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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은 왜? '양당제' 직접 깨지 않고 '당위'만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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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새로운물결(창당준비위원회) 대선 주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거대 양당제의 벽을 깨는 데 힘을 합쳐달라고 호소했다.

 

 

김 전 부총리는 양강 후보들이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 혐오를 넘어 후보 혐오까지 불러왔다”면서 “비전과 정책 컨텐츠가 아니라 서로 비방하고 네거티브하고 흠집내기하고 있고 과거 얘기하며 싸우고 있는 이런 이전투구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그런 (양당제) 균열의 기회가 오히려 벌어지고 있지 않나 싶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는 17일 13시반 광주광역시의회 3층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고 평범한미디어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거듭해서 김 전 부총리는 “이 기회에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분명히 직시해서 이걸(양당제를) 깨는 데 같이 힘을 합쳐주셨으면 좋겠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또 다시 대한민국이 과거의 갔던 길로 또 갈 것 같아서 심히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사실 평범한미디어는 지난 12일 저녁 김 전 부총리의 전남 여수 일정 때 직접 찾아가서 양당 체제의 균열을 위해 멍석을 깔고 있는 ‘대선전환추진위원회’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다. 그러나 김 전 부총리는 “처음 들어봤다”는 반응이었고 “그런 움직임이라면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좀 더 알아보고 입장을 내겠다”고 답했다.

 

그래서 평범한미디어는 5일 뒤 다시 묻기 위해 기자간담회에 참석을 했고 △대선전환추진위 이외에도 △안병진 경희대 교수 △장석준 전 정의정책연구소 부소장 △김수민 평론가 등이 비슷한 취지의 주장들을 쏟아내고 있는 만큼 그런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조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제안했다.

 

왜냐면 안 교수의 상상력처럼 “이들(안철수·김동연·심상정)은 양당이 서로 증오하면서도 상대의 헛발질에 의존해 공생하는 악순환 체제를 무너뜨려야 정작 자신들이 원하는 이념을 조금이나마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세 후보의 정책 가치와 이념이 꽤 많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공통 화두와 이해관계”가 더 크다고 봤다.

 

 

안 교수는 연대의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안 교수는 “어디 한번 물어보자. 심상정이 긴급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제안한 기후정의와 일자리 보장제가 현재 정의당 수준의 영향력을 가지고 차기 정부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있겠는가? 제로. 안철수가 잘 할 수 있는 과학기술중심국가론은 어떤가? 제로. 김동연이 훌륭하게 제안한 초당적 공약위원회가 정치양극화 현실에서 실제로 성과를 낼 가능성은? 마이너스”라는 차가운 현실을 묘사하며 이렇게 제안했다.

 

“나 같으면 우선 심상정 후보가 제안한 양당체제 종식 공동선언부터 하겠다. 그리고 세 후보의 출마의 변을 모아 ‘기득권 해체와 시민의 삶에 기회를 주는 선진국’으로 통일하겠다. 기후정의, 단계적 주 4일제, 차별금지법 등에서 안철수와 김동연은 조금 더 미래지향적인 좌표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이 이슈들은 모두 서구 자유주의자들의 주요 화두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심상정은 안철수, 김동연의 4차산업혁명 관련 공약들과 접점을 더 만들었으면 한다. 심상정은 김성식, 채이배, 김관영 전 의원 등 탁월한 중도주의자들(공공정책전략연구소)이 만든 보석 같은 대선 아젠다 리포트를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이후 대한민국의 다원주의 미래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함께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흥미로운 경쟁과 협력의 장을 펼쳐나가길 권한다.”

 

김 전 부총리는 위 인물들 못지 않게 ‘양당 균열론’을 신봉하고 있다. 양당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양당 구조 균열을 주장해준 것에 대해 동의하고 반갑게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의 이 40년 동안 권력을 분점해온 이 기득권 카르텔 구조를 깨지 않고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거대 양당으로부터 (제안 받은) 총선, 서울시장, 대선, 총리직 다 거절하고 이 길을 택했다는 말씀을 앞에서도 드렸는데 나는 정치판을 붕어빵 틀에 비유했다. 붕어빵 틀에 아무리 좋은 밀가루 새 반죽 넣어봐야 나오는 건 붕어빵이다. 이 붕어빵 틀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붕어빵 말고 빵이 나올 게 없다. 이 틀을 깨는 것이 지금 기자께서 질문한 것처럼 양당 구조를 깨는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풀어냈다.

 

그런데 김 전 부총리의 말 속에는 ‘당위’만 있고 어떻게 노력하겠다는 ‘의지’나 ‘전략’이 없다. 지긋지긋한 양당제의 어둠이 짙어서 곧 균열의 동이 틀 것이라는 타이밍만 기다리고 있다. 뭘 하겠다는 액션 플랜이 없다.

 

 

안 교수는 김 전 부총리의 이러한 행동양식에 대해 “한국 (특히 50대 이상 남성) 엘리트들 특유의 왕자병이 지긋지긋하다”고 일축했다.

 

무슨 말이냐면 “이들은 김대중과 노무현이 왜 자신의 모든 걸 걸고 가치가 다른 세력들과의 연합이나 단일화를 만들어 냈는지 결코 이해하지 못 한다. 자신들은 더 뛰어나서 김대중과 노무현과 달리 홀로 선 마크롱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결선투표제도 없는 한국에서”라는 것이다.

 

실제로 김 전 부총리는 이날 완주 의지를 다지면서 “(양당으로부터 스카웃 제안을 거절했고) 현실적인 문제도 중요하지만 정치판 교체를 위해 몸을 던졌다”고 말했다. 희생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양당체제의 수렁에 빠진 대한민국을 건져내는 ‘구원자’로 포지셔닝하는 것이다.

 

김 전 부총리는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15시반 광주 지역 ‘아반떼’(지지 그룹/아래로부터의 반란을 일으키는 무리)를 만난 자리에서 “주변 사람들이 다들 지지율로 걱정을 해주는데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나는 거북이고 다른 후보들은 토끼”라며 “지금은 토끼가 앞서가는 것 같지만 기득권 댐이 무너져 선거판이 물로 가득차면 결국 거북이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양강 후보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반드시 본인이 조명을 받는 기회가 올 것이고 “판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포부다. 그러나 세 후보가 힘을 합쳐도 공고한 양당 후보 중 한 축을 무너뜨리는 것조차 현실적으로 벅차다. 일단 힘을 합쳐야 게임체인저가 될까 말까한 상황이라는 게 객관적 진단이다.

 

 

김 전 부총리는 거대 양당판 밖에서 상대적으로 개고생을 하고 있는 안 대표와 심 후보에 대해 “제3지대도 하나의 기득권”이라면서도 그 기득권을 내려놓고 양당 균열론에 대한 진정성을 보인다면 “충분히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조건을 달았다.

 

‘기득권 내려놓기’와 ‘진정성’인데 후자는 두 후보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뭘 내려놓으라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구체적이지 않다.

 

기자간담회에서 김 전 부총리는 “제3지대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측면에서 실패한 이유에 대한 원인 분석을 했다. 똑같은 얘기를 다시 드린다”며 “지금 다른 분들도 이 판 자체를 바꾸는 진정성을 갖고 있고 또 단순한 정치공학이나 기존 정당을 따라서 하는 것이 아닌 정말 새로운 방법으로 우선 자기가 가진 기득권부터 내려놓는다면 (중략) 기득권을 깨고 기회의 나라로 만들려고 하는 그런 말씀에 동의한다면 나는 충분히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좀 더 상황을 봐야겠지만 그렇지만 그저 단순히 그분들이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또 누구 합치기 위한 어떤 전단계 작업이라든지 또 그동안 국민들에게 실망을 줬던 중도실용의 그런 행태를 보이거나 그런 식의 정치공학 하는 거를 전혀 바라지 않고 참여할 생각이 없다.”

 

 

안 교수가 ‘특유의 왕자병’ 증세를 보이고 있는 인물 리스트 안에 김 전 부총리를 포함한 것으로 해석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김 전 부총리는 제3지대의 실패 원인을 말하면서 “정치판 전체를 바꾸려는 비전을 제시하고 매진하기 보다는 후보로 나선 사람들이 대통령 되는데 중점을 뒀다”고 비판했다.

 

김 전 부총리는 안 대표에 대해 ‘비전 제시’ 보다는 ‘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권력욕에만 치우쳤다고 대놓고 평가절하를 한 것이다. 반면 자신은 ‘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권력욕이 없진 않더라도 공약 발표 등 비전 제시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에 다르다는 것이다.

 

나아가 김 전 부총리는 안 대표의 중도 실험에 대해 “제3지대 철학과 내용 면에서, 대통령이 되려는 것 외에 다른 면에서 진정성과 내용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하드웨어 측면에서 새로운 정치 방법도 결국 기존 정당을 따라서 했다”고 꼬집었다.

 

이날 기자간담회 서두에서 김 전 부총리는 진보와 보수, 정부 개입주의와 시장주의, 성장과 분배 등 전세계적으로 상이해보이는 두 축이 수렴하고 있는 것이 대세라고 환기했다. 그러나 정작 김 전 부총리 자신은 아직 다른 세력과 수렴하지 못 하고 조건부를 내세우고 있다. ‘무조건 우선 만남’을 통해 차이를 수렴해가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대의를 위해 “시도해야 하는 불가능의 기예”가 정치의 본질이라던 안 교수의 조언을 되새겨봐야 할 시점이다.

 

 

김 전 부총리는 안 대표가 걸어온 가시밭길 정치 역정의 한계에 주목하기 보단 의의에 조명을 비추어야 한다.

 

장석준 전 부소장은 프레시안 칼럼을 통해 이렇게 표현했다.

 

“그렇기에 나는 동료 시민들에게 감히 말하고 싶다. 이번 대선에서 양대 정당 중심의 제6공화국 정치에 도전하려는 모든 시도는 정당하다고. 양대 정당 독점 정치를 교란하고 타격하며 조롱하고 전복하려는 일체의 시도는 정당하다고. 아니, 제6공화국의 황혼 속에 치르는 이 선거에서는 오직 이런 실천들만이 진정한 정치적 선택이자 행위일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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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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