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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권력’ 행사에 이준석 초대하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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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조성주 공동운영위원장(정치유니온 ‘세 번째 권력’)은 처음부터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부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나는 우리와 다른 정당에 있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와 다른 정당을 하는 이유는 나와 가치관과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라면서 아래와 같이 풀어냈다.

 

당일 이준석 전 대표가 와서 첫 일성으로 여기 있는 조성주, 류호정, 장혜영과 같은 당을 할 생각이 없다고 그랬다.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전 대표가 페미니즘이나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굉장히 나쁘다고 생각한다. 사실 앞에서 다뤘던 극단주의적 정치세력이 다루는 레토릭과 용어와 방식을 차용했다고 생각한다. 근데 아주 노골적으로 존경스러운 측면도 있다. 국민의힘이라는 군사권위주의에서 파생된 정당에서 5.18을 폄훼하고 4.3을 폄훼하는 세력들에게 용기있게 그런 것 하지 말자. 4.3 갑자기 논란이 돼서 지도부가 아무도 안 갔는데 거기에 혼자 갔다. 장애인 이동권이나 페미니즘의 측면에서 나와 생각이 아예 다르고 동의할 수 없지만 그런 측면에서 여전히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을 한 걸음 나가게 한 측면이 있고 그 측면에서 다르기 때문에 이 전 대표를 불렀다.

 

 

앞서 조 위원장은 4월15일 국회에서 개최된 세 번째 권력 출범식에 이 전 대표를 초대했다. 그러자 정의당과 진보진영 내에서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이 전 대표는 장애인과 페미니즘에 대한 갈라치기 혐오 정서를 이용한 그런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조 위원장은 2일 19시 광주 동구에 위치한 북카페 ‘오월의숲’에서 열린 세 번째 권력 지역 순회 간담회에 참석했다. 조 위원장이 정의당 광주시당 당원 등을 중심으로 세 번째 권력의 출범 취지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는데 어김없이 질의응답 시간에, 이 전 대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조 위원장은 거듭해서 “같은 정당을 안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라면서도 “이 전 대표가 한국 정치 안에서 보수정당이 한 걸음 내딛게 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 자세와 주장은 한국의 보수정당에서 지켜져야 한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했던 것도 한국의 보수정당이 그만큼은 돼야 다른 정당들과 논쟁하고 붙어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걸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때로는 같이 서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세상을향한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지윤씨는 얼룩소를 통해 “정치에 입문한 이후 계속해서 경쟁지상주의와 능력주의를 퍼트려왔고, 무엇보다 여성과 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부추기며 정치적 기반을 넓혀왔다”면서 아래와 같이 꼬집었다.

 

물론 이런 사람과도 얼마든지 같은 자리에서 토론할 수는 있다. 하지만 중요한 자리에 초대해서 위상을 높여주며 축사를 듣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기성 정치인들의 특권과 반칙을 한 치도 용납할 수 없다며 혹독하게 비판해 오다가 하필 ‘성비위와 뇌물 입막음 시도’ 의혹으로 물러난 사람을 초대한 것도 너무나 역설적이며 정치적 냉소를 부추긴다. 무엇보다 이준석에게 공격받아온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쓰라린 상처를 주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해당 질문을 전달한 청년정의당 광주시당 황정민 위원장 역시 “이준석은 혐오 정치를 하는 사람인데 책임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 부를 수가 있느냐. 윤석열과 대비되는 책임 정치인으로 부른 것이라면 거기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물론 전씨도 이 전 대표와 같은 정치인과도 “얼마든지 같은 자리에서 토론할 수는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전씨는 “중요한 자리에 초대해서 위상을 높여주며 축사를 듣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고 구분했다.

 

①이준석과 토론하고 대화를 하는 것

②이준석을 주요 행사에 초청해서 축사를 시키는 것

③향후 이준석과 정치적 연대의 여지를 남기는 것

 

 

그러니까 전씨는 ①과 ②의 구별을 전제로, 세 번째 권력이 ②으로 이 전 대표의 위상을 높여줬다고 상정했고 그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조 위원장은 비판자들의 주장이 ③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그건 결코 아니라는 식으로 반론했다.

 

조 위원장은 광주에 방문하기 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준석 전 대표와 손을 잡았다고 할 때 손을 잡았다는 것이 신체적 행위의 의미가 아니라면 정치적 협력이나 결탁을 의미하는 것일텐데 도대체 어떤 근거로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는 궁금하다”며 “행사에 축사로 초청했기 때문인가? 정의당의 공식 행사를 비롯해 토론회 등에도 다양한 정치인들이 축사로 초청된다. 그리고 그 중에는 진보정치와 주장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아주 많다. 그렇다고 해서 그 모두가 정치적으로 손을 잡았다고 해석되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렇다면 정의당은 얼마나 많은 부적절한 인물들과 정치적으로 손을 잡았나? 사실 이런 방식의 해석은 너무나 어리석어 굳이 길게 언급할 가치가 없다. 재미없는 농담 같은 이야기다. 진보정당의 많은 이들이 여전히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공존하고 협력해 가야 한다는 민주주의 정치의 기본을 인정하지 않는 듯 하다.

 

전씨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공존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조 위원장의 일반론에 대해 오히려 이 전 대표야말로 “공존을 가로막는 차별과 혐오”를 내세우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차원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민주주의의 공존 원칙으로 정당화하기에는 이 전 대표의 정치 전략 자체가 반민주적이라는 취지다.

 

분명 조 위원장은 ②에 따라 이 전 대표의 위상을 높여줬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 전 대표의 장점에 한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건데 “배울 게 있는 정치인”이라거나 “노골적으로 존경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묘사했기 때문이다. 즉 진보진영에서도 보수 정치인으로서 이 전 대표의 행보를 어느정도 좋게 평가해줄만한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전씨는 조 위원장이 이 전 대표의 좋은 행보로 내세운 대목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전씨는 “광주 학살을 인정하고 광주정신을 말하는 것은 지난하고 소중한 역사적 과정을 거쳐 이 나라에서는 그냥 상식이 됐다”며 “전광훈 정도를 빼면 대개의 보수우파마저도 광주를 헌법에 명시하는 것을 지지할 정도다. 그러니 이것은 지동설을 믿으니 저 사람은 올바른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위원장은 “생각이 가장 다른 사람을 불러 이야기를 듣는 게 정치”라는 명분으로 이 전 대표에 대한 긍정론을 굽히지 않았다.

 

당연히 생각이 100% 일치하진 않겠지만 1%의 공통점만 찾을 수 있어도 만나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전 대표의 말이) 지금 저희가 가장 들을 만한 이야기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조 위원장은 페미니즘적인 측면에서 이 전 대표와 극심한 갈등관계에 있다고도 볼 수 있는 류호정·장혜영 의원과도 내부 논쟁을 치열하게 한 결과였다고 환기했다. 조 위원장은 평범한미디어의 관련 질문에 “(장혜영 의원은 장애인 이동권이나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이 전 대표와 감정적으로 가장 세게 부딪쳤는데) 정치인으로서 엄청 큰 용기를 낸 것”이라며 “사실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서 가장 강력하게 전장연과 연대하고 투쟁했던 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의 측면에서는 또 이준석과도 대화를 해야 된다는 것. 이제 그렇게 스스로도 그런 생각을 해서 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내부적으로도 여러 논쟁들이 있다. 저희끼리는 논쟁을 참 많이 한다.

 

한편, 장 의원은 정의당 서울시당 여성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준석의 혐오정치와 정의당 페미니즘은 같이 할 수 있나>라는 토론회에 보낸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장 의원은 “장혜영 지지자가 이준석을 믿고 거르는 동안 이준석 지지자도 장혜영을 믿고 거른다”며 “믿고 거르는 정치가 난무할 때 이견이 합리적으로 토론될 수 있는 공론장은 들어설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 사람의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서 이런 현실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 믿고 거르는 정치 대신 의미있는 다름이 논의될 수 있는 정치적 지평을 여는 것은 지금 모든 책임있는 정치인과 정당에게 주어진 과제다. 이러한 과제를 풀고자 하는 시도를 혐오와의 연대라고 과도하게 낙인찍는 것이 어떤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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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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