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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해방과 인간해방이 같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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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교사 출신으로 노동운동가의 삶을 살고 있는 전국결집(노동해방을 위한 좌파활동가) 이영주 공동대표는 2015년 민주노총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있을 때 민중총궐기 집회를 기획하며 깨달은 바가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당시 박근혜 정부에 촉구하는 11대 요구안의 내용을 채우면서 “일하는 사람 모두의 권리”를 핵심 기조로 잡았다. 그런데 장애인단체로부터 문제제기를 받았다.

 

저희는 일하는 사람들이란 부분을 모두가 동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일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놓치고 있었다. 일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사람들의 권리를 노동자들은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이다. 우리가 노동권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순간 그들은 배제된다.

 

 

지난 7일 시민교육채널 ‘길’에 업로드된 <현장 노동운동가 대담>에 출연한 이 대표는 ‘노동 해방인가, 인간 해방인가?’라는 커다란 질문에 대해 “실제 노동 해방이라고 이야기할 때 우리는 당연히 노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전제 위에서 사고하고 있었다”면서 “사실 그런 사고방식도 굉장한 폭력이구나”라고 답했다.

 

18세기에 자본주의의 싹이 태동하면서 노동자도 탄생했다. 어느 순간 노동운동가들도 자본주의적 위계 질서에 익숙해지고 말았다. 이 대표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우리가 우리도 모르게 계급적 사고를 하고 있고 분리적 사고방식으로 차별과 배제를 하고 있더라”며 “노동 해방과 인간 해방이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물론 노동 해방과 인간 해방이 동일하진 않지만 단계적 선후 관계로는 위치시킬 수 있다.

 

노동 해방을 통해 인간 해방을 만들어내는 평등세상을 구축해내기 위해 1차적으로 노동 해방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이 계급 운동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1차적으로 임금 노동에 대한 투쟁은 지속적으로 진행해가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노동 해방의 내용은 뭘까? 이 대표는 인간이 움직여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노동 자체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여기서 노동 해방은 임금 노동(의 제약과 속박)에서 해방된다는 것이지 노동을 없앤다는 개념은 아니”라며 “(노동 해방이 실현된 공동체에서는 자본가 계급에 생사여탈권을 쥐어주는) 임금 노동이 아닌 우리가 하게 되는 노동은 창조적이고 가치가 있는 그런 노동”이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서 인간 해방으로 가기 위한 단계적 노동 해방의 길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 대표는 조직 발전 과정의 차원에서 설명했다. 비유해보면 나 자신이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까지 졸업했다고 해서 “초중고를 다 없애버리자”고 하면 안 되는 것처럼 자신의 성장 수준에만 초점을 맞추고 타인의 성장 과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이 대표는 “정파나 의견그룹들이 굉장히 자기중심적이고 배타적”이라며 “내 정체성이 변화되면 이전의 정체성을 가졌던 것은 다 해체하고 자기는 다른 조직을 만들고 이전의 조직은 없어야 될 것처럼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인간은 계속 성장해가고 있기 때문에 내가 그 과정을 마쳤더라도 유치원과 중학교가 필요한 것처럼 대부분 나의 성장 속도만 생각하는데 그러지 말고 타인의 성장 속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 저희가 만들고 있는 전국결집도 이 고민이다.

 

결국 노동계와 좌파그룹 전체가 어떻게 연대하고 힘을 모아나가야 할지에 대한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이 대표는 그런 취지에서 고민이 깊다.

 

정당도 중요하지만 정당이 아닌 현장 조직이나 활동가들의 조직도 굉장히 중요하다. 아직 한국에서는 정당의 운동이 활성화되어 (노동계와 좌파그룹) 전체를 장악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당이 전체의 운동 조직을 장악할 수 있다면 다른 조직들이 해체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렇게 된다고 해도 이러한 조직체들이 어느 수준까지는 단계별로 있어야 한다. 김영삼과 김대중 등 한국의 정치는 명망가 중심인데 그게 초기 단계다. 그 다음이 민주적 정당활동으로 넘어가고 단계 단계의 활동들이 있을텐데 지금 우리는 일부 사람들이 이렇게 저렇게 되어야 한다고 주장만 할 뿐이지 실질적으로 뿌리에서부터 정치적인 운동이 만들어지지 못 하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이 대표는 “뿌리부터 정치적인 운동이 체계를 갖고 만들어지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동시에 다양성과 상대를 존중하는 정치 운동들이 함께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이 대표는 ‘노동자는 왜 투쟁할 수밖에 없는가?’란 질문을 받고 사람이 살기 위해 밥을 먹는 것과 같다고 답변을 했다. 이 대표는 “왜 밥을 먹냐면 살기 위해서다. 근데 노동자에게 투쟁도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자본주의 체제에서 왜 투쟁을 하냐고 하면 살기 위해서지 다른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정리했다.

 

거꾸로 말하면 왜 밥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아이들이 하지 어른들이 하지 않는다. 밥을 먹어야 하는 이유를 모를 때 한다. 투쟁하고 싶지 않다거나 투쟁을 안 하게 되면 그 노동자는 계급성을 잃어버리고 노동자 계급으로서는 죽게 되는 것이다. 흔히 노예가 된다고 얘기한다. 매일 매일 밥을 먹고 지난달에 먹은 밥이 뭔지 기억하지 못 하지만 그 밥이 날 유지하도록 해주는 것처럼 작년 재작년에 했던 투쟁이 노동의 현실을 하나도 변화시키지 않았다고 해도 오늘의 우리를 유지시키는 하나의 힘이다. 살기 위해서 계속 투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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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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