있다면 건강할텐데 현재 양당 모두 그런 건강한 공존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묻는다면 누가 봐도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할 것이다.

 

그래서 이 의원은 차라리 “유쾌한 결별도 각오하고 노력해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하고 있다. 건강한 공존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되 안 되면 헤어질 각오로 기를 쓰고 해보라는 것이다.

 

(민주당 혁신위원회에서도 유쾌한 결별 발언으로 경고를 받았는데) 내가 옆집 불구경할 것 같으면 그냥 가만히 쳐다보고 있지 뭐 하러 이런 욕 먹으면서 쓴소리 하겠는가? 내가 속한 당이고 내가 속한 당이 잘 돼야 나의 정치적 꿈을 펼쳐나갈 수 있는 터전이 되지 않겠는가? 그런 차원에서 내가 5선 중진이니까 더욱더 말을 해야 되겠다. 아무리 어떤 욕을 먹더라도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할 말은 해야 되겠다. (당내 기득권 싸움만 반복하는 등) 그럴 바에는 유쾌한 결별을 할 각오를 해야 한다. 이런 뜻으로 한 것이고 아니! 죽어라고 공부해라. 그러면 공부 열심히 하라는 얘기지 죽으라는 뜻은 아니지 않은가.

 

결혼과 이혼으로도 비유할 수 있는데 이 의원은 “결혼했는데 부부가 허구한날 치고 받고 싸우고 막 아주 그냥 동네가 다 알 정도다. 야 그럴 바에는 갈라서라. 이런 얘기를 한다”며 “그렇다고 진짜 막 이혼시키기 위해서 무조건 사람들이 노력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갈라섰다고 해서 꼭 나쁜 것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유쾌한 결별이) 정치 발전에 오히려 순기능도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에너지가 핵이 분열하면서도 생기지만 융합하면서도 생기고 양쪽이 다 생길 수가 있다.

 

 

사실 유쾌한 결별이 곧바로 분당 발언으로 치환됐는데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신율 교수(명지대 정치외교학과)가 이 의원의 표현을 듣고 “분당할 수 있다는 건지?”라고 물어서 확대된 측면이 있다. 그때 이 의원은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겠다”며 “뜻이 다른 데 어떻게 같이 한 지붕에 있을 수 있겠는가?”라고 답했다. 사실상 분당할 수도 있다는 것에 동의한 셈이 됐다.

 

내가 분당의 가능성이 현실화되냐 안 되냐는 말씀을 드린 적이 없다. 그건 나도 모른다. 그런데 도저히 같이 할 수 없다. 앞으로도 같이 하는 건 도저히 불가한 것 같다. 그리고 싸워서 소모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느니 아예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나눠서 탈당이나 이런 차원이 아니고 나눠서 각자의 길을 가면 오히려 정치 발전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무엇보다 이 의원은 건강한 공존을 해치는 대표적인 행태가 바로 팬덤 정치 소위 ‘양념질’이라면서 “혐오 표현을 쓴다든가 차별적 언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징계를 해야 하고 퇴출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낙지, 수박, 똥파리 등 친낙계를 비하하는 표현들이 친명계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고 낙지는 역시 탕탕 쳐서 먹어야 제 맛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인데) 앙금이 있어도 저런 표현은 상대에 대한 비하나 폄하, 혐오, 이걸 불러일으킬 의도를 갖고 있는 거 아니겠는가? 당원으로서 민주당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고 그걸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정당인데 당원들이라면 저런 표현을 쓰면 안 된다. 또 민주시민이라면 저런 표현을 쓰면 안 되고. 반드시 고쳐져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혼은 절대 안 된다는 정치 문법을 넘어서서 이혼해서 혼자 더 잘 살 수도 있고,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서 더 행복해질 수도 있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데 이 의원은 양당만이 존재하는 링으로 여러 정치 세력들이 올라와서 “품질 경쟁”을 펼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금 새로운 신당들도 움직임이 있지 않은가? 모든 정파들이 나와서 국민들을 상대로 정치적 서비스 품질 경쟁을 하는 것이다. 지금은 두 당이 서로 그냥 독과점으로 얽히고 설켜 있어서 치고 받고 상대방한테 상처주는 것만 골몰하고 있다. 이것 보다는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나와서 우리 당의 경우도 말하자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만 적이다. 적 앞에서 분열하는 건 패배다. 이렇게 볼 게 아니다.

 

사실 분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선거 승리의 측면 말고도 현역의원을 몇명 보유하느냐에 따라 국고보조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론과도 맞닿아있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현정 앵커는 어떻게든 그 지점과 연결시켜서 내년 총선에서 신당들이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가 될 정도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집요하게 물었다. 양당에서 분당한 세력들 포함한 질문인데 이 의원은 “민주당만 꼭 상정해서 지금 말씀드리는데 국민의힘도 마찬가지고 다른 새로운 정치세력도 마찬가지고 국민 앞에 정치적 서비스 품질 경쟁을 해서 국민들한테 어필하면 국민들이 몰표를 주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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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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