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한동훈, 조국, 이준석 언제 만나냐고?

배너
배너

#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27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기사 마지막 3편입니다. 이번 기획은 3편에 걸쳐 출고됐는데 1편과 2편도 읽어보세요.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편한 이름 3인방이 다 나왔다. 조국(조국혁신당 대표), 이준석(개혁신당 대표), 한동훈(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들 셋과 언제 어떻게 만날 건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윤 대통령은 조국 대표와 이준석 대표에 대해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하고 특히 언론과의 소통, 정치권과의 소통을 더 열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어떤 정치인도 선을 긋거나 하지 않고 늘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미묘한 여권 내 권력 게임을 벌이고 있는 한동훈 전 위원장에 대해 사퇴 요구를 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비서실장, 원내대표, 한 전 위원장이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은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바로 그 문제는 풀었고 해소를 했다”고 부인했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지난 9일 13시 평범한미디어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1시간 정도 지났던 시점이었다.

 

사실 새해벽두부터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은 불편한 관계였다. 김경율 전 비대위원이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문제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운을 뗐고, 한 전 위원장도 국민 눈높이라는 취지를 강조했다. 그러자 이관섭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전 위원장에게 대통령의 의사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당시 한 전 위원장은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공개적으로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한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갖고 있는 만큼 서로 잘 알고 있다. 단순 오해가 아니라 불신임과 사퇴 의사 전달이 분명히 이뤄졌다. 윤 대통령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전 비서실장이 시키지도 않은 일을 알아서 처리했다는 것이 된다.

 

 

박 센터장은 “대통령의 심중을 기가 막히게 읽는 비서실장이 대통령한테 얘기도 안 하고 알아서 신변 정리를 해주는 것”이라며 “물론 대놓고 사퇴하라고는 대통령이 안 했겠지만 비서실장이 비대위원장한테 사퇴하라고 그랬다. 근데 아무리 봐도 이 사람이 내 거취 문제를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정도의 사람이 아니다. 그러면 직접적으로 그 이름(윤 대통령)이 나오지 않았지만 누구나 알 수 있는 그 이름”이라고 말했다. 둘 다 검찰 출신이다. 박 센터장은 검찰 내부 조직논리로 움직이는 것과 같다고 피력했다.

 

대통령도 그렇고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원래 어디 계시던 분들인가? 검찰에 계시던 분들이다. 윗선에서 이렇게 얘기가 나오면 무슨 뜻인지를 어느 조직보다 잘 아는 조직이다. 검사들은 사실 어떤 느낌이냐면 이분들을 목욕탕에 데리고 가면 검사와 조폭이 구별이 안 된다. 명령에 따라 수사를 하는 쪽과 명령에 따라 범죄를 저지르는 쪽이다. 그 명령의 하달체계는 거의 비슷하다. 이거를 너무 잘 알고 있는 비대위원장께서 그냥 비서실장 선에서 정리를 해서 그거 비서실장님 죄송합니다. 그랬을까?

 

어쨌든 여권 내에서 ‘윤석열vs한동훈’ 구도가 펼쳐진지 오래됐고 두 번에 걸쳐 벌어진 1라운드 권력 게임은 한 전 위원장의 KO로 마무리됐다. 박 센터장은 “권력 게임은 한 번 진행됐고 한동훈이 성과는 냈지만 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다음엔 뭘 해야 되냐면 대기를 해야 된다. 한동훈 위원장 입장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재기할 일도 없고 이제 내려가야 될 일만 남았다. 아마도 윤 대통령을 이용해서 정적들을 제거해야 될 것이고 그러려면 잠시 거리두기를 하고 고개 숙이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둘은 언제 만난다는 걸까? 박 센터장은 “(윤 대통령이 한 전 위원장과의 만남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는데) 굉장히 원칙적인 얘기지만 속내는 뭐냐 하면 당신이 나를 찾아올 때까지 내가 먼저 손을 내밀 의향은 없다. 만나더라도 사적인 만남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로 비춰진다”고 해석했다.

 

한동훈 위원장도 대통령이 만나자고 했더라도 한 번 NO 할 수 있는 위치가 됐는데 근데 대통령 입장에서는 만나기 싫으면 몇 번이고 NO를 해도 된다. 한동훈 위원장에 대해서 윤석열 대통령쪽에서 자꾸 만나자고 할 이유도 없고 사적으로 만나도 충분히 풀 수 있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사적인 관계에서는 대통령이 확실히 손윗 사람이기 때문에 동등하게 보일 필요도 없다. 대놓고 윽박지를 수 있는 관계다. 공적인 테이블에서 만나는 건 오히려 껄끄럽다. 내 속내를 다 표현도 못 하고 대접을 해줘야 되기 때문이다.

 

한 전 위원장은 사적으로 따로 불러서 관리하면 되고, 조국 대표나 이준석 대표는 안 만나면 그만이다.

 

근데 조국 대표나 이준석 대표는 대통령이 사적으로 만날 일이 없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적인 만남을 할 거냐고 기자들이 질문을 한 것인데 사실 대통령 입장에서 공적인 자리를 하고 안 하고를 충분히 핸들링 할 수가 있다. 국회의장도 아니다. 개별적인 만남을 안 하고 살아도 부담이 없을 거다. 2년 내내 제1야당 대표와 영수회담도 안 하는데 대통령이 원하면 3년 내내 안 볼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원칙적으로야 언제든지 만날 의향이 있다라고 하겠지만 속내를 굳이 대놓고 이야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러니까 그냥 그렇게 원칙적인 이야기로 피해가는 것이다.

 

총선 직후 4월11일 대통령실 주요 참모들과 한덕수 국무총리는 사의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검증 절차가 필요 없는 참모들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 새로운 인물로 채웠지만, 후임 총리를 아직 지명하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고집불통이라고 비판하는 분들도 있지만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개각이라고 하는 것을 정국 국면 돌파용으로 쓰지는 않겠다고 이야기를 해왔다”면서도 “이제 개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센터장은 “개각 부분이야말로 윤 대통령이 스킬을 발휘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니까 개각을 하긴 해야 하는데 그 시점과 기준은 내가 판단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무슨 얘기냐면 개각을 하겠다. 필요성은 인정해. 근데 그걸 언제 할지는 내가 결정할게. 패턴이 똑같다. 개각이 왜 필요한지 (참모들에게) 물어봤더니 분위기를 쇄신해야 돼. 국민들은 대통령 보고 바뀌라고 하는데 참모를 바꿔서 바꾼 척을 해줄게. 나는 그대로 있고.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아직도 직을 지키고 있는데) 그렇게 큰일에도 안 바뀌었다. 그렇게 큰일에도 바꾸지 않았던 사람이 본인이 싫다거나 아니면은 그야말로 대통령이 너무 오래 봤으니까 지금 쉬세요. 이렇게 하기 전에는 안 바뀔 거란 얘기다.

 

역시 시늉만 하는 것일까? 윤 대통령 본인이 고집을 내려놔야 하는 본질적인 취지에 부합하는 핵심 장관들을 바꿔야 하는데 그야말로 변화의 코스프레만 할 가능성이 높다. 박 센터장은 윤 대통령이 개각 요구 자체에 대해 일종의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해석했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는 개각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이냐면 국민들이 나를 바꾸고 싶어 하는데 우리나라는 탄핵이 아니면 바꿀 수가 없으니 괜히 개각을 하라고 요구를 하고 있는 거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나를 공격하고 싶은데 옆에 있는 김건희를 건드려서 괜히 특검하는 거고 이렇게 계속 생각하고 있다. 근데 나는 안 바뀔 거니까 내가 끝까지 견뎌보고 정말 안 되겠으면 당신들이 원하는대로 개각을 하고 뭔가를 좀 바꿔볼게라고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앞에 한 10여분 모두발언은 내가, 우리가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잘했는데 이 잘한 점에 대해서 국민들한테 충분히 알려드리지 못 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평가를 제대로 안 해주신 거예요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시작한다. 거의 이렇게 잘한 게 많은데 왜 칭찬을 안 해주세요? 그런 분위기였다. 사실 이번 기자회견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거의 최상의 카드를 쓴 것이다. 이제 남아있는 카드는 개각이다. 그 개각의 시점은 아마도 지금이 5월이니까 올해 10월이나 11월경이 될 것이다.

프로필 사진
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관련기사

30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