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제3지대 연대론에 적극적인 '심상정'과 부정적인 '한창민'

배너
배너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정의당 내 대표적인 친민주당계 성향인 한창민 전 부대표가 사실상 심상정 후보의 양당체제 종식 행보에 견제구를 날렸다. 심 후보는 기득권 양당체제를 종식하기 위해 누구보다 제3지대 후보들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전 부대표는 “우려되고 회의적”이라며 “솔직히 불만”이라는 식으로 코멘트했다. 물론 대놓고 그런 것은 아니고 에둘러 표현했다.

 

 

한 전 부대표는 26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고정 코너 ‘해뜰날클럽’에 출연해서 “(양당 위주로 흘러가는 대선 구도에서) 다른 정치 세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 정도라고 생각을 하고 사안별 공조는 가능하지 않겠냐 이 정도지 다른 의미로써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면서 “오징어 게임에서 이야기하는 진짜 깐부는 아니”라고 밝혔다.

 

심 후보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양당체제 종식을 위해 먼저 안철수 후보(국민의당)와의 “조건없는 만남”을 제안했는데 이를 두고 한 전 부대표는 “그렇게 묶이는 것도 나는 솔직히 불만”이라고 말했다.

 

사실 현재 흘러가고 있는 모양새는 이런 거다. 심 후보는 양당체제 종식을 위한 폭넓은 연대와 공조를 포함해서 매우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안 후보는 심 후보의 러브콜에 대해 호응은 하되 오직 ‘쌍특검 제안’을 위한 원포인트 논의로만 그 의미를 국한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날 <뉴스공장>에서는 정반대였다.

 

‘해뜰날클럽’ 국민의당 몫을 맡고 있는 김윤 서울시당위원장은 “우리는 굉장히 적극적”이라며 “왜 그러냐면 이런 질문들을 간혹 던지던데 어떻게 정의당하고 국민의당하고 같이 이렇게 공통의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느냐”라고 운을 뗐다.

 

그러자 한 전 부대표는 중간에 끼어들어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가까워지고 있는 그림 자체가 “불만”이라고 피력했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열린우리당 나아가 현재도 노무현재단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한 전 부대표 입장에서, 안 후보의 국민의당이 정의당과 가까워지는 프레임 자체에 질색팔색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故 노무현 대통령과 안 후보는 별다른 악연이 없지만 노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안 후보와 유달리 악연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의당에서 탈당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정의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천호선 전 대표, 박창진 부대표, 정호진 수석대변인, 오봉석 광진구위원장 등은 한 전 부대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정의당이 민주당과 폭넓은 협력을 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론에 시달리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한 전 부대표는 현재 심 후보의 정치 전략이 맘에 안 드는 것이다.

 

한 전 부대표는 “당의 입장과 흐름은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나의 개인적 입장도 여기에서는 가능하다”면서 “이런 식으로 오히려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국민들의 공감대와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확신이 보여지지 않는다면 이런 정치적인 전략 자체가 좀 우려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부분에서 동의하는 사람과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생겨난다고 하면 오히려 조금 더 나은 정치적 비전으로 가는 것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공장>에서는 친민주당계 한 전 부대표가 국민의당과 엮이기 싫어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심 후보는 누구보다 안 후보와 함께 손을 잡는 그림을 원하고 있다. 반면 안 후보는 심 후보의 적극적인 구애가 조심스럽지만 김 위원장은 양당체제 균열을 위해서라면 두 당이 좀 더 밀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양당 적폐를 같이 견제하고 힘을 모을 수 있는 부분들은 최대한 기존의 이념적 단순한 지형을 넘어서서 함께 해야 된다. 이런 것에 굉장히 적극적”이라고 역설했다.

 

김어준 공장장은 대놓고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밀고 있기 때문에 제3지대 공조가 잘 안 되길 원하는데 이 자리에서도 자꾸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초민감해하는 ‘그래서 단일화를 할 것이냐’라는 쪽으로 대화의 방향을 몰고가려고 했다.

 

김 공장장은 “어쨌든 제3지대 후보들 주목도가 너무 떨어지다 보니까 세분(심 후보/안 후보/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이 다함께 모여서 주목도도 높이고 다당제의 필요성에 대해서, 효용가치에 대해서도 어필하고 그런 선거 전략은 이해가 간다”며 “그런데 어쨌든 대선은 한 사람의 대통령을 뽑고 정당을 선택하는 거니까 거기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그 다음은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거냐. 그럼 각자 3인이 최대한 이 기회에 존재 가치를 높인 다음에 완주하자는 거냐 아니면 3인이 잘 회동하여서 선거 때는 그러면 이 체제 안에서는 한 사람을 최종적으로 밀어 주자라든가. 그 전략이 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어 “그냥 (모여서) 회의는 할 수 있다. 그런데 회의만 하는 건 의미가 없다. 구상이 궁금한 것이다 구상”이라고 재차 압박했다.

 

그러자 김 공장장의 의도대로 김 위원장과 한 전 부대표의 시각차가 더욱더 부각됐다.

 

김 위원장은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데 나는 마지막 가능성까지 열어 두는 게 맞다”고 답했고 김 공장장은 “마지막 가능성이라고 하면 지금 말씀하신대로 3인 중 한 사람?”이라고 되물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왜냐면 신구 적폐를 청산하는 문제가 워낙 절박하고 근본적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그러니까 3인 단일화?) 그런 전략을 통한 방법도 배제하면 안 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쉽지는 않지만 이 부분의 과제는 굉장히 절실하고 절박한 게 있기 때문에 진도가 나갈 것”이라는 게 김 위원장의 전망이다.

 

듣고 있던 한 전 부대표는 바로 “그 부분은 내가 말씀드리겠다. 그것은 아니”라며 “그런 희망사항은 바라지도 않는다”고 일축했다.

 

 

목적을 달성했는지 김 공장장은 바로 “(김 위원장과 한 전 부대표 개인의 의견 교환임에도) 정의당하고 좀 생각이 다르네”라고 멘트를 날렸다.

 

사실 이날 김 위원장은 초반부터 단일화에 대해 긍정한 것이 아니었다.

 

김 위원장은 코너 초반에 김 공장장이 3인 단일화로 몰고가니까 “단일화 문제까지 지금 꺼내는 건 너무 빨리 가는 것”이라며 “일단 공통분모 이런 부분들을 서로 확인하고 그리고 또 세 사람들 모여서 밀당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은가? 방금 이야기한대로 정의당의 전통적인 당원들도 그것에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공감대 형성 과정이 필요하고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냈다.

 

그러나 한 전 부대표는 양당의 공감대 형성 정도의 멘트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고 “그건 어렵다고 보여진다”고 반응했고 진보와 중도의 제3지대 연대 자체를 “이념과 가치를 버리고 공학적으로 하자”는 것으로 규정했다.

 

한 전 부대표도 누구나 교과서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양당체제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거론을 했다.

 

한 전 부대표는 “양당체제의 종식에 대한 약간의 사안적인 공조 이 정도 이야기지 그 이상으로 나가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고 두 당이 정책 공조를 하는 것에도 “약간의 다리를 걸쳐놓는 이런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잘 설계되어져야 된다”고 극히 경계했다.

 

거듭해서 한 전 부대표는 “그 이상으로 나가고 확대 해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껏 두 당의 콜라보에 기대를 걸었던 김 위원장은 “그러면 심상정 후보하고 상당히 생각이 다른 거네?”라며 “내가 알기로 심상정 후보가 이 부분을 오히려 먼저 적극적으로 제안했고 우리도 그 부분에 진정성이 있다고 봐서 응하는 것”이라고 환기했다.

 

결론적으로 김 위원장은 “심상정 후보 같은 경우 아까 이야기한대로 서로 간의 어쨌든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가치나 기반이 다른 데 이걸 뛰어넘어서 이번에 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에 관한 굉장한 정치적 상상력과 도전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그걸 해 보겠다는 것”이라며 “진취적으로 열어놓고 추진해보자”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한 전 부대표는 “과연 우리가 진취적인 회동의 내용들이 나올 수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이긴 하다”고 손사레를 쳤다.

 

한 전 부대표도 분명 양당 균열론에 뜻이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통상적인 이야기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그러니까 한 전 부대표는 코너 말미에 가서 양당체제가 깨져야 된다는 초반의 당위론을 내던지고 “큰 거대 정당이 진짜 어떤 새로운 걸로 대선 판을 꾸리느냐. 이게 더 중요하다”면서 “이 과정에서 선대위를 가지고 몇 달 동안 대선이 치러진다는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다. 이제는 작은 정당뿐만 아니라 큰 거대 정당에서도 선대위 빨리 꾸린 다음에 선대위를 가지고 국가 비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고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다.

 

이미 존재하는 양당이 더 잘 해야 한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양당체제의 구조적 한계를 전복시키는 것보다 양당이 빨리 정신차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는 시각은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다. 양당체제 위주의 사고방식에 갇히는 도돌이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묘하게도 심 후보와 김 위원장이 연대의 최대치를 말하고 있고, 안 후보와 한 전 부대표는 연대의 최소치를 바라보거나 이마저도 어그러지기를 원하고 있다.

 

안 후보는 26일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원내 네 정당이 모두 역할을 담당하는 쌍특검을 제의했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흔쾌히 답을 해주셨다”며 “언론 일각에서는 연대와 공조를 거론하며 여러 가지 정치적 해석을 하고 있다.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환기했다.

 

즉 “공조와 연대라는 정치 공학적 의미 부여는 정치적 과잉해석”이라는 것이다. 오직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양대 의혹을 해소하는 쌍특검에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원포인트 협력을 하는 것으로만 봐달라는 의미다.

 

안 후보는 “그런 화답을 먼저 심상정 후보가 해주신 걸로 알고 있다”고 했지만 사실 심 후보의 메시지는 그렇게 협소하지 않다.

 

심 후보는 앞서 언급한 그 기자회견에서 “(안 후보와) 빠른 시일 내에 조건없이 만나 양당체제 종식을 위한 연대를 포함해 현안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들을 교환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했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오늘 처음으로) 제안드렸고 이제 실무적으로 일을 하겠다. 그동안 서로 정치교체와 관련한 문제의식들은 다양한 자리에서 확인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구체적인 방법, 주체 이런 점에 대해서는 만남을 통해서 서로 의견 교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단지 언론을 통한 제안을 넘어서서 직접 만나 뵙고 어디까지 함께 할 수 있는지 하는 부분을 좀 적극적으로 끌어내면서 공조의 범위나 시기나 이런 것들을 판단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어디까지 함께 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끌어내보겠다”는 것이 심 후보의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김동연 후보의 입장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양당체제 균열론에는 격하게 공감하나 ‘심 후보나 안 후보 모두 기득권자’이기 때문에 그 기득권부터 내려놓아야 된다는 주장이다. 물론 그것이 선결 조건은 아니고 “우선 천안삼거리에서 만나자”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프로필 사진
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