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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의 불편한 하루①] 3년만 열심히 공부하면 정말 90년이 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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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집 근처 모 고등학교를 지나치면서 무수한 글귀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문장이 있다. “3년만 고생하면 90년이 편하다.” 과연 그럴까? 내가 많은 세월을 산 것은 아니지만 이 말이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고개를 계속해서 갸우뚱 하게 만들었다. 정말 무책임한 문구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정말 다양하고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길다. 한 학생이 3년 동안 놀지도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고 가정했을 때 그 학생이 노환으로 사망할 때까지 안락한 인생을 살 것이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대표적으로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 했던 의사들이나 변호사들을 살펴보자. 물론 안락하게 돈 많이 벌면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모든 전문직들이 마냥 편하게만 사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적성에 안 맞아 방황하고 생각보다 과도한 업무환경에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리고 개업했던 사무실 또는 병원이 생각보다 운영이 잘 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내가 알고 있는 모 신경외과 전문 병원 원장만 하더라도 뼈를 깎는 수술을 하느라 맨날 온몸이 쑤신다고 푸념을 한다. 

 

 

혹시 “공부 열심히 해도 힘들다면 그냥 안 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라고 되묻는다면? 나는 절대 그런 의도를 피력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흥미롭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입시에서 좋은 성과를 낸다면 기회의 폭이 훨씬 넓다. 그러나 무조건 참고 죽을듯이 공부하면 나중에 쭉 편하게 살 수 있다는 그런 사고방식은 너무 단순하고 편협하다.

 

 

“3년을 고생하면 90년이 편하다”고 하는데 반대로 말하면 “3년 동안 남들처럼 열심히 공부하지 못 한 사람은 90년을 고달프게 살 것”이라는 말이 된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3년 동안 입시 공부에서 성과를 내지 못 했으면 그냥 절망 속에서 살 것이라는 말로 들린다. 그냥 담벼락에 쓰여 있는 독려성 멘트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야만의 줄세우기 시스템을 습득하고 그에 맞는 사고방식을 체화할 수밖에 없어서 그냥 웃어 넘길 수가 없다. 

 

이런 사고방식이 섬뜩한 것은 3년 동안 획일적인 입시 공부에 매진할 수 없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자기 적성에 맞지 않아서 힘들어하는 청소년도 있고, 가정환경이 어려워서 알바에 내몰리는 청소년도 있고, 강력한 사춘기 속에서 방황하는 청소년도 있다. 그래서 이런 사고방식은 이들의 90년 인생이 패배적일 것이라고 저주하고 있는 것만 같다. 정말 이건 아니다. 고작 3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남은 인생이 결정된다면 그 자체로 로또 한탕주의적 사고방식이 아닐까 싶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입시 공부를 소홀히 했다고 해서 절대 앞으로의 인생이 망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참으로 길고 그 친구들이 잘 될지 내가 잘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람마다 일이 잘 풀리는 시기도 다 다르다.

 

고등학생들이 그런 폭력적인 문구를 접하고 너무 조급해 할 필요가 없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울러 학부모들과 교사들에게 바라는 소망이 있다. 청소년들에게 “공부 안 하면 인생 망한다”는 식의 협박성 발언을 일삼지 말고 개개인의 적성과 꿈을 위해 좀 더 배려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생에서 한 번 밖에 없는 학창시절을 입시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로만 채우지 않도록 힘을 좀 써달라. 사실 부모만 달달 볶지 않아도 숨통이 트인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시기가 절망으로 가득찬 기억으로 남지 않도록 도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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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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