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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문제로 ‘주먹다짐’까지 했는데 갑자기 심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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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토요일 오전 기분 좋게 약수터에 가서 물을 좀 퍼오려고 했는데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었다. 사소한 문제인데 말투와 표현이 거슬렸고 한 번 올라온 빡침은 가라앉지 않았다. 둘 다 화가 잔뜩 났다. 결국 서로 흉기를 들고 위협하는 지경이 됐다. 그렇게 근접전이 되어 몸싸움을 벌이다가 주먹을 교환했고 이내 한 사람이 뒤로 넘어졌는데 그대로 심정지 상태가 되어버렸다.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15일 오전 10시반 즈음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용산리 약수터 주차장에서 63세 동갑내기 두 남성이 육탄전을 벌였다. 주차 문제로 시작된 다툼이 주먹다짐으로 번졌고 흉기를 내려놓고 몸싸움을 하다가 살인사건으로 번지고 말았다. 전혀 예상치 못 한 전개였다. 두 남성은 초면이었다.

 

 

A씨는 춘천경찰서 조사에서 “몸싸움을 하다가 B씨가 쓰러졌는데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고 진술했다. 현장에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면 아무래도 안 말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흉기를 들고 대치할 정도로 엄청 격하게 싸우고 있었기 때문인데 어찌됐든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A씨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어보면 B씨가 막 쓰러졌을 때 A씨는 빨리 일어나라고 소리쳤을 거고 뭔가 팔다리에 힘이 풀리는 걸 보고 놀라서 다가갔을 것이다. 의식이 없는 상태를 확인했다면 바로 119로 신고를 했을 것이고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취했어야 맞다. 결국 차량 블랙박스 또는 주변 CCTV 영상을 확보해서 물증으로 확인해봐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아마도 A씨가 쓰러진 B씨 위에 올라가서 사정없이 주먹질을 갈겨서 사망에 이르게 했을 수도 있다.

 

현재 A씨는 상해치사 현행범으로 체포된 상태인데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안타깝게도 블랙박스나 CCTV 영상이 확보되기 어려운 사각지대였기 때문에 경찰이 부검만 언급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정확한 사인만 파악되더라도 스모킹건이 될 수 있다. 지병이 있어서 사망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인지, 아니면 A씨가 잔인하게 폭행했던 것인지, 그냥 넘어졌는데 돌부리에 머리를 부딪쳐서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인지 등등 정확한 사인과 상황이 곧 파악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 결과에 따라 A씨가 살인죄로 의율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분명한 것은 A씨가 묻지마 살인마는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살인의 확정적 고의를 갖고 있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다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일어났을 가능성은 있다. 통상 의도치 않게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사건과, 미친듯이 때려서 죽이는 사건 둘 다 종종 발생하고 있다. 전자는 뺨 한 대 때렸는데 상대의 고개가 돌려져서 테이블 모서리에 머리를 찧어 사망하게 되는 예시가 대표적이다. 후자는 홧김에 죽도록 폭행해서 죽게 만든 ‘개성중 살인사건’이 있다. 전자는 폭행치사 또는 상해치사, 후자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처벌을 받게 된다.

 

관련해서 안성준 변호사(지안법률사무소)는 쌍방 폭행이 일어나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학교 다닐 때와 달리 세상 밖으로 나와서 싸우면 개싸움 밖에 안 된다”며 아래와 같이 조언했다.

 

맞붙는 순간 그때는 좀 분풀이가 될 것이다. 근데 그 이후에 벌어질 일은 상당히 번거롭다. 먼저 싸우면 내가 백번을 맞아도 무조건 경찰서에 가야 하고 진술서 쓰고 한 두시간 정도 조사를 받아야 한다. 상황에 따라 검찰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 아무리 내가 억울하고 상대가 잘못했어도 그래도 자리를 피해야 하고 따라와도 피해야 한다. 도망을 못 간다면 차라리 적극적으로 제압을 해야 한다. (막다른 길이라면 상대를 제압할 정도로만) 차라리 그냥 때려라. 죽일듯이 때리면 절대 안 된다. 주변에 뭐 집힌다고 물건 들면 안 된다. 기본적으로 특수가 붙는다. 폭행이 아니고 상해가 되면 특수상해로 되는데 특수상해에는 벌금이 없고 무조건 징역형이다. 법조문에 있는 위험한 물건이라는 게 흔히 생각하는 흉기, 이런 게 아니고 스마트폰으로 신고 안 하고 때려도 위험한 물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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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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