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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수거 트럭 운전자의 변명 "뒤에 사람 있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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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30대 여성 A씨가 아파트 단지에서 후진하는 쓰레기 수거 차량에 치여 숨지는 참변이 발생했다. 안타까운 사고는 지난 16일 아침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났다. 피해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한순간의 부주의로 소중한 일상을 영영 누릴 수 없게 되었다.

 

A씨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핸드폰을 사용하며 고개를 푹 숙인 채 이동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만 후진하던 쓰레기 수거 차량(운전자 B씨)을 미처 보지 못 해 그대로 치이고 말았다. 여성은 머리를 크게 다쳤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사고 목격자 C씨는 “쓰레기 수거 차량에서 후진할 때 알림음이 울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쓰레기 수거 차량 등 온갖 화물 트럭들은 통상 아파트 단지와 같은 곳에서 “띠리리리리띠리리리리” 알림음을 내면서 아주 천천히, 보행자가 예측가능하도록 후진을 한다. 대형 차량 운전자는 뒤를 살피면서 아주 천천히 움직여야 하는데 그날따라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알림음조차 내지 않고 비교적 빠른 속도로 후진을 했다.

 

실제 CCTV 영상으로 봤을 때 단지 내에서 하는 것 치고는 후진 속도가 너무 빠른 감이 있다. 사고가 날 가능성이 충분했다고 보여질 정도였다. 그동안 평범한미디어는 덤프트럭 사고에 대해 다룬 적이 많은데(덤프트럭에 치인 자전거/선릉역 라이더 참사/할머니 들이받은 덤프트럭 기사) 큰트럭을 운행하는 직업 운전자들의 시야에 노출되지 않는 사각지대로 인한 부분이 주효했다. 이번 사고도 마찬가지로 사각지대가 있었다. 후진할 때 양 옆 사이드미러로는 후면 중앙에 있는 사람을 제대로 인지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큰 트럭을 운전할 때는 항상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또 유념해야 한다. 아파트 단지 등 보행자가 언제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곳들에서는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대라도 반드시 주위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진짜 “이렇게 느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천천히 후진하면서 전후좌우 사방을 확실히 살펴야 한다.

 

특수 차량들은 대부분 후진 알림음이 의무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큰 트럭, 지게차 등이 그렇다. 

 

지게차 운전자 D씨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지게차는 물론이고 다른 특수 차량들도 거의 다 후진 알림음이 있는데 이걸 시끄럽다고 끄거나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라며 “아마 고장이 났거나 그랬을 것 같은데 그걸 수리하지 않은 듯 하다”고 말했다.

 

B씨가 고의로 알림음이 안 들리도록 했던 것인지, 고장 수리를 하지 않은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후진 알림음이 미작동했다는 것 자체가 중대한 문제다. B씨의 과실치사 혐의는 둘 중 어느 경우라도 매우 무겁다.

 

 

C씨는 “피해자가 핸드폰을 보며 지나가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분명 A씨의 과실도 있다. 스마트폰 보행은 생각보다 매우 위험하다. 과거 피처폰 시대에 비해 스마트폰은 SNS, 유튜브 등 일시적 집중도를 요구하는 요소들이 무한대로 많다. 예컨대 넷플릭스로 <오징어게임>을 시청하며 걷는다고 가정해보자. 1미터 앞에서 고성방가를 질러도 안 들릴 수 있다. 무엇보다 고개를 숙이며 걷기 때문에 시야가 매우 좁다. 그런데 대형 차량이 후진하고 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특히 요즘 길거리에 나가보면 보행자, 자전거,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등이 어지럽게 섞여서 돌아다니고 있다. 여기에 불법 주정차 차량까지 길거리의 원활환 교통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무지 많다. 

 

그래서 평범한미디어는 '스몸비 현상'(스마트폰+좀비)에 대해 기획 보도(‘스마트폰’ 보며 걷는 사람들)를 한 적이 있다. 

 

스마트폰 보행은 작게는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거나 △다른 사람과 부딪히거나 △최악의 경우 맨홀 같은 깊은 곳에 빠질 수 있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제일 위험한 것은 스마트폰에 에어팟까지 끼고 보행하는 것이다. 시야도 좁은데 '노이즈 캔슬'로 주변 소리까지 들을 수 없다면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고 뒤통수를 갈겨도 그냥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그러나 요즘 다들 귀에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고 음악 또는 영상을 소비하며 걷는다. 이미 익숙해졌다. 아슬 아슬 곡예 보행을 하는 것에 적응해 버렸다.

 

 

길거리를 걸을 때는 보행에 집중 하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오랜 시간 이동할 때는 지루할 수 있다. 그래서 굳이 그래야 한다면 둘 중 하나는 하지 말아야 한다. 폰으로 인터넷을 할 거면 신호 기다릴 때나 잠깐씩 보든지 아니면 이어폰으로 음악만 듣고 시선은 전방을 향해야 한다. 최소한 이것만 기억하자.

 

이외에도 보행자는 대형차 근처에서 특별하게 조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능하면 대형차 바로 뒤쪽으로는 이동하지 않는 게 좋다. 대형차가 느린 속도로 다가온다 해도 사람에게는 충분히 위협적이고 큰 부상이나 사망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느리고 아직 멀리서 오고 있으니 괜찮겠지? 전혀 그렇지 않다. 유튜브 짤에 집중하다가 코앞에 다가온 대형차를 마주할 수도 있다.

 

현재 서울서대문경찰서는 B씨를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고 집중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B씨는 “뒤에 사람이 있는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B씨의 고의성은 현실적으로 없다고 봐야 겠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B씨의 안전불감증과 부주의는 상당히 중대한 과실이다. 평범한미디어는 B씨에 대한 조사 결과, 검찰 송치 과정 및 재판 결과까지 예의주시하며 이 문제를 깊게 보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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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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