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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등학생은 왜 어린이의 목에 칼을 휘둘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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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컵라면을 먹고 있던 초등학생이 흉기 피습을 당했다. 목을 찔렸는데 범인은 10대 청소년이었다. 근데 범행 동기가 황당하다. 그냥 찔렀다. 묻지마 범행인 셈이다. 

 

지난 4월3일 17시반쯤 경기도 평택시 용이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초등학교 5학년 12세 A군이 친구와 함께 편의점 컵라면을 구입해서 쉼터에 걸터 앉아 먹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너무나도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학교나 학원을 마치고 집에 가기 전 친구와 함께 먹는 컵라면이 얼마나 꿀맛이겠는가. 그러나 이 평화로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체불명의 17세 고등학생 B군에 의해 깨져버렸다. 검은 옷과 모자를 푹 눌러 쓴 B군은 A군에게 접근하더니 갑자기 품 속에서 흉기를 꺼내 목을 그대로 베어버렸다.

 

 

아파트 일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B군은 그대로 달아났다. 친구는 바로 앞에 있던 학원에 도움을 요청했고 A군은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다행히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언론 보도에서는 “흉기로 휘둘렀다”고만 표현됐는데 식칼 같은 것으로 찌른 게 아니라 커터칼로 살갗을 베어버리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도대체 B군은 왜 이런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른 걸까? 얼마나 비겁한 사람이기에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초등학생에게 칼을 휘두른 걸까?

 

평택경찰서는 처음부터 묻지마 범죄로 보고 용의자를 추적했다. 다행히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여러 대의 CCTV를 토대로 다음날(4일) 아침 8시33분 즈음 B군을 평택 내 자택에서 검거할 수 있었다. 15시간만이었다. 경찰은 B군을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했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1부(김희영 부장검사)도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고 법원으로부터 발부 받았다. 검찰은 이내 구속 기소했고 “B군이 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 받을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강력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B군은 A군과 전혀 일면식이 없는 사이였다.

 

하교 후 너무 화가 나서 잠시 동네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이들을 발견하고 범행을 저질렀다.

 

정말 얼토당토 않은 범행 동기였는데 그저 화풀이 목적으로 A군을 공격한 것이다. 그날 쉼터에 초등학생이 아니라 건장한 성인 남성이 있었다면 B군은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본인이 공격하더라도 반항하지 못 할 대상을 물색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과거 박지선 교수(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는 tvn <알쓸범잡>에 출연해서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범인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도 한다. 범죄를 은폐하려는 시도나 도주도 안 한다”고 밝혔다. 묻지마 범죄를 감행하는 배경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정신질환(36%)인데 음주 및 약물복용(35%), 현실 불만(24%)도 상당하다. B군은 정신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보이진 않고 그저 현실 불만족에 따른 범행일 가능성이 높다. 

 

 

1991년 10월 여의도광장에서 벌어진 차량 질주 사건의 범인도 비슷했다. 당시 20세 김용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광장으로 차를 몰고 질주했는데 시속 100km에 달했다. 그 결과 12세와 6세 남아를 숨지게 했고 21명의 시민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시민들은 차량 유리창을 깨고 누가 운전했는지 따져물었는데 김용제는 한 여중생을 인질로 잡고 가까이 오면 찌르겠다고 외쳤고 실제로 찔렀는데 여중생은 다행히도 벨트에 찔려 무사했다. 김용제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사람들이 싫어서 다 죽이고 싶었다. 더 살아봐야 마찬가지다. 죽고 싶은 마음 뿐이다.

 

시력 장애를 앓고 있던 김용제는 어렸을 때부터 불우하고 기구한 삶을 살아왔는데 어느날 TV를 보는데 여의도광장에서 사람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그들의 행복을 짓밟고 싶었다고 한다. 정말 말 같지도 않은데 “나는 불행한데 너희들은 행복한 것 같다. 너희들도 상처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게 김용제의 범행 동기였다. 사형수가 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김용제의 묻지마 범죄는 자신과 같이 불우한 사람들의 목숨을 잃게 만들 수도 있었고, 실제 아무 상관도 없는 어린이 2명의 삶을 짓밟았다.

 

<알쓸범잡2>에 출연한 김상욱 교수(경희대 물리학과)는 “이렇게 자신의 죄를 사회의 문제라고 변명하는 범죄자들이 있다”면서 “아무리 자신의 범행에 책임이 있는 누군가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의 구성원 전체를 나의 적으로 인식하고 아무에게나 해를 입히는 게 정당한 복수인가?”라고 강조했다. 그야말로 “존재하지 않는 가해자에게 복수를 가하려는 착각”에 불과하다. 

 

함께 출연한 권일용 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는 “이처럼 사회에 분노가 쌓여서 좌절로 가기 전 거치는 무력감의 단계가 있는데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져서 그게 분노로 표출되는 것이 전형적인 묻지마 범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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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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