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전두환씨가 죽었다. 법적으로 전씨는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했다. 사실관계만 보더라도 우리 국민은 단 한 번도 학살자 전씨를 최고지도자로 뽑아준 적이 없다. 이런 전씨의 사망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조문을 해야 하느니 말아야 하느니 참 말이 많다. 대세는 명복과 애도를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뭔가 찝찝하고 불편하다. 전씨가 사망한 11월23일 이날은 그야말로 이 시리즈의 제목 그대로 불편한 하루가 되고 말았다. 학살자가 죽었으니 기분이 좋고 후련한가? 전혀 그렇지 않고 모욕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 왜냐면 전씨는 5.18 학살 외에도 삼청교육대 등 수많은 인권 유린을 자행한 총 책임자임에도 전혀 반성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천수를 누리다가 아무 불편없이 세상을 떠났다. 죽기 직전 지병(혈액암의 일종 다발성 골수증)이 있다고는 들었다. 그러나 91세까지 건강하게 살았다. 그는 2년 전까지만 해도 골프를 치러 다녔고, 12월12일이 되면 과거 12.12 쿠데타의 주역들과 고급 만찬을 즐기기도 했다. 추징금? 956억원이나 내지 않고 가족들 재산으로 꽁꽁 숨겨놨다. 사실 제일 큰 문제는 전씨가 제대로 된 사과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얼마전 평범한미디어는 20대 청년이 8월초 땡볕에서 전단지 알바를 하다 열사병으로 쓰러져 목숨을 잃은 사연을 보도(관련 기사)한 바 있다. 안전 문제를 주요 취재 분야로 삼고 있는 평범한미디어 입장에서는 여름철 온열질환의 관점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30.2도까지 치솟았던 무더운 날임에도 그 청년이 전단지 알바를 중단할 수 없는 사회적 배경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과 운동보다 건강과 생명이 우선이다.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몸 건강을 경시하고 무언가에 초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위험한 과몰입에 관심을 기울여야 이와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아래 사회 실험 영상을 보면 땡볕에 전단지 알바를 하는 청년이 갑자기 쓰러졌을 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외면하지 않고 큰 도움을 줬다. 그러나 한국의 복지 시스템은 21세 청년 성민씨(가명)의 인간답게 살 권리를 외면했다. 정 기자가 지난 18일 출고한 기사에 따르면 성민씨(가명)는 다리가 불편한 부친 A씨와 단둘이 살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성민씨는 8월3일 16시19분 인천 서구 가좌1
[평범한미디어 문명훈 칼럼니스트] 지난 글(칼럼 읽기)에서 《어쩌다 발견한 하루》라는 드라마를 언급하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자유롭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드라마의 배경은 만화 속인데요. 작가가 만든 스토리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으려는 캐릭터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만화 속 캐릭터가 작가의 의도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듯이 우리도 이미 짜여진 극본에 따라 행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황과 역할에 따라 나름의 규범이 주어지고 그 규범에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과 제약이 발생하죠. 조금만 방심하면 개인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 환경에 휩쓸려 가게 됩니다. 저는 수업 시간에 가끔 학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이야기에 삶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야기가 갖는 여러 기능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좋든 싫든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가깝게는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도 내가 어떤 생각인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표현하게 됩니다. 학교에서 조별 과제를 할 때도 내가 가진 생각과 지식을 정리해 보여주는 것은 중요하죠.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그런 상황이 더 많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영원히 18세에 머무를 줄 알았던 나는 어느덧 20대 중반이 됐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지 어느덧 3년이 됐다. 진정으로 바래왔던 '생산'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그간 보낸 어느 시점보다도 나는 '소비'적인 삶을 살고 있다. 이것이 나와 우리, Z세대의 현주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누군가 각 시장의 트렌드를 알려면 Z세대에 주목하라고 했던가,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을 생활의 디폴트로 깔고 자라났다. 이를 디딤돌 삼아 세계화된 문명만큼 글로벌한 소비법으로 완전 무장했다. 이만큼 공략해야 하는 소비계층이 또 없다는 말이다. 여러 인플루언서들은 2021년 소비시장을 장악할 필수 키워드에 'Z세대'를 꼽는다. 가장 발 빠르게 이들을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고 소비패턴을 읽어낸 사람들이 승자가 되는 거다. 이들이 집중하는 것은 Z세대의 정서, ‘외로움’이다. 시장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그들의 ‘외로움’을 팔아야 하는 거다. 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경제호황기를 겪고 자란 탓에 구매력이 높고, 유행에 민감해 소비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전세계적으로 연결돼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공유하는 가장 대표적 정서는 ‘외로움’과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한국인이라면 ‘퇴계 이황’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단 천원 지폐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하다. 이황은 조선 시대 최고의 유학자이자 대학자다. 아마 고등학교에서 문과를 선택한 사람들은 그 유명한 ‘사단칠정’ 논쟁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한국은 유교 문화가 굉장히 뿌리 깊은 국가다. 유교는 한국인 정서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다. 당연히 이런 한국에서 유학을 논할 때 이황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진행이 안 된다. 그만큼 이황의 가문은 지금도 대대로 명문가로서의 품위를 지키고 살고 있다. 그런데 후손들이 이황의 위패(죽은 사람의 위를 모시는 나무 패)를 불태우는 일이 벌어졌다. 무슨 사연일까? 9월30일 이황의 후손들은 사당에서 소송 의식(위패 등을 불살라 버림)을 진행했다. 후손이 직접 선조의 위패를 불태우는 것은 유교 정서가 지배하는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깊은 뜻이 있었다. 퇴계 종가는 “무려 400년 동안이나 이어진 유림 간의 갈등을 종식하기 위해서 이와 같은 행동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400년 전이면 조선시대다. 그때부터 위패를 둘러싸고 해묵은 논쟁이 이어져왔는데 사실 유림 갈등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까마득하지만 한 때는 ‘어대낙 현상(어차피 대통령은 이낙연)’이 있었다. 2019년 중반부터 2020년 초중반까지는 그랬다. 그때는 오히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언더독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완벽한 언더독이다. 패색이 짙은 2등 신세다. 이 전 대표가 민주당 대선 경선의 막바지로 가는 길목에서 ‘이재명은 불안하니 안정적인 나를 지지해달라’는 메시지를 피력하고 있다. 간절함이 있다. 이 전 대표는 1일 제주도 호텔난타에서 개최된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제1야당이 흠이 많은 불안한 후보를 버리고 좀 더 안전한 후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면서 “그렇다면 우리 민주당은 이대로 좋은가 당원과 지지자 사이에 걱정이 나오고 있다”고 환기했다. 이어 “우리 앞에 불안이 놓여 있다는 것을 우리는 느낀다. 우리는 무엇이 불안한지 안다. 무엇이 위험한지 안다”며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앞의 불안과 위험을 직시하고 그것을 해결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고발 사주’를 넘어 ‘화천대유’로 모든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요즘.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경선 형세가 불안한 윤석열에서 안정적인 홍준
[평범한미디어 문명훈 칼럼니스트] 최근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라는 드라마를 정주행했습니다. 그동안 제목만 알고 있었는데 드라마의 소재가 독특해서 흥미가 생겼습니다. 하이틴 드라마라 제게는 맞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몰입도가 꽤 높았습니다. 여기서 jtbc 《스카이캐슬》의 김혜윤 배우가 주인공 ‘은단오’ 역을 맡았는데요. 독특하게도 이 드라마의 배경은 만화 속 세상입니다. 로맨스 만화 속 단오는 엑스트라입니다. 심장병을 갖고 있고, 10년째 짝사랑을 하고 있죠. 만화 속 캐릭터들은 모두 작가의 의도대로 말하고 행동하는데, 어느날 은단오가 자아를 갖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만화 속에서 자아를 갖지 못 한 캐릭터들은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 하는 작가의 꼭두각시인데요. 단오는 부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상황을 보며 그곳이 만화 속 세계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때부터 단오는 만화의 스토리를 바꾸려고 노력합니다.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는 척해야 하는 것도 싫고, 무엇보다도 심장병으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만든 이야기를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갈수록 병은 악화되고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가수 성시경씨가 큰 돈을 들여가며 악플러를 고소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성씨는 29일 방송된 KBS joy <실연박물관>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배수진씨(방송인 배동성씨의 딸이자 유튜버 ‘나탈리’)의 악플 고민을 듣고 “악플러들이 많이 활동해줄수록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고 잡힐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면서 “만약 내가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나중에 또 하면 가중 처벌 되게 크게 받을 수 있는데 내가 취하해버리면 이 문제가 없어져 버린다”고 말했다. 그래서 성씨는 “쌩돈을 다 쓰기로 했다. 어떠한 케이스에도”라고 결단했다. 왜 그랬을까. 성씨는 “근데 이제 이게 어려운 것이다. 변호사 비용을 들여가지고 나 욕하는 범죄자를 잡아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며 “왜냐면 모른다. 이게 얼마나 큰 악영향과 나쁜 마음이고 사람을 자살까지 몰고갈 수 있는 건지를 그냥 자신의 배설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르고 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중학생들도 있고 아니면 선생님들도 있고 뭔가 익명 속에서 대단히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막상 나와서 조사받으라고 하면 큰일났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마치 이렇게 될줄 몰랐던 것
[평범한미디어 문명훈 칼럼니스트] 지난 칼럼에서는 보수주의의 멘토 하이에크의 '자유' 개념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하이에크는 자유를 ‘타인에 의한 강제가 없는 상태’로 규정하고 국가가 개인에 대한 강제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강제가 없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과 같은 상호조정 메커니즘이 나타나 자연스럽게 균형에 도달하게 된다고 생각했죠. 이런 생각은 하이에크 이후 보수주의 사상의 기본 전제가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소극적 자유를 주장하는 보수진영과는 달리 적극적 자유를 추구하는 진보진영의 자유를 살펴볼텐데요. 여기서 '자유'는 단지 강제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는 역량(capability)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이런 주장의 대표적 사례를 경제학자 ‘아마티아 센’(Amartya Kumar Sen)과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Martha C. Nussbaum)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누스바움이 ‘역량접근법’이라고 부르는 관점입니다. 역량접근법은 간섭의 배제를 추구하는 소극적 자유가 명목상의 자유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타인의 간섭이 없더라도 장기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이 스스로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한 때 번화가의 편의점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정말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너무나도 바쁜 매장이었다. 왜 하필 많고 많은 편의점들 중에서 이렇게 바쁜 매장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코로나 이전에도 알바 자리를 구하는 것은 은근히 쉽지 않았다. 그냥 참고 일했다. "오늘 내가 긁을께." 긁는다는 표현은 카드 결제를 할 때 위에서 아래로 긁었기 때문에 그렇게 뭔가 한턱 쏜다는 의미로 쓰이게 됐다. 2016년에서 2017년 사이 카드 결제 방식이 단말기를 긁는 것에서 IC칩 방향으로 삽입하는 걸로 점차 바뀌는 추세였다. 이때가 과도기였다. 뭐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내가 일하는 편의점은 번화가에 있는 매장으로 주말과 공휴일에 알바생 2명이 필요한 바쁜 곳이었다는 점이다. 얼마나 바쁜지 쉽게 말하면 사람들이 일렬 종대로 줄을 서서 계산하는 곳이고 과장 좀 보태서 문 밖에까지 줄이 존재하는 곳이다. 당연히 카운터를 보는 알바생은 결제를 무조건 빨리 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긁는 방식에 비해 삽입 방식은 체감상 2초~3초가 더 걸린다. 카드를 꽂거나 긁는 조준은 문제가 없는데 결제가 처리되는 전산 시간이 좀 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