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김찬휘의 선거법 체크①] 맨날 ‘법정 기한’ 넘겨놓고 이번에만 지키자고?

배너
배너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최초로 도입된 준연동 캡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으로 누더기가 됐다. 어느덧 3년이 지났다. 내년에도 이런 선거제도로 총선을 치를 수 없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부터 ‘중대선거구제’를 띄웠다.

 

다만 이제 선거제는 다양한 국민의 이해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하는데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 그래서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정치 시작 전부터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 왔다.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작년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이 어렵다는 현실론에 따라 이미 중대선거구제가 대안으로 떠올랐고 여야 다수 의원들도 어느정도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는 명분으로 또 다시 양당의 이해관계에 따른 야합으로 선거법이 졸속 개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치열하게 선거제도 개편이 논의되어왔고 다음 총선(2024년 4월10일)까지 2년도 안 남은 시점에서 고작 중대선거구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을 뿐인데 올 4월 내로 법정 기한(총선 실시 1년 전)을 지켜서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로드맵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회는 총선에서 치를 선거법을 확정해야 할 법정 기한을 지켜본 적이 거의 없다. 2020년 총선 정국에선 석 달 전에 겨우 통과됐었다.

 

선거법 전문가 김찬휘 대표(선거제도개혁연대 약칭 선개련)는 지난 2월1일 12시반 서울 마포구에 있는 ‘위드위드’ 사무실에서 평범한미디어와 만나 “두 정당이 범국민적인 논의를 만들어내지 못 하고 밀실에서 야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국회는 2008년 이후 맨날 선거법 개정 기한을 넘겨놓고 이번엔 갑자기 스케줄 지킬 것처럼 4월10일 안에 해야 한다고 분위기를 잡고 있고 그렇게 밀실 합의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기가 촉박하다고 분위기를 잡고 있는데 나는 4월을 넘겨야 한다고 본다”면서 “계속 논의를 해야 한다. 맨날 어겨놓고 제대로 논의를 해야 할 상황이 되니까 논의를 대충 하자는 속셈인가”라고 덧붙였다.

 

4월까지 열심히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열심히 하되 만약에 넘긴다면 넘기더라도 논의를 계속 해야 한다. 여름이 되고 가울이 되어서까지. TV 토론도 하고, 국회 토론도 하고 뭐든지. (21대 총선에서도 석 달 전 겨우 통과시켰는데) 그래놓고 갑자기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데 아무래도 밀실 야합의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솔직히 가장 유력한 것은 국민의힘 주도로 (더불어민주당 묵인 하에) 병립형(2020년 준연동형 캡비례대표제 이전)으로 회귀하지 않을까? 그게 양당이 제일 좋아하는 방향이다. (선거제도 개혁 연대의 흐름이) 병립형 저지의 전선으로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민주당이) 그러지는 않을 거라고 1%라도 믿고 싶다.

 

이미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로 국회 전원위원회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2024년 총선에서 적용될 선거법을 마련하기 위한 전원위인데 기간은 3월27일부터 2주간이다. 김 의장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선거법 개정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를 봤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3월17일까지 최종적인 선거법 모델 후보들을 확정하는 초안 마련 △3월23일 본회의를 열고 최종 모델들에 대한 집중 논의를 위해 전원위 구성 의결 △3월27일부터 4월7일까지 5~6차례 전원위 회의 개최 △4월 말 본회의 의결 등의 순서로 진행될 계획이다.

 

 

두 달 안에 모든 걸 해치워야 할 만큼 촉박한데 김 대표는 선거법 개정을 넘어 정치개혁의 큰 틀에서 봤을 때 “너무 부분적으로 선거구제 중심으로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단 공직선거법 말고도 정당법과 정치자금법에도 문제가 많다. 최근 녹색당에서 헌법소원해서 합헌 판정 받은 것들이 좀 있는데 중앙당을 서울에 두게 한다든가 5개 시도당을 1000명씩 둬야 한다든가. 이런 식의 정당 규제, 공무원이나 교원이 정당 가입을 못 하게 하거나 정당후원회도 두지 못 하게 하는 것도 있다. 황당한데 이런 것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뤄져야 하는데 뒤로 밀려나 있다. 공직선거법만 해도 유권자 표현의 자유, 여성할당제 문제 등등 다른 요소들이 많은데 하나도 안 다뤄지고 있고 오로지 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 문제만 다뤄지고 있다. 그것이 안 중요하단 게 아니다. 국민들이 보기에도 정치 공학적인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만 10개 가량인데 김 대표는 “(하나 같이 법안 취지 설명에) 이렇게 써있다. 군소정당의 의회 진출을 돕고 다당제를 이룬다. 국민이 볼 때 의구심이 안 생길까?”라며 “군소정당의 의회 진출과 다당제를 막은 사례가 몇 년 전에 있었는데 그 주축들이 다시 뭘 한다는 게 의심스러울 것 같다”는 지점을 환기했다.

 

그래서 김 대표는 국회의원들과 양당 위주로 선거법이 논의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범국민적인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시민사회에서도 나서고 있는데 작년 10월 ‘2024 정치개혁공동행동(정공)’이 재발족했다. 2018년부터 비례민주주의연대(2021년 선개련으로 개편)가 선거법 개정의 원외 담론을 주도했는데 비례민주주의연대를 중심으로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합심해서 정공을 출범시킨 바 있다. 이날 김 대표는 마침 국회에서 열린 2024 정치개혁공동행동(정공)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왔는데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정치개혁 범시민 논의기구를 즉각적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피력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정공의 공동대표직도 수행하고 있다.

 

범국민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정치권에만 맡겨지면 정당의 이해관계를 넘어 의원 개개인의 속사정이 개입될 여지가 커진다.

 

오늘 기자회견의 핵심 내용이 뭐냐면 국회 밀실에서만 하지 말라. 결국 나중에 가면 (정당별) 자기 이해관계가 작용하게 돼 있다. 사실 잘 보면 소선거구제로 당선된 국회의원이 있는데 어떤 의원은 중대선거구제에 적극적이고 어떤 의원은 아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보면 매스컴에 타고 유명세가 있는 의원들은 중대선거구제를 하자는 거고 자기는 문제없고 유리하니까. 근데 자신이 텃밭으로 키워서 그곳에만 공을 들여온 의원들은 중대선거구제를 확대하는 게 두렵다. 돈도 더 들고, 선거 조직도 두 세배가 돼야 하고 그래서 내심 반대하고 있다. 그래서 좋은 안을 만들더라도 국회의 힘만으로는 돌파하기 어렵다. 왜냐면 국회 다수 의원들은 싫어하니까. 국회의원들에만 맡겨놓으면 이해관계의 충돌이 발생하기 때문에 바람직한 안을 내기 어렵다.

 

물론 김 대표가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동료 의원 100명 이상을 모아 결성한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과 같은 움직임을 저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심 의원은 1월17일 방송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그동안의 정치개혁 때때로 다 나왔지만 한 번도 제대로 안 됐는데 다 기득권 때문 아니냐. 말하자면 정치인들을 악마화하는 쪽으로만 이야기가 돼 왔는데 기득권 때문에 좌초된 것 절반의 진실”이라며 “다들 또 (선거법에 문제의식을 갖고) 개선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절반의 진실”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런 심 의원의 주장처럼 “절반의 진실을 적극적으로 발현시키려면 국민들이 참여하는 범국민기구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정공에는 참여 단체들이 690여개나 모였다. ‘지역정당네트워크’와 ‘페미니즘창당준비위원회’ 등 법정 정당이 아닌 두 곳 외에 공식 정당들은 제외시켰는데 그야말로 범시민사회 조직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정공 안에서 힘을 모아갈 수 있을 것 같고 다만 보수쪽 의견도 들어야 한다. 최근 범사련(범시민사회단체연합)에서도 연락이 왔다. 극우쪽은 아니고 온건한 보수세력이다. 범사련은 진보적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도 토론회를 열었다. 이런 식으로 진보와 보수가 좀 더 만나서 대화하는 루트를 만들면서 범시민 논의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정공 차원에서 밀고 있는 단일한 선거법 모델이 있을까? 김 대표는 “많은 걸 합의하진 않았고 열어놓고 대화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김 대표는 논의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선개련의 입장을 유연하게 가져가고 있다고 환기했다. 작년만 해도 김 대표는 중대선거구제가 유력한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좀 비판적이었는데 “조금 논조를 바꿨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김 대표는 “윤 대통령이 신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이야기했을 때 (우리가) 반대! 이렇게 해버리면 찬반 진영논리로 갈려버리고 그러면 논의가 안 된다”는 지점을 수용했다.

 

원래 대선 때부터 (윤 대통령이) 자신의 지론이 중대선거구제라고 하니까 좋다.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인정했다는 것에 공감한다는 식으로 수용을 하려고 한다.

 

중요한 것은 100석이 넘는 집권여당 국민의힘을 배제하고 과거처럼 ‘패스트트랙’으로 밀어붙이게 되면 결국 위성정당 사태만 초래할 뿐이라는 사실이다.

 

선거제도 개혁은 더 이상 패스트트랙으로 갈 것은 아니다. 그래서는 국민적 합의를 이룰 수가 없다. 국민의힘 전체는 어렵더라도 상당수 구성원들이 참여를 해야 한다.

 

그래서 김 대표는 “허승규 처장(녹색당 경북도당 사무처장)이 소선거구제를 계속 고수하는 사람들은 반윤석열계다! 친윤계라면 소선거구제를 극복하는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처럼 국민의힘 인사들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해서라도 논의 테이블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대표는 사실상 중대선거구제 위주로 선거법이 개정될 수밖에 없는 흐름을 인정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어떤 중대선거구제냐?”의 측면에서 3가지 모델로 압축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정리했다.

 

①한 선거구에서 4인 이상 선출하는 비이양식 중대선거구제

②선호투표제

③비례대표제

 

①은 유권자가 후보 개개인에게 직접 표를 주는 현행 지역구 투표 방식을 그대로 시행하되 당선자를 1명이 아닌 4명으로 하는 것이다. 여기서 정치학적으로 ‘이양식’이란 말은 ‘선호가 이전된다’는 뜻으로 정당에 준 표가 후보들의 당선으로 이전된다는 건데 비이양식은 그 반대로 후보를 직접 뽑는 것이다. 비이양식 중대선거구제 즉 3~4인 선거구제는 현행 한국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을 뽑을 때 차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그런데 김 대표는 “(①을) 하고 있는 나라는 OECD에는 하나도 없다. 아프가니스탄 한 곳 있다. 국민의힘 사람들의 머릿 속에 들어있는 비이양식이 이런 것”이라면서 “국민의힘은 맨날 글로벌 스탠다드가 좋다고 하던데 OECD에는 하나도 없다”고 환기했다.

 

②은 아일랜드 방식인데 1순위부터 5순위까지 선호 후보에 표를 주고 순위별로 계산해서 당선시키는 방식이다. ③은 정당 득표율로 총 의석수를 먼저 정하고 그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대표제다. 김 대표는 “중대선거구제를 수용하면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비례대표제 위주로 가야 진영논리에 빠지지 않으면서 논의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3가지가 구체적으로 구현된 것이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낸 법안과,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낸 법안이다. 이 의원이 낸 법안은 과거부터 자주 거론돼왔던 연동형 비례대표제인데 △기존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의 300석에서 360석으로 증원(지역구 240석+비례대표 120석) △정당 득표율로 총 확보 의석수를 픽스하고 거기서 지역구 당선자 수를 빼고 비례대표 의석 배분 등이 골자다. 그러니까 360석 정원에서 A정당이 정당 득표율 10%(36석)를 얻었고 지역구 당선자를 5석 배출했다면 비례대표 의석으로 31석을 배분 받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 의원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지하지만 현실적으로 중대선거구제적 성격이 가미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는 관련이 없는 정반대의 논의라고 평가했다. 반대로 김 대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중대선거구제의 형식인데 그렇게 가면 의석수를 늘리지 않고 300석으로 가도 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낸 법안이 이 모델인데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다.

 

Ⓐ의원 정수는 현행 300석 유지

Ⓑ유권자가 직접 정당과 후보자를 모두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구 253석을 ‘개방명부식 권역별 대선거구제’로 전환

Ⓒ17개 광역단체를 기본 선거구로 하되 인구가 많은 광역단체의 경우에는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인구수 등을 고려하여 6석 이상 12석 범위에서 권역을 분할

Ⓓ각 권역에서는 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먼저 확정하고 그 정당별 의석수 내에서는 유권자가 많이 선택한 후보자 순으로 당선인을 결정하는 개방형 명부 방식 도입

Ⓔ현행 전국 단위 비례대표 의석 47석은 폐지하고 이를 전체 정당 의석수와 권역별 정당 의석수 사이의 격차를 메우는 북유럽식 보정 의석으로 전환

Ⓕ보정 의석 후보자 명부는 별도로 정하지 않고 각 정당별 권역 선거구의 낙선자들 중에서 후보자 득표 비율이 높은 낙선자 순으로 47인 결정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폐지하되 결원 발생시 차순위 득표자가 자동 승계

 

 

박주민 모델에도 “선거구(권역)의 크기”라는 문제점이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박주민 모델이 진정한 북유럽 모델이려면 선거구의 크기가 최대 12석의 수준을 넘어 30석 가량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고 있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전국 득표율로 정당별 의석수를 정해서 배분하는 게 아니라 권역별 정당 득표율로 권역별 의석수를 배분한다. 근데 (박주민 모델에는) 문제가 있다. 쉽게 생각하면 이런 거다. 그 권역에 배정된 의석수가 5석 밖에 안 된다면 20%를 얻어야 1석이다. 그렇게 되면 양당이 다 먹는 것이다. 10석 정도라면 10%를 얻어야 1석이다. 박주민 안은 12인 미만이니까 가장 큰 선거구가 11인이다. 권역별로 11인 선거구를 하게 되면 득표율이 8~9% 정도는 돼야 그 권역에서 1석이라도 얻을 수 있다. 그러면 (양당 외에) 아주 잘 풀려서 광주전남에서 딱 진보당만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좀 있고 그 외엔 아무도 없다. 까놓고 얘기해서 그렇다. 정의당도 권역에서 하나도 안 된다.

 

물론 김 대표는 보정 의석 제도에 따라 정의당의 권역 득표율이 낮더라도 전국 득표율 만큼 보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즉 박주민 모델은 현행 선거제도와 유사하게 양당이 거의 모든 의석을 가져가고 정의당 및 진보당이 아주 조금 의석을 확보하는 것에 불과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박 의원이 법안 발의 취지로 어필했던 것은 ‘승자독식에 기인하는 지역 독점체제 극복’과 ‘다수의 사표 방지’라는 가치인데 이를 제대로 구현하기 어려워진다. 김 대표는 박주민 모델로는 “굉장히 제한적이고 비례성이 약간 늘어나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다”고 결론을 냈다.

 

 

김 대표가 제시하는 대안은 이런 거다. 다양한 정당들이 획득한 득표율이 최대한 의석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큰 권역에는 30석 가량 의석수를 할당하고 △어차피 북유럽의 ‘대형 권역 원칙’을 어겼으니 네덜란드식으로 전국 득표율을 픽스하고 권역별로 배분하는 것이다.

 

북유럽은 행정구역별로 선거구 하나씩 있다. 예를 들면 서울 선거구, 광주 선거구, 경기 선거구 이렇게 돼 있는데 총 300석이라고 하면 서울 30석, 경기 35석 이렇게 된다면 3% 정도의 득표율로 권역별에서 소수정당에게도 의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의미가 있는데 (박주민 모델은) 권역별로 한다고 해놓고 또 11석 이하로 쪼갠다. 스웨덴식의 기본은 커다란 행정 구역인데 그걸 쪼개고 있으면서 스웨덴식이라고 한다. 스웨덴은 24석의 선거구, 핀란드는 36석의 선거구가 있다. 원래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걸 쪼개버리면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아니다.

 

(중략)

 

쪼개는 걸 백번 이해해본다면 그 대신 어차피 스웨덴식을 어겼으니 네덜란드식으로 가면 된다. 네덜란드처럼 먼저 전국 득표율로 (최종 확보) 의석수를 할당한다. 그 다음 권역별로 배분하면 된다. 예를 들어 300석의 3% 9석을 확보했다면 그걸 권역별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모델은 모두 권역별 보정을 받을 수 있는 정당의 진입장벽도 만들어놨다. 2%, 3%, 4%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한국에서 이 정도를 받을 수 있는 정당은 양당 말고 정의당 밖에 없다. 그래서 이렇게 하지 말고 네덜란드는 진입장벽이 없으니까 전국 득표율에 따라 전국 의석을 정해야 한다. 그 다음에 권역별로 나누는 거고.

 

 

김 대표는 네덜란드 사례를 짚어주면서 ‘당사자 정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네덜란드는 0.67%만 얻으면 1석이다. (하원의원) 150석 정원이니까 150분의 1만 얻으면 1석이다. 네덜란드에선 동물권을 우선하는 동물당이 6석이다. 그 다음에 튀르키에 이주자들이 만든 정당 DENK(덴크)가 3석을 확보하고 있다. 농민당(농민시민운동)도 1석을 보유하고 있다. 오늘 기자회견에서 발언할 때 우리나라 기초생활수급자 이야기를 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전체 인구의 3.6%(약 188만명)인데 맨날 생계급여를 왜 줬다 뺐냐?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고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 그럴 필요가 뭐 있는가. 그들이 기초수급자 정당을 만들면 된다. (네덜란드 모델에서) 만약 3.6%를 득표하면 11석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의 10분의 1만 찍으면 1석이다. 정치라는 게 누구한테 청원하거나 부탁하는 게 아니라 당사자가 하는 정치로 가야 한다.

 

실제로 2021년 3월17일 시행된 네덜란드 하원 선거를 살펴보면 ‘BIJ1’이 8만7238표 0.84%를 얻어서 1석을 확보했다. BIJ1은 흑인 여성 실바나 시몬스가 2016년 맑스주의를 주창하며 창당한 극좌정당이다. 당원 수는 5800명 밖에 없다. 현재 네덜란드 하원에는 VVD(자유민주국민당) 34석, D66(민주66) 24석, CDA(기독민주애원당) 15석, CU(기독교연합당) 6석 등이 ‘4당 연정’(79석)으로 내각을 구성해서 집권하고 있는데 총 17개 정당이 원내 정당일 정도로 이상적인 다당제가 구축돼 있다. 극우부터 극좌까지 원내에서 제도권 정당으로 활동하고 있다.

 

물론 양당과 보수적인 정치학계에서는 입버릇처럼 “군소정당의 난립”과 “정국 불안정”을 명분으로 난색을 표할 것이다. 그래서 김 대표는 “싫어하겠지만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정치로 가자고 하면서 연합하려는 정당들을 못 올라오게 한다. (네덜란드식으로 봉쇄조항을 없애면) 자꾸 기독당 같은 극우 정당도 들어온다고 뭐라고 하는데 기독당도 들어올 수 있고 우리공화당도 들어올 수 있다. 그 극우정당들이 국민의힘한테 뭐라고 하며 견제할 수도 있고 진보정당들도 다양하게 들어올 수 있다. (오히려 전광훈 목사의 자유통일당이 국회로 들어오면 이상한 짓을 덜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 (아스팔트에서처럼 망언하고) 그러면 매장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김 대표에게 선거법 개정 국면에서 행위자별 팁을 줄 수 있는지 물었는데 일일이 맞춤형 팁을 줬다.

 

먼저 국민의힘에 대해 김 대표는 “윤 대통령도 중대선거구제를 꺼낸 것은 다음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기 위해서”라며 “현재의 소선거구제가 갖고 있는 예측불가능성과 불안정성을 경계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전제했다. 그러니까 “항상 이길 것처럼 보이지만 패배해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안정적이지 않으니 비례대표제를 확대해서 꼭 친민주당계나 진보쪽만 많이 들어올 것이라고 착각할 필요가 없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2020년 총선 때 기독통일당이 1% 넘었다. 우파 계열들도 비례대표로 많이 들어올 수 있으면 국민의힘은 그들과 연합해서 안정적으로 과반을 넘길 수 있다. 사실 유럽 비례대표제 국가들 대부분은 중도우파 연정이다. 네덜란드도 중도좌파가 아니라 중도우파 연정이다. 그래서 그렇게 안정적으로 예측가능한 합리적인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꼭 소선거구제에서 압도적으로 이겨야한다는 집착 말고 오히려 비례대표제 위주로 가는 흐름을 폭넓게 활용했으면 좋겠다. 이게 국민의힘을 위한 메시지다.

 

민주당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는 비이재명계 등 비주류 의원들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해찬 전 대표의 ‘20년 집권론’처럼 민주당의 독식이 개혁적인 결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환기했다. 일종의 ‘메기론’과 ‘당론에 종속되지 않을 가능성’의 차원에서 논지를 전개했다.

 

(민주당이) 오히려 개혁을 밀고나가고 싶으면 더 진보적이고 더 왼쪽에 있는 그런 세력들과 손을 잡아야지 당내에서도 최소한의 개혁 조치를 해나갈 수 있다. 개혁적인 의원들에게 얘기하고 싶은 것이 이런 점이다. 당내에서만 논의하면 당론이 정해지면 얘기하지 말라고 하고 그러고 끝난다. 연합정치를 골치아프다고 여기지 말고 사실 유럽은 내각 구성하는 데 3개월 넘게 걸린다. 선거연합까지 나아가는 것이 굉장히 어렵지만 다양하게 시도되기도 한다. 이러한 연합정치가 정해진 약속을 도출해서 강력하게 추진될 수 있다.

 

김 대표는 현직 녹색당 공동대표이기도 한데 선거제도 개혁을 바라는 당사자로서 원내외 소수정당들에게도 메시지를 남겼다. 정의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노동당, 진보당, 녹색당, 미래당 등에 대해 “함께 원내로 진입할 수 있는 방안으로 그렇게 협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민주노총 주도 하에 진보정당 4당(정의당/노동당/진보당/녹색당)이 함께 묶인 적도 있듯이 선거제도 개혁의 연대에서도 각 당의 의견만 내세우지 말고 4당의 연합 모델이 나와야 한다. 4당이 공감할 수 있을만한 여지를 만들 대화나 안이 없는가? 그렇지 않다. 2월14일 민주노총 주도 하에 선거제도 개혁 진보정당 토론회를 맡게 된 것도 그런 의미다.

 

 

나아가 김 대표는 “정당법 개정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현행 정당 득표율 3%의 봉쇄조항을 넘기는 것은 원외정당들에겐 불가능에 가깝다. 2020년 총선에서는 83만6995표(3%)를 넘겨야 1석을 얻을 수 있었다. 만약 네덜란드처럼 봉쇄조항이 없다면 유효 투표자 수(2912만1467표)의 0.34%(300분의 1) 약 10만표만 얻어도 1석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봉쇄조항을 철폐할 수 없다면 △‘이중당적 금지’ 조항을 개정해서 두 정당이 선거연합을 할 수 있게 해주거나 △이중당적 금지 조항을 그대로 두고 별도로 선거연합이 가능하도록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 등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칠레 보니까 정당간 선거연합으로 21개 정당이 원내 정당이 됐다. 네덜란드보다 더 많다. 선거연합을 하니까 0.3% 정당들도 그 속에서 의석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선거연합을 활성화하는 데 의견을 모으고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에 의견을 모은다면 4당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선거법 모델을 설계할 수 있다고 본다. 4년 전 ‘녹색미래기본소득시대전환당’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소수 진보정당들이 단결하는 걸 국민들도 알게 되면 의미가 있기 때문이었다. 근데 지금 제도로는 4개 정당이 해산하고 다시 모여야 한다. 생각해보면 어떻게 진보정당들이 해산을 하고 다시 모일 수 있겠는가. 무산될 수밖에 없다. 반대하는 당원들이 있어서 매우 어렵다. 그래서 합의할 수 있는 공직선거법 모델, 정당법상 선거연합 이 2개를 같이 추진해나가자는 메시지를 내고 싶다.

프로필 사진
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