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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죽지 않고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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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현장 취재: 윤동욱 기자 / 기사 작성: 박효영 기자] 정의당(진보정의당)의 이름을 걸고 국회에 존재했던 2012년부터 2024년 원외정당이 되기까지 12년이 흘렀다. 20대 국회(2016~2020년)에선 사상 최초 진보적 교섭단체를 만들어내고, 평시 지지율 10%를 달성하는 등 그야말로 전성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그땐 정의당에서 한 마디 하면 거대 양당의 협상 구도를 움직일 정도였다. 그 당시 국회를 출입했던 정치부 기자로서 정의당의 전성기를 목도했다. 그러나 상전벽해다. 진보정당의 대표격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에 합류한 진보당이나 기본소득당과 달리 원외정당으로 전락했다.

 

우리 정의당이 더 떨어질 때가 있는가?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가 지난 7월23일 14시 정의당 광주시당 사무실에서 개최된 당원 간담회(광주! 얼굴 한 번 봅시다)에 참석해서 현장 분위기를 스케치했다. 현재 정의당은 5월 선출된 권영국 지도부 체제(권영국 대표/문정은·엄정애 부대표/나순자 사무총장)다. 권영국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투쟁 현장 릴레이 연대 방문 △전국 당원 간담회(얼굴 한 번 봅시다) 등 2가지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권 대표는 “정의당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고 말했다.

 

이제 한 번 정의당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라는 걸 한 번 대외적으로 과시를 좀 해야 될 필요는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살아있다! 목소리 내는 사람들이 모여서 일종의 보배 같은 거를 좀 기획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살아있다는 존재감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가 중요한데 권 대표는 “노동 정치 한마당”을 제시했다. 잘 준비해서 내년에 아래로부터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한마당 행사를 열어서 “한 번 정의당 살려보자! 정의당만이 아니고 우리 노동자들의 정치를 만들어 가보자”고 강조했다.

 

뭔가 기운을 복돋는 걸 하나 만들어야 되는데 그래서 생각했던 게 바로 노동 정치 한마당이다. 동원 방식으로 하면 엄청나게 욕 먹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진짜로 현장에서 이러한 한마당을 만들어보자라는 기운들을 우리가 아래로부터 만들어보는 데서 시작하겠다고 지금 구상을 하고 있다. 만약 그게 안 되면 노동 정치 한마당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이런 기운을 가지고 정말로 현장 노동자들이 중심이 돼서 이걸 만들자고 하면 내년 상반기에 우리는 노동 정치 한마당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권 대표가 이날 광주 당원들에게 피력했던 주요 키워드는 △불평등 극복 △윤석열 정부와 제대로 잘 싸우기 △노동 중심성 강화(비상구 부활) △지역과 현장 △기후 정치 세력화 △성평등 6가지다. 사실 매번 나왔던 익숙한 구호들이다. 당원들도 그런 지점을 거론했다. 하지만 거리의 인권 변호사로 불렸던 권 대표의 실천력이 뒷받침 된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다. 권 대표는 “양극화와 불평등에 선도적으로 맞서 싸움을 해야 되는 정당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을 했다”며 그러기 위해 “윤석열 정권의 역주행에 맞서서 정의당이 제대로 싸워야 된다”고 공언했다.

 

이번 총선에서 경주에 가서 저희를 좀 지지해달라고 했더니 탈당한 노동자들이 너무 많았다. 이제 당의 정체성이 뭐냐? 체질이 뭐냐? 이런 논란이 굉장히 많이 이야기가 됐었는데 그래서 당 정체성을 다시 확보하겠다라고 해서 이제 노동 중심성 강화를 제1의 과제로 설정을 했다. 그리고 우리가 가야 할 곳은 비정규직 노동을 대변하는 정당으로서의 위상을 분명히 해야 될 것 같다.

 

권 대표는 비상구(비정규직노동상담창구) 부활을 약속했다. 비상구를 재건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현재 노무사 30여명, 변호사 10여명 정도가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어서 우리가 미조직돼 있는 노동자들과 어떻게 소통할 거냐를 고민해왔는데 비상구 재건을 통해서 소통 창구를 마련하겠다.

 

 

흔히 진보정당에서 매번 나오는 클리셰 중의 하나가 바로 지역과 현장을 강화하자는 구호다. 결국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이 중요하다. 권 대표는 “정의당이 원내 정당이었기 때문에 매우 의회 중심으로 가고 있다. 지역과 현장에 대해서 상당히 소홀해지고 있다는 비판들이 많이 있었다”며 “결국 정의당이 가야 할 길은 지역과 현장에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는 그런 정당을 지향해야 된다”고 역설했다. 물론 정의당은 원내 정당일 때도 진보정당으로서 거대 양당보단 훨씬 더 자주 현장을 찾았다. 굳이 이런 구호를 내세우지 않아도 권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쿠팡CLS 택배노동자 과로사, 전주페이퍼 19세 노동자 사망사건, 물류센터 폭염투쟁 선포 기자회견, 장애등급제 진짜폐지 결의대회, 장애인 권리 약탈포럼집회, 최저임금 차등적용 반대 시위, 6·21 배민항의행동 등 투쟁 현장으로 달려 갔다. 어차피 이젠 원내 전략에 골몰할 여지조차 없는 상황이라 현장 중심으로 당력을 집중할 수 있다.

 

노동과 현장 다음으로 거론한 것은 기후 정치다. 권 대표는 “22대 총선 때 처음으로 기후 정치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면서도 “기후 유권자들이 대부분 민주당으로 갔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정치 세력화를 어떻게 할 거냐는 게 우리 고민”이라고 환기했다.

 

녹색정의당으로 기후 문제에 가장 앞장 서서 자기 주장과 정책을 내놓긴 했는데 이 부분을 정의당으로 제대로 끌어들이지 못 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녹색당하고 합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 부분에 대해서 평가를 해야 될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 성평등이 남았다. 권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받았던 60만표 중 약 20만표 3분의 1 정도가 2030 여성표였다”며 “(성차별적 역행 분위기 속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젠더 문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정책적으로 이야기했던 데가 바로 정의당”이라고 내세웠다.

 

그래서 2030 여성들이 정의당을 실제로 지지했던 것이다. 우리가 성차별 문제에 대응하는 성평등 정치를 어떻게 정치 세력화할 거냐. 이 문제도 사실 3개 축으로 정했는데 노동, 기후, 성평등이 바로 3개 핵심 축이다.

 

눈에 띄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권 대표가 기존의 탈당 당원들을 복귀시키는 것을 넘어 더욱더 당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지점이다. 권 대표는 “당의 발전 전략” 차원에서 “확장된 진보정치 세력으로의 재창당”이라고 명명했다.

 

정의당은 나갔던 당원들을 다시 복당시키는 방식으로 과연 정말로 거대 양당에 맞서는 진보정치를 할 수 있을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하려면 정말로 거대 보수 양당에 맞서서 노동자 민중이 주체가 되는 진보정치를 제대로 만들려면 이러한 취지에 동의하는 시민사회와 확장된 진보정치 세력이 적어도 우리 이제 진보정당 제대로 만들어보자. 그리고 정의당이 앞장서달라. 이런 기치를 가지고 재창당을 목표로 해서 우리는 꿈을 꿔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진보정치와 당을 재건하는 것은 결국 확장된 진보정치 세력으로 재창당을 목표로 해서 가는 길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당 발전 전략을 수립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떤 방향성으로 정의당을 이끌어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권 대표는 무거운 주제를 꺼냈다. 바로 부채 문제다. 정의당은 현재 30억원 가량 빚을 졌다고 한다. 부채의 근원은 지난 21대 총선(2020년)과 이번 22대 총선 등 당선이 예상되는 선거 출마자에 대한 지원금이다. 2020년만 하더라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최초로 도입되기도 했고 정의당 득표율이 10%가 예상됐기 때문에 최소 비례대표 당선자 15명을 가정하고 자금을 투입했다. 목표치는 20석이었는데 지역구 출마자 1명이 필요한 최소 비용 1억5000만원 중 4000만원을 당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기탁금 1500만원을 제외하면 2500만원이 지원되는 것인데 그렇게 해야 “명함이라도 찍어서 돌아다닐 수 있다”고 한다. 만약 계산대로 15석 이상을 배출하게 되면 국고 보조금과 지역구 후보자 선거 비용 보전금(15% 이상 전액 10% 이상 절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정의당이 지금처럼 부채 문제로 시달리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양당의 위성정당 사태로 인해 정의당은 비례대표 5석, 지역구 1석에 머물러서 고스란히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됐다.

 

 

농협에서 받은 3건의 대출금이 43억원이었는데 그나마 13억원을 갚아서 30억원이 남았다. 원금만 30억원이라 매년 금리 7% 이자만 갚아도 2억원에 달한다. 당원들은 질의응답 시간에 부채 상환 방법론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는데 △특별 당비 100만원을 3개월에 걸쳐 납부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특별 당비 100만원을 낼 수 있는 3000명 모으기 △특별 당비 10만원을 낼 수 있는 3만명 모으기 △점진적 당비 인상 등이었다. 권 대표는 “빚더미에 앉아 있는 집안에 누가 오려고 하겠는가”라며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정의당을 재건하는 조직화 과정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우리가 빚을 졌으니까 갚자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정의당이 제대로 조직력을 회복하느냐 못 하느냐는 문제다. 외부적으로 볼 때는 정의당이 제대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하고 직접 연결돼 있다. 이 문제가 정말 매우 중요한 과제다.

 

한편, 권 대표는 “2026년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당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지방선거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알렸다. 올 하반기까지 매뉴얼 작성을 완료하고, 지방선거 재정 지원 계획 수립, 지방정치학교 운영, 지역위원회 복원 등을 통해 현재 출마 예상자 30여명에서 좀 더 많은 출마자를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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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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