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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의 불편한 하루③] 온라인 드립을 지상파에서? 'MBC' 욕먹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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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에서나 쓸 문장을 지상파에서 사용한 것은 분명 문제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기대와 우려 속에 도쿄 올림픽이 개막했다. 방송사들이 앞다퉈 개회식을 중계했는데 MBC가 욕을 먹고 있다. 각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 해당 국가의 소개 자막을 굉장히 부적절하게 달았기 때문이다. 이는 엄청난 논란을 불렀다. 

 

본지 기자도 MBC 중계 화면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23일 방송된 개회식 중계에서 MBC는 노르웨이 선수들이 입장할 때 연어 사진을 넣었다. 일국의 문화를 너무 단순화시킨 것 아닐까? 비판하고 싶은 지점이 있었지만 여기까지는 백번 양보해서 센스있게 소개하기 위해 연어가 유명한 노르웨이라 이 사진을 넣었다고 양해해줄 수 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등을 소개할 때였다.

 

 

MBC는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입장할 때 체르노빌 사진을 삽입했다. 체르노빌 사고는 20세기 최악의 참사라 불리는 원자력발전소 참사다. 과거 소련의 위성국가 우크라이나 국민들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이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들어올 때 이처럼 비극적인 사진을 삽입한 것은 굉장히 무례한 짓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비유하더라. 대한민국을 소개하면서 삼풍백화점 붕괴 또는 세월호 참사 사진을 오버랩시키면 퍽이나 유쾌하겠다.

 

 

 

 

심지어 아이티 소개 문구에서는 폭동 사진을 삽입하고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아이티 국민들을 뭘로 본 걸까? 분명 상처가 되는 문제적 행동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셜제도는 “1200여개의 섬들로 구성됐고 한때 미국의 핵 실험장”, 나우루는 “인광석 고갈로 경제 타격”, 시리아는 “풍부한 지하 자원 10년째 진행 중인 내전” 등 MBC는 해당 국가들의 취약 지점을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지게끔 문구를 배치했다. 

 

MBC는 오직 내국인만 고려했는가? 사실 MBC의 어이없는 행태를 처음 지적한 것은 한국인들이었다.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인데 굳이 그 나라의 비극적인 사건들 또는 부정적인 면모를 부각해서야 되겠는가? 상황이 어려운 국가의 국민들은 올림픽을 보면서 위안을 얻어야 하는데 이런 저질스러운 문장을 접해야 한다니 마음이 아프다. 당사국 국민들의 아픈 곳을 후벼파는 행위다.

 

이러한 MBC의 행태와 관련하여 CNN은 "공격적인 고정 관념을 바탕으로 여러 국가를 묘사하는 데 크게 실패했다"며 "만약 한국을 소개할 때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세월호를 거론하면 좋겠느냐"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는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각국 시청자들에게 외교 및 글로벌 인식을 키워주고 (해당국가) 선수의 프로필이나 지정학적 의미 등을 방송한다"면서 "MBC는 (해당 국가들에) 공격적이거나 부정적 편견을 강화하는 내용의 이미지를 사용해 비판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사실 이런 식의 문장력은 온라인 유머 사이트 등에서나 사용되는 소위 '드립'으로 통용될 수준이다. MBC는 유머 사이트가 아니다. 대한민국 지상파 3사 중 하나이자 공영방송이다. 파급력이 온라인 커뮤니티와는 차원이 다르다.

 

MBC 정도의 규모라면 직원도 많고 분명 검수하는 인력이 있을텐데 아무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MBC는 나름 간결하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보는 시청자나 당사국 국민들은 매우 불쾌한 것이 문제다. 재미없고 불쾌한 농담을 하면 듣는 사람들은 다 정색하는데 혼자만 낄낄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눈치없는 아재다. MBC가 딱 그 꼴이다. 사석에서는 친한 사람들과 격의없이 별 시덥잖은 농담이나 수위가 센 농담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농담을 공식석상에서 하게 되면 분명 논란이 된다. 이번 케이스가 딱 그런 경우다.

 

 

 

결국 MBC는 꼬리를 내렸다. 박성제 MBC 사장이 고개를 숙였고 홈페이지에도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과문에서는 “짦은 시간에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다고 했는데 말도 안되는 변명이다. 굳이 그렇게 해당 국가에 대해 무례한 표현을 쓰지 않아도 얼마든지 쉽게 소개할 수 있다. 무능에 대한 핑계가 구차하다.

 

MBC가 이 사건을 계기로 많이 반성하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절치부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관련 담당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방송 사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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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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