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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다이 인생⑰-3] 이영주의 교육 철학 “가르치려 하지 말고 경험하게 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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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전국결집(노동해방을 위한 좌파활동가 전국결집) 이영주 공동대표는 2012년까지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동시에 전교조 활동을 병행하며 노동운동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해왔다. 그런 이 대표가 2014년 민주노총 첫 직선제 선거에서 러닝메이트로 출마해서 사무총장으로 당선된 이후 교사이기 보단 노동운동가로서의 삶이 훨씬 더 짙어졌다. 사실 처음 러닝메이트 제안이 왔을 때는 거절했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물었다.

 

원래 2013~14년 전교조 수석 부위원장을 하면서 노조 간부 생활은 14년을 끝으로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노조원으로서 활동을 계속 하겠지만, 교사로서 활동하며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2014년 말 러닝메이트 제의가 들어왔기 때문에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바로 거절했다. 며칠 지났는데 한상균 동지가 러닝메이트를 찾지 못 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자칫 출마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12월28일 15시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에서 평범한미디어와 만난 이 대표는 그 당시 러닝메이트로 출마할 수 있는 인물이 자신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①여성 

②중앙 노조 조직 간부를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 

③비금속노조 조합원(한상균 동지가 금속노조 소속이기 때문)

 

여기에 충족하는 사람이 이 대표였다.

 

당시 박근혜 정권이라 정말 중요한 시기였다. 싸움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했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한상균 동지가 출마하지 않는다면 정세적으로 많이 불리해진다는 판단 때문에 다시 수락하게 됐다. 한상균 동지나 나의 고민 지점은 같다. 쌍용차 투쟁은 금속노조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전교조 법외노조 투쟁도 전교조만으로는 힘들다. 결국 노조법 개정이 되어야 하는 문제다. 이 문제들은 일부 사업장이나 분야 만의 싸움이 아니다. 전면적, 전국적 전선을 형성하지 않고는 투쟁이 불가능했다. 총연맹 입장에서의 싸움이 필요했다. 한상균 집행부의 사업 중 하나가 노조법 개정 투쟁이다. 쌍용차와 전교조 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단결이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지도부를 구성해서 함께 일하게 됐는데 돌이켜보면 수배와 구속 등 파란만장한 기간이었다. 이 대표는 민주노총의 수장이었던 한 전 위원장 못지 않게 고생을 많이 했다.

 

2018년에 출소한 후 함께 고생한 민주노총 집행부 멤버들과 같이 만나 회식을 한 적이 있다. 그때 한상균 동지가 정말 고생이 많았고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아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한 동지에게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 것 같다고 했고 한 동지는 한 동지의 운동을 한 것이고 나는 내 운동을 열심히 했을 뿐이라고 말해줬다. 즉 한상균 동지를 위해 고생한 것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그러자 한 동지가 내가 아직 철이 없다고 농담조로 이야기를 하더라.

 

 

교사 이영주의 이야기를 들어볼 시간이다. 이 대표에게 수업 방식과 교육 철학은 무엇인지 물었다.

 

우리가 변화시키고자 하는 세상을 학생들에게 경험시켜 주고 싶다. 이건 내 학급 운영 방식이기도 하다. 인간은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내가 교실에서 무엇을 말하고 주입시키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 새로운 세상, 어떻게 사회가 운영되는지 교실에서 그 운영을 다 경험시키면 된다. 이것을 경험한 학생들은 졸업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어떤 방식으로 자기 세상을 운영할지 생각할 거고 내가 생각한대로 세상이 운영되고 있지 않다면 문제 제기를 하고 저항할 것이다.

 

자기결정권을 갖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혼자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타인과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대표가 지향하는 인간상이다.

 

내가 꿈꾸는 세상과 시스템을 그대로 교실에서 경험시킨다는 것이 나의 학급 운영 목표다. 구체적으로 내가 바라는 인간형은 주체적이고 협력적인 인간이다. 자본에 맞서거나 현대 사회에서 어떠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간은 어떠한 의도나 기획이나 주입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그 다음 내가 다른 사람과 협력할 수 있는 인간이어야 한다. 자본은 끊임없이 개인을 고립시킨다. 그렇다면 어느 조건, 어느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주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어떠한 지식을 가르치느냐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교육을 하면 어떤 지식을 가르칠 건가에 대해 초점을 잡는다. 그게 아니다. 지식이 아니라 어떻게 내가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어떻게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가? 그 방식만 경험하게 되면 어느 조건, 어느 상황에서도 그 방식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 이 대표는 원목 집게를 만드는 미술 수업을 진행하며 아이들에게 요구한 것이 있다.

 

①천천히 해봐라

②친구가 하는 걸 보고 해봐라

③수다를 떨면서 해봐라

④실패를 반복해봐라

 

 

통상 기존에 알고 있던 교육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보통 만들기 수업을 할 때는 항상 빨리 해야 하고 남의 걸 보지 말고 조용히 해야 한다. 

 

하루에 10분 이상도 하면 안 된다. 그래서 다 하는데 2주 걸렸다. 사용한 재료는 아크릴 물감인데 빨간색을 칠하고 나면 마르지 않기 때문에 점을 찍을 수가 없다. 이걸 줄에다가 걸어놓고 말리는데 그렇게 되면 다른 친구가 한 작품들을 자연스럽게 보면서 비교하고 같이 작품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 된다. 작품을 만든 친구는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그 위에다 색을 덧칠할 수 있다. 때로는 기발한 생각도 나온다. 한 친구는 옆의 친구가 입고 온 옷의 체크무늬를 보고 체크무늬를 넣어 보기도 했다. 여유를 가지로 하니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는 것이다.

 

사실 한국의 주입식 입시위주교육 체제 하에서는 새로운 교육이 불가능하다. 이 대표는 이 대목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게 평준화의 효과다. 우리 교육은 현재 실력이 뛰어난 아이와 아닌 아이를 구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등급을 나누고 경쟁을 부추긴다. 하지만 아까 말한 방식대로 교육을 하면 아이들이 잘한 친구들의 작품을 보고 다른 아이들도 영향을 받아 옳은 방향의 상향 평준화가 된다. 상향 평준화가 되기 위해서는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대표가 말한 것은 ‘칸 나누기’가 없는 교육이다.

 

이 작품을 기증하겠다고 하니 아이들이 다들 동의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2주 동안 공들여서 한 작품인데 아깝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내 손으로 만들었지만 온전히 내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것 같다. 왜냐면 다른 친구의 작품도 참고하고 아이디어도 공유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자연스럽게 협력의 과정을 경험하게 된 아이들이 성장해서 사회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사회에서도 협력을 할 수 있다. 칸막이를 쳐놓고 열심히 공부해 서울대 의대를 나와 의사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하면 분노가 치민다. 이 사회가 이기적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이러한 협력의 경험을 아이들에게 그동안 교육이 제대로 제공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전체적인 교육의 프레임 자체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내가 말한 교육 방식대로 하면 모두의 능력이 다 동일해진다. 천재라고 해서 남에게 배울 것이 없는 건 아니다. 교사가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학생과 학생이 어떻게 서로 배우고 서로 고마워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래야 왕따도 없어진다. 그러나 교사는 모든 것을 주도하려고 하기 때문에 다시 교실에서 독재자가 되어 버린다. 좋은 선생님은 좋은 독재자일 뿐이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영향력을 투사하지 말고 학생들 서로 서로가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를 지도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과정이 내가 교사였을 때 계속 했던 실험이었다. 해직 교사가 돼서 가장 안타까운 것이 이런 수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 교수(하버드대)와 이준석 전 대표(국민의힘)의 입에서 자주 나오는 능력주의에 대한 이 대표의 생각을 물었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다 내 안의 능력주의가 있다. 이걸 털어내기 위한 작업은 아까 말했던 그 수업 방식 같은 것들을 계속 경험시켜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아까도 말한 것처럼 진보적인 사람들조차 내 안의 능력주의 비슷한 것들이 있다. 그런데 본인이 그걸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자꾸 다른 사람들을 공격해댄다. 운동계에서도 결국 능력있는 사람만 살아남고 있다. 나는 민주노총에도 상근자 채용을 할 때 장애인 TO를 의무적으로 할당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만약 그랬다가 일처리를 다 하지 못 하면 어떡하냐고 우려를 표한다. 현실적으로 아예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우리부터 그걸 용납하지 못 하면서 어떻게 자본에게 능력주의 개념을 버리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부터 능력주의적 사고를 경계해야 한다.

 

다시 노동 문제로 돌아가보자. 이 대표에게 노동운동의 방법론, 투쟁의 방식 등에 대한 문제를 물었다. 지금까지 민주노총 30여년의 역사 속에서 12명의 위원장(권영길/이갑용/단병호/이수호/조준호/이석행/임성규/김영훈/신승철/한상균/김명환/양경수)이 있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각자 투쟁의 패턴이 다 달랐다. 특히 김명환 집행부는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사회적 대화 참여’와 ‘투쟁 교섭’ 등 이 2가지를 전략적으로 병행하려고 했지만 전자와 관련 내부 갈등이 컸다. 민주노총 역대 위원장 모두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투쟁 기조를 유지하고 있겠지만 그 정도와 방식에 따라 전략이 달랐다. 이 대표는 민주노총 전신 전노협(전국노동조합협의회) 시절에 비해 한국 노동계는 투쟁 보단 교섭 쪽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전노협이라는 조직 이후에 민주노총으로 전환이 되었다. 전노협 시절에는 굉장히 투쟁적인 노동조합 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민주노총 같은 경우는 체제 내에서의 운동으로 전환해서 약간은 결이 오히려 순화된 모양이다. 다만 일반 국민들이나 외국에서 보기에는 아직도 한국의 노조는 굉장히 전투적인 이미지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보면 전노협에서 민주노총으로 전환되면서 그러한 부분들을 상당히 기조가 변화되었다. 산업별 노조의 교섭을 추구하는 형태로 조직 전환했다. 즉 투쟁보다는 교섭 쪽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 김명환 집행부는 왜 내부 갈등이 극심했던 걸까?

 

한상균 집행부 시절에 계속 요구했던 것이 노정 교섭 이후 노사정대화는 응하겠다는 것이었다. 일에는 순서가 있다. 먼저 정부와 대화를 한 후 사측과 함께 모여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 이거는 민주노총 전체의 결정 상황이다. 그런데 김명환 위원장이 이 기조를 벗어나서 일을 하려고 했기 때문에 탄핵까지 갔었다. 이 대전제는 크게 변함이 없다. 투쟁의 전략과 방식은 그 당시의 정세와 노조 내부 상황들이 맞물리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볼 수 있겠다. 한상균 집행부 시절의 기조는 상층 간부들끼리 일을 도모하는 것보단 현장에서 더 투쟁을 하기를 원하는 분위기였다. 지금은 박근혜 정권과 정면으로 맞써야 된다는 것이 그 당시 분위기였다. 지금 윤석열 정권 하에서도 이런 투쟁의 요구는 마찬가지로 있다.

 

 

요즘 들어 이 대표는 정권 교체만으로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사실 박근혜 정권까지만 해도 정권 교체가 유의미할 것 같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를 겪고 나니 정권 교체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느껴졌다. 양당이 계속 돌아가며 정권을 잡는 이 형국이니 당연히 의미가 없다. 양당 체제를 깨야 한다는 고민이 들었다. 윤석열 정권 퇴진 구호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2편에서 자세히 풀어냈듯이 이 대표는 노동개악이 가장 심하게 일어났을 때는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근혜 정권 때는 더 심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물었는데 이 대표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물론 탄압은 무지하게 심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개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계속 반발하고 사회적으로 여론이 일어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처리된 게 없다. 역설적으로 박근혜 정권 때 못 했던 개악들이 모두 문재인 정권 하에서 이루어졌다. 윤석열 정권 하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은 훨씬 힘있게 진행해야 된다. 지금 어떻게 보면 굉장히 좋은 기회다.

 

노동계를 결집시키고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이라는 취지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 인권교육도 그 일환 중 하나다. 노동자의 현장 조직을 재건하는 작업도 힘을 쏟고 있다. 지금 이 시기에는 단순하게 사업장 투쟁이나 연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전국적인 계급 전선을 형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어떤 의제, 로드맵으로 전선을 만들 것인가를 고심하고 있다. 그 작업을 할 수 있는 조직 체계를 만들고 있다. 결국 총노동전선이 필요하다. 한상균 집행부의 가장 큰 특징은 부분적 투쟁이 아니라 끊임없이 총노동전선을 형성하는 데 있었다. 대정권, 대자본 투쟁을 전면에다 내세우며 총노동전선을 세웠다. 지금 이런 전략이 다시 필요한 것 같다.

 

 

그런 인식에서 전국결집을 만들게 됐는데 이 대표는 꼭 하나의 기조로만 투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조합원들이 위원장을 선택할 때 경향성을 보고 선택한다. 가령 한상균 위원장을 선택할 때는 박근혜 정권에 대해 강경 기조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거고 김명환 위윈장을 선택할 때는 어느 정도 타협을 해야 할 시기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하나의 기조, 하나의 방식으로만 투쟁을 한다고는 볼 수 없다. 완급 조절은 반드시 필요하다.

 

인터뷰를 모두 마치고 이 대표에게 마지막으로 꼭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지 물었다.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는 모든 학생들이 졸업을 한 다음 본인의 권리를 확보하고 주장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노동자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내가 교사로서 전교조의 참교육으로 실천했다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에 의해 현실에서도 참교육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일하는 사람은 모두 노동자로 대우 받고 사회에 나간 학생들 모두가 권리를 쟁취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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