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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의 불편한 하루⑪] 전동킥보드 '헬멧 의무화' 현실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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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한 전동 킥보드 ‘헬멧규제’
그냥 권고 사항으로 해도 충분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전동킥보드(PM/Personal Mobility) 사용자의 헬멧 착용을 의무화한지 1년 하고도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작년 초에 권고와 계도 기간을 가진 후 2021년 5월13일부터 의무화됐다.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 킥보드를 탔을 때 적발되면 과태료 2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걸린 사람 입장에서는 굉장히 짜증나는 일인데 자동자 안전벨트 만큼의 수긍이 가질 않는다. 수긍이 되지 않는데 치킨 한 마리 값이 그냥 증발한다. 

 

공유형 전동킥보드를 애용하는 편이다. 뚜벅이들에게 공유 킥보드는 그야말로 구세주다. 특히 직업 특성상 외근이 잦은 사람들에게는 기동력을 높여주는 훌륭한 교통수단이다. 더운 여름에 땀을 덜 흘려도 되니 얼마나 편리하겠는가. 게다가 광주광역시 같은 도시에서 비교적 근거리(1km 이상)를 이동할 때 버스보다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

 

 

단순 속력으로만 비교했을 때 당연히 버스가 더 빠르다. 그러나 버스는 교통정체, 정류장 정차 등으로 지체되는 시간이 많다. 킥보드를 타면 이런 것들이 없어서 꽤 빠르다. 

 

문제는 이상한 규제다. 앞서 언급한 ‘헬멧 의무화’다. 일단 실효적이지 않다. 시속 20km가 최대치인 킥보드를 타는 것은 자동차와 맞먹는 오토바이 라이딩과는 아예 다르다. 본지 기자는 번거로운 과태료가 무서워 부피가 큰 헬멧을 외출할 때 백팩의 줄에 묶어서 가지고 다닌다. 정말 시리즈의 제목 그대로 ‘불편’하다. 굉장히 불편하다.

 

공유 킥보드의 사용 방법은 스마트폰 앱으로 주변에 킥보드를 찾아서 잠금을 해제하는 것이다. 즉 원래 킥보드를 탈 마음이 없었던 사람이 길을 가다가 갑자기 타고 싶어질 때 혹은 갑자기 급하게 어디를 가야 할 때 언제든지 찾아서 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압도적인 편의성은 공유 킥보드의 최대 장점이다.

 

 

하지만 헬멧 의무화 때문에 눈앞에 킥보드가 있어도 타기가 망설여진다. 가끔 헬멧이 부착된 킥보드도 있다. 그러나 남이 썼던 걸 써야 한다는 찝찝함이 있고, 고정줄이 망가져 이탈해버렸을 경우가 많다. 비율로 봤을 때 애초에 헬멧이 없는 공유 킥보드가 훨씬 많다. 이용자가 헬멧을 갖고다녀야 된다는 거다.

 

사실 평범한미디어 독자들은 좀 의아할 것 같다. 그동안 평범한미디어는 안전 문제를 심도있게 다뤄왔다. 안전을 정말 중시하는 언론사다. 그런데 그런 언론사에서 헬멧 의무화를 비판하다니 논조와 맞지 않은 것 아닐까? 모순이 아닐까?

 

그렇다면 왜 헬멧 의무화에 비판적인지 그 이유를 제시해보겠다. 일단 속력이다. 오토바이의 경우 배기량이 비교적 작은 스쿠터라도 작정하고 액셀을 당기면 시속 80~100km를 가뿐히 넘는다. 배기량이 더 큰 오토바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정말 성능이 좋은 오토바이는 자동차의 속력을 능가한다. 그러니 헬멧을 비롯한 프로텍터(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것이 맞다. 오토바이 운전자들에게 헬멧은 그야말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뚜껑은 없는데 자동차처럼 속력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동킥보드는 오토바이와 속력을 비교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물론 개인이 갖고 있는 킥보드의 속도는 꽤 빠를 수 있다. 하지만 공유 킥보드만 놓고 봤을 때 아무리 빨라야 시속 20~23km 밖에 되지 않는다. 애초에 전동 킥보드는 설계 자체가 그렇게 돼 있고 안전성을 고려해서 만들어졌다. 헬멧 의무화가 이치에 맞으려면 기존 속도의 2배인 시속 40km 정도는 돼야 한다.

 

"킥라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동킥보드가 길가의 무법자 취급을 받고 있고 그런 만큼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헬멧 의무화는 킥보드를 타지 않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킥보드 이용자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킥보드 이용자가 고작 시속 20km로 주행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해서 전복이 되어 머리부터 박는 경우의 수는 과연 얼마나 될까? 오히려 실질적인 안전 조치가 되려면 헬멧이 아니라 무릎 보호대가 더 필요할 것이다.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는 아래와 같이 조언하기도 했다.

 

미래 모빌리티 사업 모델인데도 죽어가고 있다는 게 문제점이다. 지금 최고 속도 25km 미만으로 헬멧 쓰게끔 만들었는데 아예 15km 미만으로 낮춰서 헬멧을 벗게 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공유 킥보드는 2019년부터 수도권 중심으로 유행이 불기 시작했는데 시장이 급속히 확장됐던 만큼 20대 국회(2016~2020년) 말미에 졸속으로 규제 완화법이 통과됐다가 21대 국회(2020~2024년) 초반에 다시 규제 강화법이 통과됐다. 그야말로 규제 '공백과 혼돈'이었는데 현재는 규제 강화 시스템 아래에 있다. 그 시스템의 핵심 내용이 바로 '헬멧 의무화'와 '도로 주행'이다. 전동킥보드는 인도로 주행하면 안 되고 일반 도로 또는 자전거 도로로만 다녀야 한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사이드에서 시속 20km로 킥보드를 타고 가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래서 안전한 전동킥보드 이용을 위해서는 자전거 도로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 헬멧 의무화 보다 훨씬 중요하다.

 

 

그 다음에 형평성 문제가 있다. 전동킥보드 헬멧을 단속하고 싶다면 일반 자전거 이용자들의 헬멧도 당연히 단속해야 한다. 속력이 거의 비슷하다. 자전거도 성인이 좀만 세게 페달을 굴려도 시속 20km 이상이 나온다. 숙련자가 아닌 일반인이 그 정도다. 실제로 킥보드를 타고 가더라도 자전거를 따라잡지 못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자전거를 탈 때 헬멧을 쓰지 않는다고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수동 자전거를 탈 때 보호장구를 했으면 좋겠다는 권고사항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선수급이거나 취미로 자전거 동호회를 나가는 사람이 아닌 이상 자전거를 탈 때 거의 대부분 헬멧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전동킥보드만 유독 헬멧 단속을 한다. 자동인지 수동인지의 차이인가? 앉아서 가는지 일어서서 가는지의 차이인가?

 

 

분명 킥보드 업체들도 바뀐 시스템에 따라 헬멧을 부착해놓고 있다. 그러나 아직 달려있지 않은 킥보드가 훨씬 많고 공유 킥보드의 특성상 헬멧은 자주 분실된다. 공유 킥보드의 덜렁덜렁 헬멧을 자주 목격한 바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용자 입장에서 단속이 무서워 헬멧이 달려있는 킥보드만 골라서 타기에는 너무 비효율적이다.

 

어떤 사람들은 헬멧 의무화를 할 게 아니라 아예 공유 킥보드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주차를 이상한 곳에 하고, 인도나 차도에서 운전을 부주의하게 해서 사람을 치거나 자동차에 치이는 킥보드 이용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무개념 이용자들은 일부일 뿐이다. 공유 킥보드는 잘만 사용하면 뚜벅이들에게 최고의 교통수단이 될 수 있다. 공유 킥보드로 인해 자동차를 덜 타게 된다면 기후위기 시대 그나마 탄소 배출 감축과 교통체증 문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헬멧을 강요하지 말고 자전거 도로를 대폭 확대해달라. 그렇게만 된다면 차량 운전자,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등 모두가 킥보드 이용자와 갈등하지 않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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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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