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소음성 난청'이라고 들어봤는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가 지속적인 소음에 노출되면 청력 소실을 겪게 되는데 건강한 청력을 가진 사람도 소음성 난청에 시달릴 수 있다. 소음성 난청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장해 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엄연한 '업무상 질병'이다. 난청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먼저 85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오랜 시간 노출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전화벨 소리가 70데시벨, 지하철 소음이 80데시벨 정도다. 주로 난청의 위험성이 큰 업종은 조선업, 건설업, 제조업 등이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512조 2항에 따르면 하루 8시간 이상 90데시벨의 소음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한의 허용 한계로 정해놨다. 여기서 소음이 5데시벨씩 증가할 때마다 노출 시간은 절반으로 줄어 △95데시벨 4시간 △100데시벨 2시간 △105데시벨 1시간 △110데시벨 30분 등이다.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115데시벨 이상의 노출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국내 작업장의 소음 노출 기준 초과율은 20% 내외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아울러 소음 노출 기준 초과 사업장은 전체 유해인자 기준 초과 사업장의 90% 이상을 차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좁은 공간에서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음식을 만들고 있으니 연기가 끊이질 않죠. 설거지나 청소할 때 물에다 세제를 푸니까 그 역한 냄새도 다 들이마시게 돼요." 충남 지역의 한 중학교 급식 노동자 조모씨의 이야기다. 조씨는 13년을 일했고 최근 병원에서 폐질환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평범한미디어 산업재해팀이 이번에 들여다볼 기획은 '죽음의 급식실'이다. 폐암에 걸렸다고 해도 산재 인정이 쉽지 않다. 폐암과 조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연기 사이의 인과관계 성립이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난 2017년 폐암 진단을 받고 숨진 경기도 소재 학교 급식 노동자 B씨는 올 2월에서야 산재로 인정을 받았다. 세상을 떠난지 한참 지나서야 겨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은 거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설문조사를 통해 밝혀진 폐암 진단 이력이 있는 급식 노동자만 189명에 이른다. 상당수가 참여했지만 응답하지 않은 노동자도 많아 실제 폐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B씨가 산재로 인정을 받은 이유는 기름을 사용한 튀김요리에서 발생하는 연기 '조리흄' 때문이다.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조리흄은 고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환경미화원들이 일하다가 목숨을 잃고 있다. 역시 예견된 인재였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환경미화원들은 시민이 집 밖을 나서는 출근시간 이전에 담당 구역의 쓰레기들을 모두 수거해야 하는데 코로나발 생활쓰레기 급증으로 인해 업무량이 너무 많아졌다. 야심한 새벽시간대 야광조끼만으로는 과속으로 달리기 쉬운 운전자의 시야에 잘 띄지 않는다. 이것은 환경미화원의 목숨을 위협하는 고질적인 취약점인데 코로나발 업무량 폭증과 만나 더욱 심각해졌다. 지자체와 계약을 맺고 환경미화원을 고용 및 투입하고 있는 민간업체들이 코로나 시국에 따라 일이 많아졌으니 인력을 늘린다? 그렇다. 그렇게 할 리가 없다. 급여도 덜 준다. 죽어나가는 것은 과로에 시달리는 환경미화원들이다. 지난 13일 20시 즈음 서울 중랑구 화랑대역 인근에서 62세 환경미화원 최모씨가 수거 차량에서 도로가로 떨어진 개별 쓰레기를 주우려다 지나가던 차량에 치어 목숨을 잃었다. 최씨는 2인1조로 근무 중이었으나 안전하지 않았다. 가해자는 최씨를 전혀 인지하지 못 했다고 한다. 15일 6시40분 즈음 서울 강북구 번동에서는 40대 환경미화원 A씨가 70톤 기중기에 치어 숨졌다. 70톤 기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지난 기사에서 근로복지공단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의 고교 현장실습생 산업재해 사망 건수를 0건으로 집계했다는 내용을 다룬 적이 있다. 같은 기간 교육부가 취합한 내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두 기관의 통계가 겹치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지난 2014년 CJ제일제당 진천공장에서 졸업 전 조기 취업한 특성화고 학생이 지속적인 폭행에 시달리다 자살했고, 2017년에는 LG유플러스 전주 콜센터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이 업무 스트레스로, 여수산업단지 대림산업 협력사 금양산업개발에서는 과로 및 상급자 폭언에 의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들이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 지역 모 특성화고 교사는 평범한미디어에 "성인들의 경우에도 자살을 산재로 인정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나.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서 신입생을 모집해야 하는데 학교에서 연결시킨 기업에 실습을 나간 학생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그게 산재로 인정받아 버리면 학교도 또 교육부도 난처해서 그러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강원 지역의 모 교사는 "아이들의 정신적 이상 상태가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발생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척도가 없으니 자해를 해도 그냥 가정이나 학업 문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많은 직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안전과 질이 제대로 보장돼 있지 않은 곳으로 현장실습을 나가는 이면에 한국 사회의 ‘취업률 성과주의’가 있다. 일터에서 불쾌한 대우를 받거나 다치고 또 숨지고, 스스로 생명을 달리하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와중에 일부 특성화고 교장들이 취업률에 따라 매년 성과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해당 일자리의 질이 어떻게 되는지는 현장에 학생들을 내보낸 교장이든 교사든 아무도 모른단다. 이런 행태는 꾸준히 비판받아온 것이었지만 아직까지도 해결된 게 없다. 교육부에 따르면 직업계고 현장실습생의 산재 사고는 지난 2016년에 21건으로 가장 많았다. 2017년 제주 현장실습생의 사망 이후 2018년부터 1년간 현장실습 기간이 6개월에서 3개월으로 단축된 뒤로는 감소 추세였다. 감소 추세라고 단정할 수도 없는 것이 현장실습생 혹은 직원으로 채용된 뒤 중대 사고를 당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산재 사건은 고용노동부와 교육부에서 별도로 취합하지 않고 있어 나중에 언론에 보도된 뒤에야 확인될 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기사에서 더 깊이 다뤄보도록 하겠다. 그러나 교육부의 정책은 다시 과거로 회귀했다. 지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직업계고등학교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지난 1963년부터다. 당시는 구체적인 로드맵은 고사하고 목적도 분명치 않았고 현장실습이 왜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조차 없는 상태였고 이는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한 가지 정부와 기업이 정한 현장실습의 암묵적인 룰은 '노동력 공급'을 통한 '산업화의 가속화'를 모색한다는 것이었다. 한국 경제가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즈음에야 노동권에 대한 관점이 자리잡기 시작했지만 이 지점을 터닝포인트라고 할 수는 없었다. 정부는 고교생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실습제를 확대했고 적응이 필요하단 이유로 일터에 나간 학생들의 비극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 속에서 정부와 기업을 위한 수요 및 공급의 단위로만 이용되고 있었다. 20년도 더 된 제도이지만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할 수 없음은 물론 제대로된 기업 정보조차 모르고 일터로 나갔다 다치고, 심하게는 목숨을 잃는 상황이 지금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현장실습 제도가 어떻게 운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부조차 제대로 깨닫고 있지 못 하는 것 같다. 현장실습제의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재학 중인 특성화고에서 현장실습을 나갔다 사고로 숨진 이민호군이 세상을 떠난지 어느덧 4주기를 맞았다. 홍정운군이 산업체 파견을 나갔다 익사한지는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취업을 위해 현장실습을 나가는 청소년들이 많지만 실제로 그 실습이 목적에 부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계속 목숨을 잃는 학생들이 생겨나는 이유는 뭘까. 현장실습은 왜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을까. 평범한미디어는 현장실습 문제를 기획 시리즈로 다뤄보려고 한다. 근로복지공단이 일하다 목숨을 잃은 현장실습생의 산업재해 판정 사례를 0건으로 집계해 질타를 받고 있다. 비극적인 죽음이 계속되고 있지만 산재 문제 주무기관이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하고 있어서다. 공단이 발간한 <2012년~2021년 8월 현장실습생 재화현황 명단>에 따르면 그간 노동 현장에서 사망해 산재를 인정받은 현장실습생은 '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4년 충북 진천 CJ제일제당 공장에서 장시간 노동과 상사의 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김동준군의 사례는 물론, 2017년 제주도 소재 생수공장에서 프레스기에 끼여 사망한 故 이민호군의 사례까지 산재로 인정받았음에도 불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경기도 내 모든 장례식장을 조사한 결과, 다수가 분향실로 올라가는 턱이 10cm 내외로 높지 않아 주변 사람들이 도와주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법적 허용 길이는 2cm인데요? 장애인은 혼자서 조문 갈 수 없나요?” “수원의 큰 장례식장에 갔는데 주 출입구는 휠체어 진입이 불가능했고, 진입 가능했던 입구는 폐쇄돼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주변의 도움을 받아 이동해야 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음식 이동 전용 1대 뿐이었습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 A씨와 B씨의 하소연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접하게 된다. 장애인의 슬픔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지만 모두가 한 마음으로 슬퍼하고 추모하는 자리에서도 장애인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느라 마음 편히 추모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충분치 않은 곳이 너무나 많은데 장례식장도 마찬가지다. 물론 장례식장 내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만 사각지대가 있어 장애인의 접근성을 침해하고 있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편의증진법’) 시행령에 의해 용도가 장례식장 그 자체인 곳도, 의료시설에
충전기에 불이 들어와서 충전되는 줄 알고 1시간을 기다렸는데, 하나도 충전되지 않았어요. 전동보장구 급속충전기가 방치되어 있는 것도 봤습니다. 거미줄이 너무 많아 거미집에 가까웠어요. 30분 이동을 위해 1시간~1시간 반을 충전했는데, 실제로는 30분도 채 안되어 배터리가 닳습니다. 급속충전기가 급할 때 이용하라고 있는 것 아닌가요? 오히려 충전하다 휠체어가 고장나는 경우도 수두룩합니다.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어느 장애인의 생생한 증언이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이동할 때 배터리가 방전될 경우 충전이 필요하다. 전동보장구 급속충전기는 그런 경우를 대비해 지하철 역사나 공공시설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안내나 관리가 미흡해 이용이 어렵거나 고장이 나서 이용 불가능한 경우가 발생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많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이동할 때 전동보장구를 이용하고 있다.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를 이용하고 있는 장애인은 약 10만명으로 추산된다. 소지를 희망하는 장애인도 약 2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이용자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정에서 이용하는 완속 충전기는 완벽하게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한국노총 출신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의무화를 규정한 법안을 발의한 가운데 이에 대한 찬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현행법은 공정거래위원회로 하여금 하도급법 적용 대상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에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작성하고 사용하도록 권장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건설업 등을 중심으로 불공정 하도급거래가 상습적으로 발생하며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표준하도급계약서의 작성과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이에 조달청은 지난해 7월1일부터 조달청 시설공사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에서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했다.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비율에 따라 신인도 평가 가점을 주던 걸 폐지하고 무조건적으로 쓰도록 한 것이다.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제(Pre-Qualification)란 입찰 참가를 원하는 기업에 대해 사전에 시공 경험·기술 능력·경영상태·신인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시공 능력이 있는 적격업체를 선정하고, 동시에 입찰참가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문제는 현재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의무화는 조달청 시설공사에 한해서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달청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