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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이 떨어져 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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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안전고리 등의 안전 장비는 아무리 번거롭더라도 무조건 착용하고 있어야 하며 난간대 같은 안전장치는 무조건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잠깐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위험천만한 공사 현장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평범한미디어에서는 그동안 노동자 추락사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도해왔다. 추락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산업재해의 단골 소재다.

 

 

18일 아침 7시50분쯤 이른 시각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강동구의 한 오피스텔 신축 현장은 매우 분주했다. 그러나 어김없이 비극적인 죽음이 발생했다.

 

하도급 업체 소속 50대 남성 A씨가 현장에서 추락하고 말았다. 사고 직후 곧바로 구급차가 도착했지만 A씨는 이미 숨진 뒤였다. A씨가 떨어진 곳은 오피스텔 8층이었다. 1층 높이에서도 잘못 떨어지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만큼 8층에서 추락하면 즉사를 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A씨는 무거운 시멘트를 8층까지 옮기는 작업을 하다가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승강기를 설치하기 위해 비워놓은 공간이 있었는데 A씨가 여기로 자재를 끌어올리기 위해 철근 지지대를 설치하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의 과실일까? 그렇지 않다. 노동당국(고용노동부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의 1차 조사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는 추락 방지를 위한 안전 난간대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A씨가 작업 중일 때만 임시 해체된 상태였다. 이동 경로상 효율을 추구하기 위해서 그렇게 해놓은 것인데 A씨에게 그 난간대는 생명줄이었다. 

 

강동경찰서는 현장 관계자들을 소환해서 숨진 A씨가 안전고리 등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는지 면밀히 조사하고 있으며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될 경우 책임자들을 입건할 방침이다.

 

19일 아침 8시반 즈음에는 충북 청주시 청원구의 한 고등학교 건물 3층에서 건물 바닥 교체 작업을 하던 노동자 67세 B씨가 6미터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B씨는 공사 자재 반입을 위해 창문을 떼어내던 중 추락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6미터는 결코 낮은 높이가 아니다. B씨는 안전장비를 제대로 착용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경우 거의 대부분 업체측에서 비용 절감을 위한 시간 단축 등을 암묵적으로 압박했을 가능성이 높다.

 

 

같은 날 아침 9시에도 전남 영암군에 있는 현대삼호중공업 작업장에서 사내 협력사 직원 50세 C씨가 추락사를 당했다. C씨는 삼호중공업 남문 안벽에서 건조 중인 유조선 화물창 청소를 위해 동료 4명과 함께 20미터짜리 사다리를 받치고 지하로 내려가던 중이었다. 사다리를 타다가 실족한 것으로 보이는데 빨리 내려가려고 서두르다 변을 당한 것 같다. C씨는 안전고리를 매고 있지 않았다. 

 

C씨는 사다리를 타고 20미터나 아래로 내려가면서 왜 안전고리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을까?

 

삼호중공업 사측 관계자는 "수직 사다리에서 내려갈 때는 안전줄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변명했다. 사고 현장을 살펴보면 안전 로프를 체결해서 사다리를 내려오게 됐을 때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관행적으로 로프를 안 차고 일을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로프를 안 차고 내려오게 하려면 최소한 안전 난간대를 설치하든지 높은 화물창 높이와 어두운 실내 환경을 고려하여 적절한 안전 인프라를 구축해놨어야 했다. 

 

 

그러나 사측은 그런 걸 갖춰놓지 않고 원래 그럴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변명했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는 식의 사과문을 냈다. 이런 사과문을 백날 작성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유족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줘야 하고, 산업재해로 인정될 수 있도록 추가 조사에 최대한 협조해야 하고, 사고 현장을 비롯 모든 작업장이 완벽하게 안전할 수 있도록 재발방지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MBC를 통해 아래와 같이 지적했다.

 

떨어져도 최소 사망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그물망이나 이런 것들을 설치해야 한다. (조선업체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다보니까 협력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관리나 이런 것들이 소홀할 수밖에 없는 점이 있다.

 

추락사는 십중팔구 사측의 △부주의 △안전불감증 △빠르게 작업을 끝내려는 욕심 등에서 비롯된다. 물론 숙련된 노동자들이 안전불감증에 빠지는 경우도 아예 없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사고는 숙련자나 비숙련자를 가리지 않는다. 노동자 개인이 좀 더 안전하게 작업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측이 안전 부문에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안전보건공단은 △안전모 착용 △안전대 착용 △작업 발판 설치 △안전 난간대 설치 △개구부 덮개 설치 등 5가지를 강조했는데 최소한 무슨 일이 있어도 사측은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위 사항들을 준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돈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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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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