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노현범씨는 정치유니온 ‘세 번째 권력’에 대해 “스펙 쌓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단순히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으로 넘어가기 위한 경로는 아니고 자기 몸값을 높이는 행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현범씨는 10일 저녁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통화에서 “세 번째 권력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존재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내가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는데 노조 안에서도 부조리하고 무책임하고 비민주적인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데) 그때 보여지는 모습과 굉장히 비슷하고 내부를 비판하면서 자기는 다르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다른 모습을 보여주진 않는다. 그러고 다르다는 걸 갖고 그걸 레버리지 삼아 진짜로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그런 모습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보여진다.
배관 엔지니어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현범씨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사무직지회 조합원으로서 활동해왔고 정의당을 탈당한 전력이 있다. 지난 대선 정국에서는 양당 구도에 균열을 내기 위해 중도와 진보의 제3지대 연대를 추구했던 ‘대선전환위원회(대전추)’에 몸담았던 바 있다. 대전추의 최초 제안자 중 한 사람이 현범씨였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진영논리를 거부하고 제3지대의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는 세 번째 권력에 대해 비판적인 이유가 궁금했다.
현범씨는 모든 정치세력이 일종의 권력의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하면서도 세 번째 권력 주요 행위자들의 행보를 “관심을 많이 받아서 그걸로 이름값을 높이고 그렇게 자기의 몸값을 높이는 일종의 스펙 쌓기”로 규정했고 “그게 반드시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으로 갈 것이라고 얘기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현범씨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출범식에 초대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만 이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던 장애인운동이나 여성운동 인사와의 소통 행보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양당 소속 기성 정치권 인물들과의 소통만 부각하면서 그들과 타협하기 위해(일이 되도록 만들기 위해) 정책 비전의 우클릭만 이슈화하고 있을 뿐, 사회적 약자나 진보진영과의 가교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다.
일단 조성주는 민주노총 때리는 것에 혈안이 돼 있고 민주노총 때리는 거 좋은데 안에서 때리더라도 때려야 한다. 물론 류호정은 노동자 당사자성을 그다지 의심하지 않고 임기 끝나면 다시 들어가서 또 싸우든 뭘 하든 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비판하고 싶진 않다. 장혜영은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과 이준석의 싸움에 있어서 전장연의 편을 드는 건 종종 봤지만 그렇게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문제는 장혜영 자체도 그런 탈시설 관련된 이슈에서 당사자에 가까운데 전장연이 뭔가 할 때 끼어서 들어가는 게 전부다. 세 번째 권력에서 이준석을 초대한 것에 대해 문제삼지 않는다. 왜냐면 이준석은 사회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들 중에 하나지만 구성원이기도 하다. 구성원이 만들어내는 사회 갈등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무언가를 하면 되고 갈등이 일어나는 주체들이 만날 수 있는 화합의 장을 만든다든가 최소한 대화의 장이 될 수 있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세 번째 권력은 ‘세 번째’가 아닌 ‘권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현범씨의 진단이다. 현범씨는 “권력에만 힘을 주고 있다”면서 “기성 정치와 다른 문법을 보여주겠다고 말만 하지 기성 정치에만 열심히 얘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립식에 박경석(전장연 상임공동대표)이라든가 혹은 여성계 인사 등을 불러서 이준석이 일으키는 갈등을 조율하기 위해 동등하게 배치시켰어야 했다. 혹은 직후에 그런 모임을 갖거나 그러면서 둘 다 같이 간다는 모습을 보여주면 조율자로서 꽤 좋은 평가를 했을 것 같다.
그러나 세 번째 권력은 정의당 보다 더 힘이 세고 현실 권력을 쥐고 있는 양당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보수적인 그들과 타협하기 위해(“일이 되도록 만들기 위해”) 정책 비전의 스탠스를 우클릭하는 것만 부각되고 있다. 세 번째 권력을 이끌고 있는 조성주 공동운영위원장은 양당 모두 “책임 정치”의 영역에서 이탈했기 때문에 그 영역으로 들어가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고 피력하고 있지만 현범씨가 보기엔 “스펙 쌓기”로만 비춰진다.
일단 나는 어떤 상황이든 나와 맞는 대의와 명분을 갖고 있는 사람이 무언가를 한다면 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행복했으면 좋겠고. 그런데 세 번째 권력에 대해서는 목적 자체가 명분과 대의를 쌓고 그걸 통해 어떤 정치적 모멘텀을 만들어내는 쪽에 있는 게 아니고 조성주와 장혜영의 스펙 쌓기일 뿐만이 아니라 총선까지 바라본 프로젝트다.
무엇보다 현범씨는 조 위원장이 “진보 타이틀을 버려도 좋다”고 한 것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굉장히 어색한 부분이 뭐냐면 진보라는 이름을 버려도 좋다고 이야기를 했다. 근데 진보가 아닌데 뭘 버려? 그러니까 본인이 진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준석을 만나는 게 보수와 진보의 만남이 되는 거다. 조성주는 자신이 진보의 대표자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진보라는 이름은 버려도 좋다고 얘기를 하면서 이준석만 만나고 있다. 균형의 관점으로 보면 왜 진보라는 이름을 버려도 좋다고 얘기를 하는지 앞뒤가 아무 것도 안 맞는 논리들을 계속 병렬적으로 나열해서 마치 자기가 진보의 대표자라고 하는 것을 귀납적으로 말하고 있는데 이게 얼마나 오만한 발상인가 싶다.
나아가 현범씨는 조 위원장이 “진보와 노동계가 이때까지 보여온 병폐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는데 물론 없다는 게 아니다. 노동계도 개판으로 볼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며 “문제는 그 병폐 안에 들어가 있던 사람들 중에 하나가 조성주 아니었냐? 박원순의 노동담당 비서관으로서 있었던 사람이 조성주 아니냐? 그러니까 왜 스스로 자아 비판하는 것도 아닌데 자신도 그 안에 있었으면서 자신에 대한 비판들은 전부 차단한채 그저 그 집단 전체를 까고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이런 걸 봤을 때 누구한테 어필하는 건가? 자신이 좌파고 자기가 노동이고 이런 이름들을 가지고 그걸 레버리지 삼아서 우파로 가겠다는 뜻인데 그렇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
현범씨는 세간에 떠돌고 있는 합리적 가설이 있다면서, 조 위원장이 마포 지역에서 총선 출마를 노리고 있고 세 번째 권력이 중대선거구제를 밀고 있는 점을 들어 그러니까 “밥벌이 하려고 만든 프로젝트 조직이고 회사에서 만드는 태스크포스 같은 것”이라고 역설했다.
과거 대전추는 반노동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왔던 안철수와의 3지대 연대를 밀었던 적도 있는데 이렇게까지 세 번째 권력에 모질게 굴 필요가 있을까? 현범씨는 이 부분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안철수의 반노동 발언에 내부적으로 이야기했던 것도 있고 비판적인 성명을 낸 적도 있었다. 내부에서 대전추가 제3지대론을 내걸면서 그쪽에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가. 그러니까 제3지대에 있는 후보는 어떤 모습이어야 될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서 이제 노동계의 역할을 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안 먹히더라도 얘기는 할 수 있는 그런 개념이었다. 그런데 (세 번째 권력은) 누구를 만나야만 얘기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 얘기들이 없다.
물론 현범씨는 “이제 조성주가 그 이후에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비판했더니 이렇게 바뀌었다고 하면 평가를 수정할 생각은 당연히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다만 “이런 사람들 하루 이틀 본 게 아니”라며 그럴 리가 없다는 쪽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범씨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하다고 믿고 그렇게 행동의 패턴을 세운다”며 “세 번째 권력이라고 하는 곳이 진짜로 자신들의 방향성을 말이 아니라 행동, 만나는 궤적과 동선 그런 것들로 만들어간다면 언제든 지지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금까진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게 현범씨의 판단이다.
그런데 현재로서 세 번째 권력이 (4월15일) 발족하고 거의 3~4주가 지난 것 같은데 그 이후에 어떤 행보나 행적 같은 게 보이냐라고 하면 아무 것도 안 보인다. 대전추 보다 활동이 없는 조직이다.
이준석 전 대표 논란에 대응하는 조 위원장의 방식에 대해서도 현범씨는 “물리적으로 손잡았던 걸 사과하라는 거냐라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니까. 이제 조성주도 어필해야 되는 대상이 자기 유권자들”이라며 “내가 진짜 좌파인데 정의당은 가짜 좌파야. 가짜 좌파들은 이준석이랑 손 잡았다고 뭐라 한다고 하면서 상대를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성주 스스로를 끌어올리지는 않는다. 좌파라는 이름을 버려도 좋다고 이야기하면서 (그런 새로운 영역을) 끌어올린다. 그래서 나를 믿는 게 진짜 좌파를 믿는 거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보수 정권에 실망한 사람들을 끌고 오겠다는 전략이다. 사실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다. 똑똑한 사람인데 이게 오래 갈 수가 없고 결국에는 다 드러나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