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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버린 정의당 “원외에서 다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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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28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돌이켜보면 20대 국회(2016~2020년)에서 정의당의 존재감은 빛이 났다. 그 당시 정의당은 故 노회찬 의원의 타계 이전부터 두 자릿수 지지율을 달성했고 6석으로 100석 넘는 제1야당을 움직일 만큼 영향력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개헌 정국에서 총리추천제를 제안해서 자유한국당을 움직이게 만들었고 △민주평화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해서 역사상 최초로 진보 정치인이 교섭단체 협상 테이블에 앉았고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 및 대폭 축소에 기여했고 △여야 공기업 채용비리 국정조사 협상 때 강원랜드 카드를 던져 한국당을 당황하게 만들었고 △일본 수출 규제 대응 방안으로 지소미아 카드를 최초로 제시해 청와대가 실제 협상 수단으로 사용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2018년 노회찬 의원 타계, 2019년 조국 사태, 2020년 총선에서의 위성정당, 2021년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등등 일련의 결정적인 사건들을 겪으며 침몰했다. 무엇보다 21대 국회(2020~2024)에서 기울고 있는 당세를 반전시키지 못 했다. 그 결과 22대 총선에서 원외 정당으로 전락했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지난 4월25일 13시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원외 정당들을 좀 많이 지지해본 사람으로서 정의당도 이제부터 시작이 아닐까 그러니까 정의당 구성원들이 원외 정당 생활을 안 해봤겠지만...”이라며 “일단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우리 심상정 의원한테 그동안 수고하셨다는 얘기를 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어쨌든 진보정치의 대표 주자로서 20년을 끌어온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노회찬 의원 같은 경우는 이제 노유진(노회찬·유시민·진중권)을 비롯해서 대중적으로 나서서 알려주는 정치인이었다면 심상정 의원은 상대적으로 좀 살림꾼 역할을 했던 분이었다. 근데 그 역할을 하면서 포스트 심상정 역할을 할 만한 사람들을 옆에 두지 못 했다. 그게 제일 안타까운 점이고 정의당이 가지고 있는 한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년 뒤에 원외 정당 중에 어디가 원내로 진입할 것 같냐고 하면 여전히 가능성이 제일 높은 곳은 정의당이다.

 

고통스러운 원외 정당의 시간을 잘 버텨낸다면 원내 복귀가 가능할텐데 박 센터장은 “정통성이 있다. 원외라고 하지만 정의당이라는 이름이 갖고 있는 네임밸류가 있다”며 “원외에서 자신 있게 텐트를 쳐봤던 정당은 정의당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텐트를 스스로 쳐봤던 정당이다. 비록 녹색당만 들어왔지만 진보 정당들을 이끌어봤던 경험이 있다. 기본소득당도 새진보연합이라는 텐트를 쳐봤지만 그 텐트는 더 큰 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 들어가기 위한 텐트였다. 정의당은 자기 깃발을 들어가지고 들어와달라고 해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외든 원내든 정당으로서의 자생력은 지금 현재 원외에서 제일 큰 곳은 이론의 여지 없이 정의당이라고 본다.

 

물론 정의당은 1년 전에 비해 많이 쪼그라들었다. 당내 친민주당계 세력 사회민주당, 적대적 양당체제 극복을 위해 중도보수와도 손을 잡자고 주장했던 세 번째 권력과 대안신당 당원모임 등이 이탈했다. 박 센터장은 “안타까운 것은 과거 민주당과 국민의힘도 (새로운미래와 개혁신당으로) 다 분열됐는데 제일 작은 정의당이 산산조각 났다”고 환기했다.

 

정의당 내에서 사회민주당 세력들이 나간 것에 대해서 되게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 안에 한창민이나 위선희 같은 사람들이 역할을 해줄 수 있었다고 본다. 되게 죄송한 얘기지만 정의당이 가장 왼쪽에 있지 않다. 진보당이 굉장히 세력이 커지면서 왼쪽 자리는 진보당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실은 이미 정의당은 내가 봤을 때 친노동자적이긴 했으나 포괄 정당이 됐어야 했다. 자기 색깔을 살리면서 포괄 정당 역할을 했어야 되는데 되게 애매해졌다. 사실 구성원들은 포괄 정당에 맞게 역할을 하기 보단 각자 어떤 특정 영역에 대해서 색깔이 강한 무지개 정당을 생각을 했는데 그 무지개의 띠들이 선명하게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보니 오히려 그게 독이 됐다.

 

민주당 2중대와 국민의힘 2중대라는 비아냥에 개의치 말고 의제별로 확실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데 이도저도 아닌 눈치만 보는 신세가 됐다.

 

지금 원외 정당으로서 어떻게 해야 되느냐를 고민하는 분들이 되게 많은데 나는 거꾸로 얘기한다. 왜냐하면 원내 정당이었지만 원외 정당처럼 활동했기 때문에 망했다. 포지션을 확실하게 했어야 된다는 얘기다. 원내 정당이면 양당이 가지고 있는 의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확실하게 내줘야 되고 찬성이든 반대든 제3의 길이라고 할 거면 그 부분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2중대 얘기를 듣는다고 하더라도 때로는 국민의힘 2중대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민주당 2중대가 되기도 하면서 그렇게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야 되는데 국민의힘까지는 넘어가지도 못 하고 민주당한테는 자기 목소리 내지도 못 하니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민주당의 대안정당 형태로 진보쪽에서 정의당을 생각하던 분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그 색깔이 민주당 2중대론으로 공격을 받으면서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되어버린 점이 크다.

 

지금 치열하게 총선 패배 평가 및 향후 계획을 수립하고 있을텐데 일단 녹색당과의 관계를 좀 더 확실히 구축함과 동시에, 어렵겠지만 구심점 역할을 해줄 포스트 심상정이 나와줘야 된다.

 

근데 정의당은 원래부터 구심력이 그렇게 강한 정당은 아니었기 때문에 산산조각이 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일단 필요한 건 녹색당과의 관계 유지다. 녹색당이나 정의당이나 서로에 대한 필요성을 굉장히 많이 느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일회성 선거연합 가지고는 원내로 다시 진입하기가 힘들다. 정의당과 녹색당의 강력한 관계가 유지되면서 구심점이 될만한 인물이 지금 사라졌는데 다시 나타나줘야 한다. 녹색당하고의 합당보다 더 중요한 건 포스트 심상정이 누구냐를 확정시켜줘야 하는 것이다. 가장 큰 후보군이라고 할 수 있는 이정미 전 대표가 건강이 좋지 않다. 물론 이정미는 심상정하고 같은 세대다. 그래서 심상정에서 이정미로 넘어가면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그 다음 세대로 가야 되는데 그 다음 세대가 없다.

 

2021년 김종철 전 대표가 퇴출된 이후로 정의당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급격히 줄었는데 그때 여영국 전 대표가 당권을 잡았던 것이 실책이었다.

 

정의당의 계보상 조용조용하고 온화한 스타일이 당대표를 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니다. 근데 여영국 전 대표 같은 경우는 자기 분야에서는 목소리를 낼지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목소리 내는 타입은 아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너무 지나치게 많은 진보 정당들이 갖는 한계다.각자 분야에 대해서는 깊게 아는데 제너럴리스트들이 없다 보니까 전반적으로 사안별 대처를 못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공동 지도부 체제를 하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그러니까 이제 원외 정당으로 완전히 자리가 바뀌었지만 원외에서도 더 크게 목소리를 내줄만한 조금 성격이 까칠하더라도 목소리를 내줄만한 스피커가 있어야 되는데 그런 인물이 없다. 지금 정의당이 그전에 비해서 너무 유순해졌다. 지금 누구 하나 딱 내세워서 이 사람은 그 역할을 해줄 거야라고 생각되는 인물이 얼른 안 떠오른다.

 

나아가 정의당은 녹색당을 물론이고 원외 진보 정당들이 힘을 합칠 수 있도록 테이블을 만들어줘야 한다. 노동당, 미래당, 민생당, 여성의당 등등 다들 불완전한 약점을 갖고 있지만 정의당과 함께 원외에서 힘을 모아 세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원외로 나왔으니까 다 모여봐를 한 번 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각 정당 대표들이 입장을 낼 것이고, 좀 젊은 사람들 위주로 아예 그냥 우리 전에 노회찬 대표가 얘기했던 판갈이론을 지금 해놔야 된다. 그렇게 가야 되는 건데 그 준비를 해주셔야 된다. 아예 원외로 나왔으니까 이제 어정쩡하게 발붙이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원외로 나온 김에 야성을 키우고 더 여의도를 향해서 우리 자리 내놓으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된다는 얘기다.

 

박 센터장은 정의당의 저력을 믿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쉽게 무너질 정당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힘이 있을 거라고 본다. 왜냐면 진보 정치의 맥을 이어오셨던 분들이 아직 있다. 옛날에 권영길 대표 시절부터,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역할을 해오셨던 분들이 계시고 여전히 정의당 안에서 그 길을 묵묵히 걷고 계시는 원외위원장들이 계실 거란 말이다. 그래서 (원내에서 원외 정당이 되고 지리멸렬해진) 민생당하고는 조금 다른 길을 가지 않을까 약간 희망 섞어서 기대 섞어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금 정의당에 가장 큰 기대를 거는 이유는 뭐냐 하면 위기의식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분들은 20년 넘게 진보 정당의 길을 걸어오셨기 때문에 진보정당의 위기에 대한 자기 책임감이 있을 거다. 그게 작용할 거라고 본다.

 

한편, 미래당 탈당 이후 오랫동안 무당적이었던 박 센터장은 정의당에 입당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페북에도 썼지만 원외가 되면서 날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가능성이 1%에서 한 3~4% 정도까지 높아진 건 사실이다. (드디어 둥지를 찾는 건지?) 둥지를 찾는 건 아니고 아무래도 다른 원외 지역정당보다는 정의당쪽에 원내 진입 가능성이 더 높은 게 사실이고 지금은 누가 됐든 작은 힘이라도 모아야 된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서 전보다는 훨씬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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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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