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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잔류파의 승부수는? “진보 4당 다 모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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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정의당 내부사정이 혼탁하다. 총선이 100일도 안 남았는데 너무 복잡하다. 당내 세력들이 당의 진로를 놓고 다투다가 집단 탈당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크게 3가지 비전이 충돌했다.

 

①거악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권에 맞서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의 협력 불가피(사회민주당)

②양당체제의 폐해를 타파하기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연대(세 번째 권력)

③노동과 기후 문제 중심으로 진보좌파 세력의 최대치 연합(정의당 당권파와 전환)

 

 

뭔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에는 다 동의했고 셋 모두 정의당의 패권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논쟁하고 경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③이 정의당의 공식 노선으로 채택됐다. ①과 ②은 정의당에서 이탈했고 각자의 뜻에 맞는 신당을 만들고 있다. 정의당 7기 지도부를 이끌었던 이정미 전 대표는 일찌감치 ②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것은 곧 정의당에 잔류하는 주류 세력이 ②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이 전 대표도 모든 당내 세력에게 욕만 먹으며 지난 11월 물러났다. 이 전 대표는 ③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선거연합신당을 제시했고 이를 추진하는 적임자로 김준우 변호사를 지명했다. 김준우 변호사는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되어 한달 반 동안 여러 일들을 진행했는데 무엇보다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신당을 확정했다. 김준우 비대위원장의 핵심 과제는 선거연합신당에 들어올 진보정당들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진보 4당(정의당/진보당/노동당/녹색당)이 다 모이면 최선이다.

 

그러나 진보당과 노동당이 쉽지 않다. 진보당은 아직 ①의 관점을 갖고 있는 편이기도 하고, 정의당에게 밀리지 않을 지역 조직을 갖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래서 정의당이 주도하는 선거연합신당에 총선 출마자 몇몇을 파견하는 대신 진보당 간판을 내리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노동당도 이미 울산 동구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자체 후보(이장우 울산시당위원장)가 있는 만큼 당 간판을 내리고 정의당의 선거연합신당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면 선거연합신당 말고 진보 4당이 연대할 방법이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아래 3가지가 있는데 최소 Ⓐ와 Ⓑ 정도는 할 수 있다. 나아가 Ⓒ까지도 갈 수 있다.

 

Ⓐ일반 정책이나 이슈별 연대

Ⓑ선거제도 개악 저지

Ⓒ지역구 후보 단일화 등 3가지가 있다.

 

 

지난 12월28일 국회에서 진보 4당이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이 3가지의 가능성이 살아 있다는 걸 공식화하는 의미가 있었다. 일단 정의당의 선거연합신당론에 부정적인 워딩으로 되받아쳤던 진보당이, 정의당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에 함께 했다는 것 자체가 눈에 띄었다. 김준우 위원장 입장에선 성과라면 성과가 맞다.

 

다양한 선거 연대와 연합, 방법 모색을 통해 윤석열 정권 심판과 한국 진보 정치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 함께할 것이다. 현 시기 진보 정치의 과제에 대한 공동의 인식에 기반해 22대 총선에서 공동 대응을 모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백윤 노동당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연합정당 형태의 합의에 결론 지어지지 않더라도 협의 등 다양한 방식의 진보정당간의 연대에 동참하겠다”고 발언했다. 상당히 고무적인 메시지다. 나도원 전 노동당 대표는 진보 4당의 협력에 대해 아래와 같이 해설했다.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 자타공인 4개 진보정당의 모색은 늘 험난했다. 일시적으로 흥하기도 하였지만, 그때마다 상대를 무시하고 외면하는 자당 중심 전략이 전체의 성장을 가로막기도 했다. 하지만 4개 진보정당 정립이 지속되고 공통으로 난관에 봉착함으로써 상호인정과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기본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다만 4당은 “선거 연합에 관해서는 각 당의 고유 특성과 총선 전략을 존중할 것”이라고 한 만큼 정의당발 선거연합신당에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적어도 아직은 아니라는 거다. 진보당도 직전까지 정의당의 선거연합신당 제안에 오히려 더 큰 신당을 만들자고 역제안했다. 진보정당들은 물론 노동계와 시민사회 세력까지 더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정의당이 선거연합신당론을 밀고 있는 만큼 그것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이지 실제로 진보당이 다른 신당을 만들 가능성은 낮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총선 직전까지도 정책 연합이나 지역 연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수준으로 진보 4당의 연대 범위를 설정했다.

 

 

그래서 평범한미디어는 김준우 위원장의 희망사항과는 달리, 진보당과 노동당이 선거연합신당에 들어오기 어렵다는 전제를 깔고 질문을 던졌다. 선거연합신당론 말고 다른 연대 방법은 뭘까?

 

김준우 위원장은 2일 오전 11시 광주광역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평범한미디어는 결국 진보 4당 중 진보당과 노동당이 얼마나 호응해줄 수 있느냐에 대하여 물었다. 사실 현재 버전의 진보 4당이 잘만 뭉치게 되면 과거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성공 문법에서 녹색당까지 합류한 것이기 때문에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선거연합신당이라는 단일 정당으로 가지 않고 공동선거연합으로 이름을 만들어서 공동 선거운동을 할 수도 있다.

 

김준우 위원장은 “굉장히 민감한 질문인데 다른 당에 결례가 될 수 있어서 내가 표현의 자유가 없는 부분을 물어보셨다”며 입을 뗐다.

 

이제 저희가 선거연합정당이라고 하는 구상은 비례와 지역구가 하나의 당명으로 대응을 하고 필요하다면 총선 이후에 헤어지는, 이제 그런 공유 오피스적인 개념인데 여러가지 실무적인 문제 때문에 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이 있다. (중략) 이낙연과 이준석으로 모이듯 리더가 결정해서 딱 이렇게 원탑으로 탑다운으로 할 수 있는 정당 조직들이 아니기 때문에 개별 조직들의 논의 과정들이 좀 필요하고 그것들에 걸리는 시간들이 소요되기 때문에 유의미한 성과를 단시간에 내지 못 하고 있는 점은 저도 인정을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진보 4당의 연대와 연합이 총선 후 끝이냐 아니면 조금 더 넓어질 수 있는가 없는가”다. 김준우 위원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진보 4당이 “미묘한 그런 부분들이 있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논의의 속도에 좀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인정했다. 선거연합신당에 진보 4당이 들어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궁극적으로 Ⓑ는 이미 하고 있는 부분이니 Ⓐ를 좀 더 긴밀하게 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의 수위를 높여가다가 자연스럽게 Ⓒ로 발전할 수도 있다.

 

선거연합정당이 성사가 안 되더라도 최대한 같이 정책 연대나 지역구에서 후보 단일화를 위해 애를 쓰겠다라고 얘기를 한 것이고 그래서 일정 정도 어쨌든 더 이상 시민들을 기다리게 할 수 없기 때문에 1월까지는 이 논의를 정리를 하겠다. 되는 건 되는 대로 안 되는 건 안 되는 대로 가능한 수준에서. 그러니까 예를 들면 녹색당이랑은 선거연합정당을 하고 진보당이나 노동당이랑은 후보 연대을 한다든가. 이렇게 여러 가지 경우의 수들이 좀 있을 것 아닌가.

 

 

분명한 것은 선거연합신당 자체가 임시적이고 총선 끝나고 다시 각각의 정당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녹색당에서 정의당으로 비례 후보를 파견해서 당선됐더라도 다시 녹색당으로 돌려주겠다는 약속과도 같다. 그런 의미에서 김준우 위원장은 각각 진보정당마다 정체성이 강하기 때문에 지금 모색하고 있는 연대의 수준이 “영구 합당 노선”과 같은 매우 부담스러운 데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편, 김준우 위원장은 정의당발 선거연합신당이 다른 진보정당들에겐 “정의당으로 헤쳐모여”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 대해 “정의당을 플랫폼으로 하는 거라고 하지만 사실은 들어오는 모든 세력을 다 합쳤을 때 당명 개정을 당연히 예정하고 있다”며 “몇 가지 실무적인 문제 때문에 정의당을 플랫폼으로 하자는 것이고 이름을 정의당을 그대로 두자고 하는 제안을 저희도 안 한다”고 항변했다.

 

물론 진보당이 들어와서 저희 둘이 진보정의당으로 다시 하면 약간 좀 이상한 느낌이 있지만 어쨌든 당명 개정이 동반되는 거기 때문에 그건(정의당으로 헤쳐모여) 좀 다른 측면이 있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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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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