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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욱 사태 “개 훈련사 넘어 연예인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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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31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대한민국 전문가 4대장이 있다. 요식업 백종원, 아동상담 오은영, 교통사고 한문철, 개 훈련사 강형욱. 그만큼 국민적 신뢰를 얻은 명실상부 전문가들인데 그동안 이들의 위상을 휘청거리게 할 만큼 중대한 논란거리는 발생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 강형욱씨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들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물론 뒤늦게 해명을 한 뒤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하지만 짚어볼 지점들이 있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23일 18시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반려견 교육 분야에서는 따라올 사람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이번에는 사실 훈련사하고 개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 사람의 사이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우리는 주로 강형욱이라는 훈련사와 개와의 관계에 환호했던 건데 동물과 본인의 관계 외에 사람과의 관계 형성이나 소통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그런 차이가 있어서 되게 안타깝다라는 생각이 우선 든다”고 말했다.

 

지금 이게 뭐냐 하면 회사 내 갑질이다. 강형욱씨는 개하고의 관계, 동물하고의 관계는 잘 맺을지 몰라도 사람하고의 관계가 좀 다르다. 이걸 어떻게 보냐 하면 개하고의 관계는 상호 소통이라고 사람들은 착각하지만 일방적인 관계다. 근데 사람하고의 관계는 소통의 관계여야 되는데 소통이 좀 부족하지 않은가 싶다. 보듬컴퍼니를 나왔던 전직 직원들이나 그분들이 하는 얘기는 사람을 개만도 못 하게 취급했다는 얘기다. 그 포인트가 뭐냐 하면 사실은 강형욱씨는 사람이 아닌 개하고의 소통에 더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다. 자기가 (관계에서) 위에 있는 데에 더 익숙한 사람이다.

 

그래서 애초부터 회사를 운영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유명한 개 훈련사로서 방송에서 개인 플레이로 역량을 발휘하는 데는 적합하지만 회사를 이끌어가는 것은 질적으로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본인도 스스로 “훈련사로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좋은 대표가 아니었던 것 같다”면서 “대표로서 부족해 생긴 이 문제에 대해선 최선을 다해 해명하고 나한테 섭섭한 부분이 있던 분들이 계셨다면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박 센터장은 “(강씨가) 상호작용의 과정에서 밑에서 위로 올라오는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통하는지에 대한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며 “수직적인 소통에 익숙한데 자기보다 윗사람하고 소통을 잘하는지 모르겠다. 자기가 절대자의 위치나 최종 보스의 위치에서 일방적인 명령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추측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강형욱의 인간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다 부분적일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것들을 모르니까. 그런데 지금 강형욱씨는 김호중씨 사건하고 비슷하다라는 느낌을 받는 게 뭐냐 하면 사후 대처가 너무 미흡하다. 그러니까 본인이 해명을 하겠다고 얘기했던 채널 자체가 본인한테 우호적인 사람들이 많은 채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명을 못 하고 있다.

 

 

사실 이번 사태는 2019년부터 잡플래닛을 통해 강씨 회사 보듬컴퍼니에 대한 부정적인 후기들이 올라왔을 때부터 누적되어온 측면이 있다. 그땐 주목을 받지 못 했고 올 5월 초중순부터 보듬컴퍼니 폐업 시점과 맞물려 논란이 커졌다. 강씨 부부는 일주일 넘게 침묵했다가 24일 본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해명했다.

 

현재 정말 많은 억측과 비방들이 있는 걸 알고 있고 많은 허위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멋진 직원과 훌륭한 훈련사들이 계셨던 내가 일했던 곳을 억측하고 비방하는 분들에게 부탁드리고 싶다. 그만 멈춰달라고. 필요하다면 법적 조치도 할 계획이다.

 

일단 강씨측은 △직원들을 CCTV로 감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CCTV가 없다가 대대적으로 설치하게 돼서 불만이 생긴 것 같다면서 도난과 안전 문제로 불가피했다고 주장했고 △직원들의 메신저 감시 문제는 네이버웍스 유료 서비스의 관리자 페이지로 보긴 봤는데 아들 모욕과 뒷담화를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고 △명절 선물로 스팸을 담아 반려견 배변 봉투에 줬다는 의혹에 대해선 주문 실수로 선물 상자 없이 배송돼서 직원들의 양해를 받아 합의하에 줬다고 해명했다. 나아가 △직원들이 모두 떠나 폐업하게 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선 다시 채용할 수 있음에도 원래 계획대로 사업을 정리했을 뿐이라고 반론했다. 박 센터장은 강씨의 해명을 접하고 추가 코멘트를 남겼다.

 

우선 앞에서 얘기했던 것보다는 상황이 나아져서 다행이다. 이제 양측의 의견이 다 나오게 됐다. 강형욱 훈련사의 사업 마감과 맞물려 논란이 나오면서 확대 재생산된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일부 직원이라고 해도 논란 자체가 아예 없던 일은 아니었다. (입장이 나온 이후) 본인의 전문 분야인 반려견 훈련 파트가 아니라 인사나 회사 경영 차원의 문제였기에 개인에 대한 비난의 강도가 조금 누그러진 것 같다. 앞으로 (관련 사업을 하게 되면) 인사나 직원 관리 파트는 가족이 아닌 전문가의 협조가 필요하다. 사실 이러한 전문가들은 해당 분야 이외의 파트에서 좋은 능력을 보이긴 어렵다.

 

일단 분위기가 많이 바뀌긴 했다. 디스패치 김소정·구민지 기자는 25일 강씨와의 인터뷰 기사를 출고하며 “강형욱 논란은 사실에서 촉발됐다. 스팸도 사실, CCTV도 사실, 메신저도 사실, 9,670원도 사실, 레오의 안락사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이 진실이 되기 위해선 맥락을 따져야 한다”면서 강씨를 옹호했다.

 

전후 사정을 밝히지 않고 사실만 부각시키면 우리는 진실을 알 수 없다. 지금까지 강형욱을 제보한 직원 3~4명, 회원 5~6명 정도다. 그들은 직접 경험한 것과 전해 들은 것을 섞어서 말했다. 여기에 소문도 뒤섞였다. 제보자의 말을 지나쳐선 안 된다. 단 그들의 주장을 받아쓰려면 크로스 체크가 필요하다. 시간이 걸려도 거쳐야 할 과정이다.

 

 

디스패치마처 강씨를 편들 정도로 실제 여론도 사태 초기에 비해 어느정도 반전됐다. 그러나 박 센터장은 강씨의 해명 이후 상황과는 무관하게 강씨를 비롯 유명 전문가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설파했다.

 

경력에 비해서 강형욱 훈련사가 되게 젊다. 85년생이다. 경력에 비해서 젊다는 건 어려서부터 한 길만 걸어왔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특정 분야에 자수성가하신 분들이 흔히 범할 수 있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자기 분야를 독보적으로 그것도 주변에 사람들 없이 개척하다시피 나가신 분들은 소통할 대상이 부족하고 소통을 훈련할 기회도 부족하다. 그리고 그 정도 권위에 올라갔을 때 소통을 해야 되는 사람들이 자꾸 찾아오면 자기한테 물어보고 자기를 위해서 대접하는 사람들하고의 소통은 편한데 자기 권위에 도전을 하거나 아니면 자기 생각하고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어떻게 대화하고 어떻게 소통해야 되는지 되게 미숙하다. <개는 훌륭하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개를 훈련시킨다는 개념을 확산시키는 데 강형욱 훈련사는 되게 독보적인 사람이었다. 과거에도 <동물농장> 같은 데서 가끔 나와주는 동물 전문가들이 있긴 했으나 강형욱처럼 네임이 브랜드화가 돼서 대표 주자로 프로그램을 맡을 수 있는 정도는 없었다.

 

개의 습성과 마음까지 알아주고, 미처 몰랐던 견주의 편견을 고쳐줄 수 있는 탁월한 동물 전문가가 직원들에게 그런 태도로 대했을지 몰랐다는 것이 실망감을 증폭시켰다.

 

실망감이 큰 이유는 그거다. 저 사람이 그럴지 몰랐다. 인간적인 실망감이 플러스된 상황이다. 그러니까 직원들은 개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 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게 아니다. 자기 전문 분야가 아닌 영역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 기회로 강형욱 훈련사는 개하고 소통 좀 그만하시고 사람하고 소통하는 법을 좀 배워야 되지 않을까? 내용들이 알려진 거에 비해서 부풀려졌다고 그럴 수 있다. 근데 평소에 사람들과 충분히 교류했다는 느낌이 안 든다. 누군가한테서 뭔가 좋은 의견을 받아들였다는 느낌이 안 든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신념을 자기만의 철학으로 자기가 원하는 형태대로 강아지 교육만 시켰단 말이다. 좀 더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며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지식들에 대해서도 수용할줄 아는 기대치라는 게 있는데 강형욱 훈련사 입장에서 보면 굳이 그런 기대치를 충족시킬 필요가 없었다.

 

 

수많은 방송들에서 보여졌던 그의 면모와 실제 모습은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방송에서의 모습을 기대하고 그를 찾아왔을 가능성이 높다.

 

방송에선 강형욱 훈련사가 얘기만 하면 되는 환경을 최상으로 꾸며놓는다. 굳이 방송 바깥에서, 방송에서 보여줬던 모든 것들을 보여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근데 직원들이나 개 훈련을 받고자 찾아오는 견주들은 방송에서의 모습에 반해서 오는 경우가 되게 많다. 그 불일치가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강형욱 훈련사를 사석에서 목격한 사람들의 첫 느낌은 훈련사라기보다는 연예인이다. 우리 흔히 농담으로 연예인병 걸렸어. 이런 얘기들 많이 하는데 지금 강형욱 훈련사가 갖고 있는 문제점이 그런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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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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