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김인식 기자] 지난 12월25일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저자 조세희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조 작가와 '난쏘공'이 우리 문학사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난쏘공은 1978년 초판 발간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도시 하층민의 고통을 간결한 문체와 환상적 분위기로 잡아낸 명작‘이라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난쏘공은 '광주 대단지 사건'을 소재로 하고 '상대원공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수능이나 모의고사에도 나오는 유명한 작품이지만 조 작가는 생전에 여러 차례 난쏘공이 유효한 시대 담론으로 남아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 이상 도시 재개발로 밀려나는 하층민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고,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난쏘공에 공감하지 않는 사회가 도래했으면 하는 선배 세대의 소망이었다.
1997년 창간된 계간지 '당대비평'에서 함께 작업했던 역사비평사 정순구 대표는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당대비평 창간호가 나오던 날 나는 입으로 치익 소리를 내며 부탄가스 흡입 묘기를 선보이며 조세희 선생께 재롱을 부렸다. 그런데 세상 물정에 어둡고 매사에 진지하던 선생이 걱정스런 얼굴로, 내가 늘 젊었을 때 뭐든 해봐야 한다고 말했지만 가스 마시는 것은 아니야. 나중에 후회해라고 말했다. 나의 유치한 장난을 믿으셨다는 것을 오히려 믿을 수 없었지만 바로 장난이었다고 사실대로 밝혔다. 선생은 평생 그렇게 감쪽 같은 묘기는 처음 봤다며 박장대소, 포복절도를 했다. 나는 그의 감동적인 반응에 진심으로 선생의 팬이 됐다.
정 대표는 조 작가에 대해 문학과 삶의 자세가 하나였던 사람으로 기억한다. 시대의 문제를 꿰뚫어 보는 난쏘공의 저자였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무척 순박하고 선한 사람이었던 조 작가는 우리 곁을 떠났다. 남아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현재와 미래에서 난쏘공이 주는 메시지가 현실에서 유효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조 작가가 원하던 일이다. 조 작가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