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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식용 금지 말도 안 돼! 천연기념물과 ‘개’는 다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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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부터 연재되고 있는 [불편한 하루] 칼럼 시리즈 17번째 기사입니다. 윤동욱 기자가 일상 속 불편하고 까칠한 감정이 들면 글로 풀어냈던 기획이었는데요. 2024년 3월부턴 영상 칼럼으로 전환해보려고 합니다. 윤동욱 기자와 박효영 기자가 주제를 정해서 대화를 나눈 뒤 텍스트 기사와 유튜브 영상으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대담: 윤동욱·박효영 기자 / 기사 작성: 박효영 기자] 올초 개식용 금지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됐고 2월6일 국무회의를 통과해서 공포됐다. 3년간 유예 기간을 거쳐 2027년 2월부턴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도살·유통·판매하는 일련의 상업적 유통망이 불법화된다. 다만 개인이 잡아서 팔지 않고 먹는 것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이 없다. 정부는 신규 개식용 업체가 출현하지 못 하도록 일절 인허가를 내주지 않을 방침이며, 기존에 운영 중인 업체들에 대해서는 자발적인 신고를 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5월21일 기준 지금까지 사육 농장주, 도축·유통상인, 식품접객업자 등 5625개 업체가 신고를 했다고 알렸다. 이들 업체는 오는 8월까지 소속 기초단체에 폐업 및 전업을 위한 이행계획서(연평균 사육 마릿수/농장 총 면적/도축 유통업체는 연평균 도축 수와 거래량/kg당 판매 가격 등)를 제출해야 하며 그에 따른 정부의 지원 서비스를 받게 된다.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는 이 소식을 접하고 분개했다. 한 마디로 “개인의 음식 취향과 먹을 자유를 국가가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주 어렸을 때 몇 번 먹어본 게 전부이고 지금은 아예 개고기를 먹지 않고 있지만 개고기를 금지하는 것 자체가 위헌적 소지가 있다는 게 윤 기자의 주장이다.

 

윤 기자는 지난 1월29일 민생당 이내훈 최고위원(수석대변인)이 광주에 방문해서 만났을 때 이 문제를 처음 거론했으며 카페에서 수다를 떨 때 강하게 성토했다. 그 이후 불편한 하루 정식 대담 주제로 올려 나름의 견해를 풀어냈다.

 

이제 헌법소원을 통해서 위헌을 받지 않는 한 대한민국에서 멍멍이는, 개는 가축이 아니라 반려동물로서만 오직 존재할 뿐이다. 가축과 반려동물의 차이가 큰데, 가축은 키워서 잡아먹거나 파는 것이고 반려동물을 말 그대로 함께 사는 것이다.

 

물론 개식용만 금지됐으니 고양이는 되는 것 아니냐? 이건 아니다. ‘나비탕’이라는 게 존재하지만 개고기에 비해 고양이고기를 먹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굳이 법으로 금지해놓지 않았을 뿐 개고기 대신 고양이고기를 먹으라는 취지는 전혀 아니다. 윤 기자는 “개고기는 어쨌든 약간 메이저 식 문화는 아니고 점점 위축돼 왔지만 마이너 문화 차원에서 많이 먹어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결국 핵심은 반려동물로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무지 많다(591만 가구 약 1418만명)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유기견을 아끼고 많이 키워서 그런다라기 보단 여론조사를 해봐도 10명 중 4명에서 5명 정도는 개식용 금지법에 찬성하는 여론이 있기 때문인데) 그 정도쯤 되다 보니까 너도 나도 키우는 개를 먹는다고? 이렇게 된 것이다. 솔직히 이게 단순히 왜 개만 그러냐라고 볼 게 아닐 수도 있는 게 돼지를 예를 들어 천만명이 키운다. 그럼 돼지도 금지시킬 수도 있어. 난 그렇게 본다. 근데 돼지를 천만명 키울 일이 없잖아. 돼지를 기업화된 유통 방식으로 길러서 전국으로 공급하고는 있지만 개나 고양이처럼 전국민이 키우지는 않기 때문에 돼지는 식용 금지를 시키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결국 핵심은 뭐냐면 왜 개만 그러냐?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무지하게 많다. 이게 핵심이다.

 

 

조희경 대표(동물자유연대)도 비슷한 취지로 이야기했다. 조 대표는 “사실 개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그리고 국내에도 반려동물로서의 지위가 이미 옮겨졌다”며 “반려동물이라는 것은 인간의 정서를 굉장히 풍부하게 하고, 정말 살기 각박한 세상에서 위로가 되는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존재들이 그런 어떤 공장식 사육시스템에 의해서 사육되고 잔혹하게 도살되고 그리고 식탁에 오르고 이게 정서 충돌이다. 사람들이 상당히 상처를 받는다. 개에 대한 잔혹한 것도 문제지만 우리 사회 내에서 자체적인 정서의 상처가 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만큼은 해결했으면 좋겠다. 사실 우리 사회의 이중적인 태도를 좀 정리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물론 개식용 금지 논란과 유사한 사례라고 볼 수 있는 고래 식용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로 키우지 않고 있지만(키울 수가 없다!) 사실상 법률적으로 금지됐다. 한국 정부는 1985년 상업적으로 포경하는 행위를 금지했으며 2011년과 2021년 관련 고시에 따라 포경 자체를 완전히 금지했다. 다른 어업 활동을 하다가 우연히 잡게된 ‘혼획’의 경우에만 유통을 허용해왔는데 이마저도 해양수산부가 2023년 추가 조치를 강화(참돌고래와 낫돌고래 보호종 지정 및 밍크고래에 대한 지정도 검토)함으로써 사실상 고래고기는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개도 그렇고 고래도 그렇고, 어떤 동물은 식용을 해도 되고 어떤 동물은 식용을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윤 기자는 개식용 금지법이 나름의 절차를 거쳐 국회 문턱을 넘고 국무회의까지 통과했지만 결코 수용하기 어렵다며 헌법소원에 들어가서 위헌 결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남 변호사(법률사무소 포유)도 마찬가지다. 김 변호사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개식용 금지법에 반대하는 이유를 아래와 같이 풀어냈다.

 

이 법안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 나 스스로 개고기를 너무 좋아해서 한 달에 많게는 한 번에서 세 번 정도 먹고 있다. 개고기는 육질이 연하고 부드러운 양질의 식재료다. 건강 측면에서도 영양소가 풍부해서 기력이 부족한 환자들에게 매우 좋은 음식이다. 나는 평소에도 과로할 때가 많아서 개소주를 쌓아두고 원기 회복을 할 정도다. 이 법이 너무 포퓰리즘적이고 국민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 국민 중 다수가 개식용을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안 먹으면 그만이지 식용을 금지하고 처벌까지 하는 것은 과도하다. 우리 국민은 헌법 10조에 규정된 행복추구권과 일반적 행동 자유권에 따라 먹거리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법은 일말의 여지 없이 국민들의 개식용권을 금지하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무엇보다 김 변호사는 “(정부는 개고기 업자들에 대한 보상과 지원을 약속하고 있지만) 사실 가장 큰 피해자는 개고기를 애용하는 국민들이고 이들의 기본권 침해는 그 어디서도 보상받을 수가 없다”면서 왜 수많은 동물들 중 오직 개에 대해서만 그렇게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피력했다.

 

이 법은 평등권 차원에서도 부합하지 않는다. 개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 등이 차이가 있는가? 다 똑같은 가축 아닌가? 개고기 식당 업주들과 다른 정육점 업주들 사이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가? 왜 개고기를 취급하는 식당 업주들과 애용하는 국민들만 차별을 받아야 하나? 어차피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부득이 가축을 식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개고기만 금지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 대우를 가하는 것이다.

 

이미 법률은 제정됐고 3년 후 시행이 될텐데 관련 위법성 조각 사유 같은 것은 없을 듯하다. 그러니까 김 변호사가 말했듯이 개고기가 식품 영양성분적으로 훌륭하다는 주장이 있을텐데,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개고기를 먹어야만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의학적인 근거가 있어서 불가피하게 특정 환자가 섭취해야만 해서 개고기 업자가 어쩔 수 없이 제공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 식의 위법성 조각사유는 말이 안 될 것이다. 윤 기자는 “옛날에 우리나라도 워낙 단백질 공급이 힘들다 보니까 개고기라도 많이 먹었는데 사실 요즘은 고기가 과잉 공급되는 시대”라며 “단백질을 공급할 다른 대안들이 충분히 많아서 의학적으로 단백질 공급을 위해 개를 드셔야 된다는 것은 없긴 하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대한육견협회는 3월26일 개식용 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고 효력정지 신청까지 청구했다. 협회는 “개 식용 금지법으로 국민의 먹을 자유가 훼손되고 관련업 종사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재산권이 침탈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주현 변호사(법무법인 정진)는 “(개식용 금지법에 대해) 10여년간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쳤으며 성숙된 논의를 통해 이뤄진 입법이다. 전업과 폐업 지원 관련 내용도 포함돼 직업선택의 자유와 관련해서도 위헌 소지가 낮다”고 반박했다.

 

일부 육견업주들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 해도 천연기념물 식용금지, 곰 웅담 채취금지 등 관련 사례처럼 식용금지로 이루는 사회적 공익이 더 클 것으로 보여서 합헌이 될 것 같다.

 

불평등하게 왜 개만 금지하냐는 질문에 한 변호사는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에 해당하는 동물들에 대해서도 식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반론한 셈이다. 한국 외에도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멸종위기종을 지정해서 함부로 식용하지 못 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헌법 37조 2항에는 “국가 안전 보장과 질서 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고 금지할 수 있는데 금지하고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예를 들어 누군가 천연기념물 202호 두루미를 잡아먹었다고 해서 국가 안전이 위협을 받거나 공공복리를 저해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두루미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서 보호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개고기를 먹었다고 해서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도출되는 것은 아니지만 또 다른 합당한 명분으로 개식용을 금지할 수도 있다. 인류가 멸종위기종이란 제도를 만들어서 해당 동물들을 보호하고 있는 이유는 “생태계 보존”의 명분이 크다. 인류가 문명 발전을 이유로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보존했다면 멸종하지 않았을 동물종들이 있을텐데 이들이 최대한 지구에 남아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인류의 양심이자 의무이고 도의적 책임이다. 다만 윤 기자는 “그런 동물들은 희소하고 개는 흔하다”고 역설했다.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은 말 그대로 희소하다. 멸종하면 안 되니까 국가적으로 보호하는 그런 동물과 식물인 거다. 더 쉽게 말해서 그러니까 개는 매우 많은데 고래 포함 멸종위기종 동물들은 매우 드물다. 만약에 개가 희소해서 종이 사라질 수도 있다면 나도 한수 접고 개식용 금지에 찬성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 천연기념물이나 이런 거랑 그 멍멍이랑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가 없다.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처럼 보호하는 동물 사례들과 개식용 금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그렇다면 인간과 매우 가까운 반려동물이자 정서적 친밀감이 강해서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넘어가게 된다. 윤 기자는 조 대표가 주장한대로 반려동물 인구가 많아서 정서적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차원에서 공익 목적을 어필하더라도 “그런 이유로 개를 못 먹게 한다? 이거는 아무리 봐도 논리적 비약”이라고 일축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니 실마리가 조금 풀렸다. 윤 기자는 만약 개식용 금지법이 위헌 판정을 받게 되면 개 종류 불문 모든 개들이 식용이 되어도 문제가 없는가란 질문에 “시츄, 골든 리트리버, 프렌치 불독, 요크셔 테리어, 비숑 프리제, 치와와, 말티즈, 닥스훈트 등등 흔히 기르는 반려견들은 보호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그러나 왜 개만 금지하고 돼지, 소, 닭은 금지 안 하냐고 따지던 논리라면 개식용 품종만 별도로 정해서 이것만 먹을 수 있다고 하는 것도 모순 아닐까? 윤 기자도 과거 시츄를 분양 받아 키워본적이 있다. 결국 개식용을 허용할 거면 품종 불문 다 허용하고 금지하려면 전부 금지해야 일관적이다. 하지만 사람의 정서라는 게 있어서 정서적으로 가까운 동물에 대해서는 공감 지수가 높아지고 더 나아가서 식용 금지로 나아가게 된다. 윤 기자도 이런 지점을 어느정도 인정했다.

 

진짜로 논리적으로 파고 들어가 보니까 만약 위헌이 나와서 합법적으로 개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면 흔히 애완견으로 선택되는 개들도 먹혀지는 현상을 볼 수도 있는데. 그러면 누군가는 들고 일어날 거 아니야. 인스타에 개 키우는 사람들 사진 많이 올려놓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들고 일어날 거다. 그러면 시끄러워지잖아 사회가. 여론이 뜨거워지잖아. 그런 귀여운 개를 어떻게 먹냐? 그러면서 이제 왜 금지시켰는지 조금 이해가 됐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개식용 금지 반대에 대한 주장을 바꿀 생각은 없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김 변호사처럼 개고기를 즐기고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니다. 이 법 자체가 사실 말이 안 되는 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반대한다. 개고기에 대한 취향이 있어서가 아니라 헌법적으로 취향과 양심의 자유. 이런 게 있는 거야.

 

 

결론적으로 헌법재판관들이 키를 쥐게 됐다. 공개 변론을 열어서 공론장을 형성할 것 같기도 하다.

 

진짜 솔직히 말해서 나 개고기 안 먹어도 된다. 나는 돼지고기 좋아한다. 근데 기본적으로 개식용을 하더라도 식용 허용 견종이랑 반려 목적 견종을 구분하자는 게 내 생각이었는데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떤 개는 먹고 어떤 개는 안 된다. 이것도 사실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그래도 나는 (모든 동물들은 다 인간을 위해서 수단화되는 건데) 멸종위기종도 아니고 인간과 가까운 편인 다른 동물들도 금지 안 하는 마당에 굳이 개만 식용을 금지하면 불합리하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향후 평범한미디어는 윤 기자 주도로 개식용 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 진행 절차를 팔로우해서 나름의 관점으로 정리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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