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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물의 압력’ 누구든 빨려들어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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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하천 보 위에서 물놀이를 하던 남성이 갑자기 중심을 잡지 못 하고 넘어졌다. 물에 빠진 위기 상황에서 배수관의 압력에 못 이겨 빨려들어가고 말았다.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든 구조해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속수무책이었다.

 

3일 15시 경기도 가평군 상면의 한 하천 보 위에서 50대 남성 A씨가 물놀이를 하다 배수관으로 빨려들어가 숨졌다. 지름 1미터짜리 배수관이었는데 성인 남성을 집어삼킬 만큼 엄청난 수압을 일으켰다. 근처에서 함께 피서를 즐기고 있던 딸과 사위 등 가족들은 A씨의 비명을 듣고 바로 구조활동을 벌였지만 너무나 큰 압력으로 인해 A씨를 빼내지 못 하고 그대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조대원들은 장비를 이용해 A씨를 구조했으나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급한대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가평경찰서는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여름철 피서지로 자주 선택되는 바다와 계곡보다 더 위험한 곳이 하천이다. 겉보기엔 수심이 얕고 물의 흐름이 느린 것 같아 보여도, 공간에 따라 수심이 깊은 데가 있고 물 안의 유속은 꽤 빨라서 순식간에 발이 닿지 않는 부력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 유속에 휩쓸려서 떠내려가기 쉽다. 하천 바닥 기준 아래에서 3분의 2 지점의 유속이 무척 빠르기 때문에 순식간에 화를 당할 수 있는 것이다. 흔히 하천의 ‘보’ 위에서 놀면 인공 계곡 또는 간이 수영장 같아서 재밌게 놀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보’는 본질적으로 용수를 취수하기 위한 용도로 설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물의 흐름이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즉 역류하지 않도록 높게 조성돼 있다. 그래서 안전 조치를 취해놓지 않는 이상 하천 보 위에서 물놀이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번 사고처럼 배수관에 빨려들어가는 비극은 일반적인 하천 익사 사례들과는 결이 다르긴 하지만 아주 조심해야 한다. 물이 빠지는 배수구의 압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수영장 배수구에 4살 아이의 팔이 빨려들어가기도 하고, 호수의 수문 개보수 작업을 하던 잠수사가 취수구에 빨려들어가 숨지기도 하고, 조력발전소가 있는 경기 안산 시화호에서 레저용 고무보트가 배수로로 빨려들어가서 낚시객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적도 있다.

 

 

실내 시설이든 실외 시설이든 전부 안전 조치가 미흡해서 발생하게 된 측면이 있다. 실내 시설 같은 경우 관리 소홀로 인해 이용객이 있음에도 배수구 뚜껑이 열리게 되는 상황을 초래하는 것이 가장 문제적이다. 실제 2017년 3월 전북 정읍시의 한 목욕탕에서 8세 어린이가 지름 8.5cm 배수구에 다리가 빨려들어가 끝내 숨지는 사고가 났던 적이 있다. 당시 목욕탕 직원이 마감 시간도 아닌데 미리 탕의 물을 빼기 위해 배수구 뚜껑을 개방해놨던 것이 화근이었다. 이용객들이 남아 있었음에도 ‘탕 이용 금지’라는 표시를 하지도 않은 채 미리 배수구 뚜껑을 열었던 만큼 업주와 직원의 형사책임(업무상과실치사)은 매우 무거울 수밖에 없다. 목욕탕의 물을 뺄 때 발생하는 배수 압력은 무려 49kg이라서 어린이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손과 발이 순식간에 빨려들어갈 수 있다.

 

댐, 하천 보, 호수 등 외부 시설에서는 배수관 빨려들어감 사고를 경고하는 차원에서 물놀이와 입수 금지를 팻말로 명시해놓지 않아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팻말을 넘어 접근 금지 펜스라도 설치해놔야 확실한 안전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수압에 못 이겨 빨려들어가는 사고는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허나 여타 안전 사고 종류들에 비해 빨려들어감 사고는 안전 상식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안전 관리의 측면에서도 부족하다. 그만큼 드물게 발생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지자체 차원에서 이런 유형의 사고 대비책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하루 빨리 공개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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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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