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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되지 않는 '죽음의 급식실' 급식 노동자가 폐질환에 시달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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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좁은 공간에서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음식을 만들고 있으니 연기가 끊이질 않죠. 설거지나 청소할 때 물에다 세제를 푸니까 그 역한 냄새도 다 들이마시게 돼요."

 

충남 지역의 한 중학교 급식 노동자 조모씨의 이야기다. 조씨는 13년을 일했고 최근 병원에서 폐질환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평범한미디어 산업재해팀이 이번에 들여다볼 기획은 '죽음의 급식실'이다.

 

폐암에 걸렸다고 해도 산재 인정이 쉽지 않다. 폐암과 조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연기 사이의 인과관계 성립이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난 2017년 폐암 진단을 받고 숨진 경기도 소재 학교 급식 노동자 B씨는 올 2월에서야 산재로 인정을 받았다. 세상을 떠난지 한참 지나서야 겨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은 거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설문조사를 통해 밝혀진 폐암 진단 이력이 있는 급식 노동자만 189명에 이른다. 상당수가 참여했지만 응답하지 않은 노동자도 많아 실제 폐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B씨가 산재로 인정을 받은 이유는 기름을 사용한 튀김요리에서 발생하는 연기 '조리흄' 때문이다.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조리흄은 고온의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미세 분진에, 재료에서 나온 각종 휘발성 발암물질 등 여러 유해인자가 흡착해 발생하게 되는데 지름이 초미세먼지 보다도 한참 작아 폐에서 전혀 걸러지지 않는다고 한다. 조리흄은 폐암 위험을 3배 이상 높이기도 하고 환기가 잘 되지 않을 경우 최대 22배 이상이나 심각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제대로 연구되고 있지 않아 이로 인한 산재 인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씨는 현재 산재 신청을 마쳤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조씨는 13년간 급식실에서 일하다 폐암 2기 진단을 받았다. 숨 쉴때마다 누군가 가슴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다고 한다.

 

그는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데 몸이 더 안 좋아진 것 같은 느낌이다. 맛도 모르겠고 먹을 때마다 목도 아프고 멍도 자주 들고 입안은 헐었다"며 "산재로 인정되기까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는 사람은 2년 반을 기다렸는데 결국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 전에 암이 아니라 홧병이나 치료 과정 때문에 죽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급식 노동자로 일하다 질병을 얻게 된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환기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제대로 된 환기 시설이 없거나 노후화된 시설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거다. 매캐한 연기를 확실히 빨아들여야 할 '공기순환장치'가 있으나 마나 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학교와 교육부가 급식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관계자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특히나 여름이 위험한데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이 캐노피형 후드에 방해 기류로 작용해 배기 효율이 매우 떨어지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전수조사를 통해 환기구 형태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청소'에 있다. 후드에 묻은 기름때 등에서 나오는 발암물질도 문제지만 빠르게 일을 끝내야만 하는 업무 특성상 세척시 펄펄 끓는 물에 락스를 풀어 주변을 닦는다고 한다. 이때 나오는 물질에 중독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관계자는 "노동부와 교육부의 협업을 통해 환기시설 교체는 물론 급식실 노동자에 대한 건강진단 등을 이행, 산재 인정을 위한 환경 연구와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며 "급식실 노동자들의 호흡기 질환 예방 대책 역시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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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진

사실만을 포착하고 왜곡없이 전달하겠습니다. 김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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