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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소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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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25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기사 1편입니다. 이번 기획은 3편에 걸쳐 나갈 예정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사실상 집권 이후 2년만에 열린 최초의 기자회견이었다. 재작년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민감하고 날카로운 질문들이 빠져서 의미가 없고, 민생토론회는 민원 수렴의 의미가 있고, 출퇴근길 도어스테핑은 중단된지 오래다. 그러다보니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서두부터 총선 폭망, 김건희 특검과 채상병 특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조국 대표와 이준석 대표 등등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해야 했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은 마치 이를 갈고 있었다는 기세로, 그동안 대통령과 대면할 수 없어서 묻지 못 했던 것들에 대해 쏟아냈다. 기자회견 질의응답 전문을 정독해봐도 좋을 것 같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기자회견다운 기자회견이 된 데는 기자들이 역할을 되게 많이 했다. 무슨 얘기냐면 이제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잘 하던 사람이 아니다. 어차피 기자회견이라는 건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까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이 그동안 윤석열 정부를 취재하면서 본 게 있으니까 그냥 인사치레 다 무시하고 초반에 막 던진 것이다. 답을 하지 않을 수 없게. 짧게라도 다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질문들을 초반에 막 던졌다. 지금 총선 끝난지 얼마 안 된 아직은 정치 국면이다. 그래서 초반에 이 정권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기자들이 1번, 2번, 3번 질문으로 할 얘기 다 해버렸다. 그러니까 이제 시간이 많이 돼서 여기서 줄이겠습니다라고 해서 얘기를 못 들을 수 있는 것들이 없게 그냥 초반부터 다 던져버렸다.

 

 

박 센터장은 지난 9일 13시 평범한미디어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1시간 정도 지났던 시점이었다.

 

라이브로 보고 나서 거의 뭐 지금 실시간으로 얘기를 해야 되는 분위기입니다.

 

박 센터장은 총평으로 “기대치에 따라서 평가가 많이 갈릴 수 있는 기자회견이었다”고 말했다. 양대 진영으로 갈라진 한국 정치 지형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과 국민의힘 비윤계 지지자들은 “그럼 그렇지”라는 반응이었을테고, 국민의힘 친윤계 지지자들은 “그래도 대통령이 많이 바뀌었구나”라고 느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일종의 답정너 지형에 따른 답정너 기자회견이었다.

 

일부에서 권했던 민희진 효과를 벤치마킹하는 일은 없었다. 박 센터장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 입장에서 “(총선에서 대패하고 지지율도 계속 하락세이니) 이번에 바뀌어서 한 번 잘한다는 칭찬도 좀 들었으면 좋겠고 (취임 첫 기자회견에 대해) 기대치가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들도 사실 알고 있다. 그 정도의 현실 인식은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을 아끼고 좋아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에게 매우 인기가 없다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서 반전의 모멘텀이 만들어지길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없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총선 이후 나름의 소통 강화를 내세웠다. 그러나 소통의 내용이 좀 이상하다. 박 센터장은 “자신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으나 그게 국민들한테 전달이 잘 안 되고 있으니 좀 더 정확하게 열심히 전달하도록 노력해보겠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소통론이라고 환기했다. 한 마디로 “소통의 성격이 좀 다르다는 게 포인트”다. 야당과 사안별로 협상해서 주고 받는 것이 가능하거나, 주권자인 국민 대다수가 하지 말라고 하면 본인이 고집으로 밀어붙이고 싶더라도 하지 않는 것이 바로 총선 민심이 요구하는 소통론이다.

 

소통론은 총선 대패 이후 국정 기조를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과 직결된다. 관련 질문에 윤 대통령은 “바꿀 건 바꾸고 유지할 건 유지한다”고 답했는데 박 센터장은 “변화하긴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국정 기조는 변화할 것이다. 어떻게 변화할 거냐면 총선 이전에는 윤 대통령이 앞에 나와서 굉장히 많이 다니면서 실패했다. 이제는 뒤로 숨을 것이다. 그런 변화가 나타날 건데 윤 대통령이 최선을 다해서 바꿔보겠다고 했더라도 변화의 기준이 본인한테 있다. 상대방의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하겠다는 느낌은 아니다. 한 마디로 속도를 바꾸고 방법을 바꿔보는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방향은 옳고 나는 틀리지 않았으니까 그대로 끌고 갈 거야. 다만 제스처는 너희가 원하는 만큼 한 번 취해볼게. 이것이다.

 

물론 윤 대통령이 진짜로 바뀌 것이 있긴 있다. 박 센터장은 “기자회견 스킬이 좀 늘었다”고 평가했다. 어떤 의미일까?

 

예전에 보면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게 정확하게 전달이 안 됐을 때 굉장히 설명이 장황해지면서 꼭 이겨야겠다는 느낌이 강했다. 근데 이번에는 적당히 치고 빠질줄 알더라. 1년 9개월 동안 기자회견을 안 하면서 많이 늘긴 늘었구나. 기자회견 스킬이 우리한테는 답답하겠지만 지지층에서는 우리 대통령 달라졌다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욕먹을 메시지라고 해도 자기 의견을 굳이 피력하고야 마는 고집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윤 대통령은 적정 규모의 방위비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답을 하지 않으면서 피해갔고 한미동맹의 일반론을 되풀이했다. 외신 기자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워딩을 거론하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꺼냈는데 윤 대통령은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내가 공개적으로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을 많이 했는데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다른 나라의 이런 대선 결과를 예측하고 가정해서 어떤 언급을 하는 것은 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좀 적절하지 않은 것 같고 더 많이 조심스럽다.

 

아마도 대통령실 내부 평가로는 이번 기자회견에 대해 “굉장히 후한 점수를 줬을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가 뭘 잘못해서 졌는지는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속내를 감추는 건지 속내를 드러내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국민이 듣고 싶은 얘기를 해주려고 노력은 되게 많이 했다. 그래서 내부 평가는 그렇게 나쁘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어느정도 의혹을 해명했다고 여기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여러 의혹들에 대해 있는 그대로 설명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전의 기조를 그대로 갈 거다. 대신 이렇게 기자회견을 앞으로 좀 자주 열어서 국면이 막힌다 싶을 때 국면 전환용으로 기자회견을 써봐도 되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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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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