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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혁신위원회’ 과연 혁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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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한국 정치에서 혁신위원회는 비대위급(비상대책위원회) 지위를 갖고 있다. 큰 선거에서 패배하면 당대표가 사퇴하고 비대위를 꾸리는데, 큰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지지율이 정체하고 있다면 당대표가 주도해서 혁신위를 구성한다. 더불어민주당이 6월 중순 차리게 된 혁신위도 마찬가지다. 평생 법학을 가르쳐온 김은경 교수(한국외국어대 로스쿨)는 2015년 문재인 당대표 체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무감사위원으로 활동했고, 2020년에는 문재인 정부 시절 금융감독원 부원장(금융소비자보호처장)으로 재임한 바 있다.

 

 

사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민주당은 그동안 습관적으로 외부의 절대악을 상정해놓고 내부 개혁을 무마해왔는데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혁신위가 시작도 되기 전에 돈봉투 사건에 대해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 있다”는 식으로 발언했던 게 논란이 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을 독재정권으로 삼고 뭉치자고 했던 레토릭이, 윤석열 정부를 검찰독재로 몰고 극렬 저항하는 내부통합의 바람으로 이어져어고 있다.

 

김 위원장은 그런 민주당의 내부논리를 깨부수고 당의 혁신을 도모해야 하는데 검찰독재론에 호응하는 발언을 하며 혁신위의 닻을 올렸다. 김 위원장이 첫 일성으로 띄웠던 것은 불체포특권 포기였다. 민주당 현역의원 전원에게 불체포특권 포기를 요구했는데 이재명 대표는 당론으로 밀어붙이지는 못 하고 홀로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친명계와 비명계를 가리지 않고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인데 이 대표에게 혁신안을 내밀어야 하는 김 위원장 입장에서 모양새가 좋지 않다.

 

김 위원장은 10일 오후 비공개로 민주당 원로들(상임고문단과 고문단)을 만나서 조언을 청해들었다.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 전 국회의장, 권노갑 전 의원 등에게 당이 처한 엄중한 상황과 혁신의 방향 등에 대해 고견을 구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쇄신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상임고문단은 김 위원장을 격려하며 좀 더 적극적으로 혁신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는데 “사즉생의 각오”란 표현까지 전했다. 혁신은 곧 인물 교체와 기득권 해체이기 때문에 저항이 심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어렵다. 당 내외에서 혁신위를 흔드는 발언들이 쏟아질 수도 있다. 그래서 김 위원장은 사즉생의 각오로 당의 혁신을 위해 메스를 들어야 한다.

 

고문단 어르신들도 윤석열 정부에 대해 “변형된 독재와 검찰 공화국”이라고 평가했는데 그에 반해 민주당이 국민에게 유력 대안이자 희망을 주지 못 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민주당은 3년 전까지만 해도 4연승(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2020년 총선)을 달성하며 중앙 권력과 지방 권력을 가리지 않고 모든 걸 거머쥔 세력이었다. 그런 민주당이었지만 2019년 ‘조국 사태’를 거치고 내로남불 이미지가 굳어지며 이례적으로 정권 연장을 이뤄내지 못 하고 5년만에 정권을 내줬다. 그래서 “혁신위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데 고문들은 △당이 평등, 공정, 정의의 가치를 기반으로 삼아야 하며 △청년 공천 비율을 상향해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팁을 주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주 중으로 청년 정치인들과도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그 사이 11일에는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회동하는데 아마도 친명계와 친낙계의 화친조약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이 맘대로 혁신안을 만들고 싶어도 두 리더의 타협 결과에 따른 가이드라인이 설정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불체포특권 혁신안이 사실상 불수용되는 흐름으로 가자 “오합지졸 콩가루 집안”이라며 일침을 놨는데 이미 위태로움이 감지되고 있다. 언론들은 벌써부터 ‘김은경 혁신위’에 대해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野 뼈 깎는 쇄신 언제?…동력 잃어가는 김은경 혁신위/혁신안 뭉개기에 힘 빠지는 김은경 혁신위)는 식의 보도를 내놓고 있다. 앞으로도 혁신위와 당내 현역의원들과의 줄다리기가 치열할 것 같다. 혁신위원들의 각오가 만만치 않은데 한 번만 더 혁신안이 당내 기득권의 반발로 무산되면 집단 사퇴라도 할 기세다.

 

송영길 전 대표님 검찰하고 싸움은 법정에서 해달라. 어쨌거나 그 일로 지금 당은 굉장히 위기를 겪고 있다. 조율되지 않은 말로 당 내외의 혼란을 초래하는 일 없이 자중해주면 좋겠다. 이상민 의원님 옆집에 불구경하는 거 아니지 않나. 말씀 좀 조심해주셨으면 좋겠다.

<서복경 혁신위원>

 

혁신위가 지금의 검찰권 행사가 정당하다고 생각해서 이런 제안(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을 내놨겠나. 그게 아니고 지금 국민 눈높이에는 칼을 든 검찰이나 철갑을 두른 민주당이나 똑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금 불체포특권이 필요하고 우리가 정당했고 지금의 검찰권 행사가 부당하다는 대국민 설득에 완전히 실패했다. 우리에게는 또 실패할 여유가 없다.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사실과 논리로 연대로 싸우자.

<윤형중 혁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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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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