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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고수 ‘유인태’가 비판하는 반정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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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대통령 빼고 안 해본 게 없는 정치권 원로들과는 좀 결이 다르다. 1948년생 올해 74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한국 정치의 산증인이자 고관대작의 역할만 맡지 않았다. 3선 의원 출신으로 구 청와대 정무수석, 당 지역위원장, 당 최고위원, 당 인재영입위원장, 당 대선 캠프 상임고문, 국회 상임위원장, 국회 사무총장까지! 이렇게 다채로운 정치 코스를 두루 경험해본 원로 정치인은 정말 드물다. 가장 최근에 맡았던 공직이 국회 사무총장이라 그 호칭으로 부르는 게 나을 듯 하다. 유 전 총장은 확실히 반정치주의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이다. 권력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다툼이 정치의 본질이나 다름 없는데, 자꾸 동일 지역구 3선 금지 또는 국회의원 숫자 줄이기 및 세비 축소 등과 같은 주장들이 정치개혁으로 포장되어 국민들을 눈속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 전 총장은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로운 질서’ 포럼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서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혁신 방법으로 3선 이상 동일 지역구 출마 금지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그따위 소리 좀 안 했으면 좋겠다”며 “반정치주의로, 국민 눈속임을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유 전 총장은 다분히 의도를 갖고 의원정수 축소를 내세우고 있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에 대해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며 “국회의원 세비를 절반 줄이고 의석을 줄이자는 것만큼 천박한 포퓰리즘이 없다”고 질타했다. 유 전 총장은 과거 2018년 현직 국회 사무총장이던 시절 쌈짓돈으로 비판받던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론에 대해서도 손사레를 쳤다. 국민적 요구와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어느정도 수용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유 전 총장은 기본적으로 상대와 합의하고 타협하는 효과적인 정치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지 돈을 깎고 권한을 축소하는 식의 조치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곤 한다. 나아가 유 전 총장은 선과 악을 나누고 자신들이 하는 것을 선이라고 포장하는 반정치주의적 정치인들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정치하기 전엔 시민운동을 했다.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 반정치주의자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그랬다. 정치하는 놈은 썩을 놈이고, 자기들은 학이라는 그런 사람들이다.

 

다만 유 전 총장은 좋은 정치를 잘 하는 것에도 기준선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집단이 권력 추구를 하는 것에도 양심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거대 양당체제라고 해도 양당이 극한의 대립만 반복하지 않고 협력하고 합의하는 정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날 유 전 총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나섰으면서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똥으로 만든 행위 △강성 지지층에 끌려다니는 민주당의 현실 △윤석열 대통령의 독주와 집권여당 국민의힘의 무기력함 등을 거론했다.

 

유 전 총장은 2020년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만드는 결정을 최종적으로 내린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에 대해 “천벌 받을 짓”이라며 “20대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에 태워 선거제도를 만들었는데 국민의힘은 동의하지 않았으니 그렇다 쳐도 저쪽이 하니 우리도 한다고 한 건 천벌 받을 짓”이었다고 꼬집었다.

 

유 전 총장이 보기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비해 강성 지지층에 많이 휘둘리는 편이다. 사실 어디에든 코어 지지층이 주류 정치계파를 등에 업고 당내 반대계파를 홍위병처럼 린치하는 현상이 존재하긴 한다. 당 지도부가 그들과 선을 긋고 자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대깨문과 개딸 등 민주당 안에서 그런 움직임이 끊기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그들의 집단적 영향력을 활용해서 정치력을 키우려고 하는 주류 세력의 행태가 보이기도 한다.

 

강성 지지층에 끌려다니는 정당이 망한다. 국민의힘은 끌려간다고 비치진 않는다. 민주당은 개딸이니 뭐니 강성 지지층에 많이 휘둘린다. 훨씬 위험하다.

 

한국 정치권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란 표현은 하도 많이 들어서 클리셰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유효하다. 대통령에게 권한을 몰아줬기 때문에 정권을 잡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우는 것이 당연한 풍경이 됐고, 대선 승리를 거머쥔 대통령은 자기 권력을 최대화시켜서 위세를 떨치고 싶어 하며, 집권여당은 대통령의 독주를 전혀 견제하지 못 하고 끌려가기 마련이다.

 

 

유 전 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당 장악력은 옛날 총재 시절보다 더하다”며 “국민의힘 내막은 잘 모르지만 이렇게까지 제왕적인 대통령은 과거 YS, DJ보다 더한 것 아닌가.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타협의 정치를 보여줄까 했는데 보여주지 못 하고 있다. 대통령의 입김이 너무 강해서 되는 일이 없다. 여당의 일에 대통령실이 개입하면 국회는 난장판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통령실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해서 비토 후보를 쳐내고 선호 후보를 옹립하는 과정을 전국민이 지켜보기도 했다. 그 결과 윤비어천가를 부르짖는 친윤석열계 인물들이 여당 지도부를 장악했다.

 

결국 상대와 함께 타협해야 하는 정치의 본질을 복원해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1년이 흘렀음에도 제1야당 당대표를 한 번도 안 만나고 있다. 대야당 소통력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 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보다 훨씬 심하고 매우 이례적이다. 민주당이 국회에서 다수당임에도 윤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민주당을 견제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이재명 대표의 협조를 구할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쟁점은 정치 복원인데,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1년 넘도록 한 번도 안 만나는 건 헌정사에 없는 특이한 일. 사실 문재인 전대통령에게도 문제는 있었다.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보자고 했는데 (문 전 대통령이 다른 야당 대표들까지) 4명을 같이 불렀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제1야당 대표와 군소정당 대표들을 같이 불러 5명이 봤다. 문 전 대통령도 그렇게 홍 전 대표에게 인색했는데 지금 대통령처럼 이러진 않았다. 참 특이한 대통령을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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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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