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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면 ‘채상병 사건’ 안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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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이내훈의 아웃사이더] 26번째 기사입니다. 이내훈씨는 프리랜서 만화가이자 정치인입니다. 주로 비양당 제3지대 정당에서 정치 경험을 쌓았고 현재는 민생당 소속으로 최고위원과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습니다. 이내훈의 아웃사이더는 텍스트 칼럼 또는 전화 인터뷰 기사로 진행됩니다.

 

[평범한미디어 이내훈 칼럼니스트]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또 다시 공전하고 있다. 채상병 사건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은 ‘VIP 격노’의 정체를 밝힐 목적으로 특검을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대한민국 국회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

 

 

필자가 상근예비역으로 군복무를 했던 2004년 당시 사무실 달력에는 “사망사고 한해 100명 이하로 줄이기”라는 표어가 붙어있었다. 그런데 이 표어는 아직도 유효하다. 군 사망사고는 2020년에 이례적으로 55건까지 줄었었지만 이내 상승하여 2021년엔 103건, 2022년엔 93건으로 늘어났다. 연 평균 100여명이 청년들이 군대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사망 원인들 중에는 자살이 42~83건 내외로 가장 비중이 크고, 그 다음이 군기사고(형사처벌대상)와 안전사고 등이다. 자살, 군기사고, 안전사고의 공통점은 전부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래서더 더욱더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막을 수 있는 희생이었다.

 

채상병 사건도 마찬가지다. 유속이 빠르고 위험했던 만큼 하천 수색이 무리라는 현장 간부의 판단이 있었지만, 상급자는 ‘사단장님 강조사항’이라는 명목으로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못 하게 하고 해병대 심볼이 드러나는 복장으로 통일하라고 지시했다. 군사 작전에 비유하자면 고지를 점령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지뢰밭으로 달려가라는 명령과 다르지 않다.

 

사람이 계속 죽는데 군대는 왜 바뀌질 않는 것일까?

 

한국 남자들은 군대에서 누가 얼마나 큰 고생을 했는지 무용담처럼 이야기 할 때가 있다.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대체로 과장과 뻥을 섞어 군대의 특징인 폐쇄성에 기인한 비상식적인 일들을 얼마나 자주 버텨냈는지 자랑이라고 떠벌릴 때가 많아진다. 좋은 인생 경험을 하고 제대했다는 남자들이 말하는 그때 그 시절의 군대는 개인의 기억 속에 머물러야지, 요즘 군조직에서 본받으면 절대 안 된다. 절대 재현되면 안 되는 과거의 일들이어야만 한다. 국민들이 채상병 사건에 공감하고 분노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나라는 세계 경제 11위권 선진국 소리를 듣고 있는데, 군대는 나아진 게 없고 여전히 쌍팔년도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해할 수 없는 군기 문화, 비합리적인 상명하복, 무조건 보여주기에만 치중하는 기조 등등.

 

 

최근엔 병사 스마트폰 사용, 월급 인상 등등 처우가 많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긴 한다. 그러나 한국 군대의 속성이 그렇듯 착시에 불과하다. 군대의 폐쇄성과 경직성이 어느 정도냐면 <D.P>에서 조석봉 일병(조현철 배우)이 그랬듯 6.25 때 쓰던 수통을 2010년대까지 썼다. 필자도 50년 넘은 수통을 그대로 사용했었다. 2017년이 되어서야 김광진 전 의원이 문제제기를 해서 수통이 새롭게 교체되고 점차 바뀌어갔는데 지난 70년 동안 그 누구도 이런 어이없는 낡은 군대에 대해서 NO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한국에서 군대는 기피 대상이자 인생을 낭비하고 희생하는 “뺑이”치는 곳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이런 군대가 바뀌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왜냐고? 현장 지휘관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데 늘 무시되기 마련이고 여전히 보여주기식 작전을 밀어붙이는 관행이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인재가 아닌 폐쇄적인 문화에서 자기 보신에 뛰어난 사람들만 각광 받는 인사 정책도 문제고, 국가에 봉사하러 끌려온 병사들을 하인처럼 부리는 악습도 문제고, 직업 군인에 대한 열악한 처우를 방치하면서도 정신승리로 떼우고 있는 오기도 문제다.

 

채상병 사망 사건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특검으로 ‘VIP의 격노’만 밝혀내면 모든 군대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굴고 있고, 집권 여당 국민의힘은 오직 대통령 방탄과 감싸주기에 혈안이 돼 있다. 진짜 중요한 것은 한국 군대 자체에 대한 대수술과 개혁인데, 이것은 절대 군대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정치권은 한국 군대의 본질적인 문제점에 천착해야 한다. 장담하건데 이대로라면 정권이 바뀌어도 또 다른 채상병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명심해야 한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채상병 특검을 받아들이길 바라고, 민주당은 군대 개혁안을 제시하길 바란다. 그리고 여야 모두 국방위 차원에서 TF를 꾸려 장기적인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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