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지난 3일 MBC에서 경악스러운 뉴스를 보았다. 국가대표 남자 핸드볼 정재완 선수는 3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땄다. 정 선수는 엘리트 체육인이지만 병역 혜택 기준(아시안게임 금메달/올림픽 동메달 이상)을 충족하지 못 해 병역의 의무를 수행해야 했고 입대했는데 육군훈련소에서 다리 부상을 당했다.
지난 5월 정 선수는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운동을 하다 왼쪽 아킬레스건과 인대가 파열됐다. 정 선수는 허가를 받은 뒤 민간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돌아왔지만 훈련소 의무대에는 소독약조차 충분하지 않았다. 결국 부상 부위는 괴사 상태에 이으렀다고 한다. 거의 선수생명이 끝날 위기에 놓일 정도였다. 이런 어이없는 일이 다 있는가?
훈련병 시기에는 행군 등 고된 훈련을 많이 받아야 하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성이 상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흔한 소독약 하나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훈련소는 치료를 받고 있는 정 선수에게 꾀병 취급을 하며 빨리 복귀하라고 눈치를 준 정황도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전도유망한 엘리트 체육인도 이런 수준인데 일반 청년들은 오죽할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대한민국 군대를 묘사하는 유명한 문장이 있다.
“부를 땐 국가의 아들, 다치면 니네 아들, 사망하면 누구세요?”
군대의 현실을 관통하는 문장이다. 군은 이런 문제로 빈축을 산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일단 의료 환경이 무척 열악하기 때문에 다들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안심이 된다. 무엇보다 군 복무 중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게 되면 제대로 된 치료나 보상, 사후 대처를 매우 몰상식하게 진행한다. 정 선수 이전에도 부상과 사망을 당하고도 군의 안일한 태도로 분노를 산 사례들은 수없이 많았다.
군 의료체계에 대한 불신이 극심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계속해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지지부진하다. 게다가 훈련병이나 이등병 등은 특성상 치료받으러 가는 것도 눈치가 보이고 심지어 꾀병 의심까지 받는 것이 현실이다.
보상 문제도 마찬가지다. 군대에서 다친 것에 대해 제대로 된 보상을 전혀 해주지 않고 하더라도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 생색이나 내고 있다. 가고 싶어서 간 것도 아니고 강제로 가는 건데 이에 대한 보상이 턱없이 부족하다. 정말 어이가 없다. 오죽하면 민간 보험사에서 군 보험 상품을 따로 낼 정도다. 나라를 지키러 갔는데 당연히 군대에서 부상당한 것에 대해서는 국가가 확실히 책임을 져야 되는 것 아닌가?
한국이 가난한 나라도 아니고 국방비에만 대략 50조원을 투입하는 국가다. 그런데 왜 군인들에 대한 대우는 후진국 수준인가?
군의 대처도 문제다. 군대 내에서 이런 불상사가 발생할 경우 앞 뒤를 살피지 않고 그저 "사고가 일어난 것"에만 집중하여 관련 간부의 진급길을 막아 버린다. 군 조직 특성상 간부들은 "진급에 살고 진급에 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될 경우 제일 문제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기를 쓰고 은폐한다. 일이 터지고 한참 후에 피해자 가족들이 알게 되는 경우가 이것 때문이다. 사고는 아무리 조심해도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고에 상식적, 적극적으로 대처한 간부에게 불이익을 주지 말고 모범적으로 대처했으면 포상을 줘야 한다. 하지만 그래도 무작정 은폐하려는 간부가 있을 수 있다. 그런 간부는 중징계를 내리면 된다.
군필자들은 항상 말한다. 군대에서 상식을 기대하면 안 된다고. 자조적으로 “다시 입대하는 꿈을 꾼다”고 말하는 것은 그만큼 다시 군대에 가기 싫다는 얘기다.
이제 애국심으로 포장해서 앞날이 창창한 청춘들을 게임 유닛처럼 소모품으로 쓰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런 식의 주먹구구식 군 행정은 국방력 향상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마트폰 사용과 평일 외출외박, 월급 대폭 인상 등 병사들의 처우가 지속적으로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부족하다. 강제로 끌려오기 때문에 도망갈 수 없는 청년들의 처지를 이용해서 맘대로 부려먹어도 된다는 인식이 언제든 발현될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병사들에게 얼차려 주면서 다그칠 것이 아니라 군 조직과 수뇌부가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폭염과 코로나 속에 구슬땀을 흘리며 복무를 하고 있는 국군 장병 여러분들이 부디 몸 다치지 말고 무사히 제대하기를 바란다. 다 필요없고 부상 안 당하는 게 최고다. 눈치보지 말고 아프면 부모에게 말해서라도 민간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자. 눈치주는 인간들은 어차피 본인 인생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이다. 직업 군인으로 진로를 잡은 것이 아니라면 너무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 아프면 결국 온전히 본인 손해다. 씁쓸한 이야기지만 아픈데 열심히 했다고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 나의 열정과 노력을 투입해야 할 데는 군대가 아니라 사회에서 스스로 택한 직업 분야다. 군대는 인생학교가 아니다. 인성과 인내심을 기르기 위해 입대하는 것이 아니다. 징병제의 군대가 가르쳐주는 것은 인내심이 아니고 부조리에 대한 순응, 위계서열에 따른 불평등 의식 등 민주적 가치와 거리가 먼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하지 말고 제발 다치지 않는 것에 초집중을 하자.
그리고 전역한지 비교적 오래된 사람들도 “라떼는 말이야”라고 하면서 “요즘 군대 살판났네 더 굴려야 하는데” 이런 소리 좀 제발 하지 말자. 내가 힘들었으니 너도 힘들어라? 이런 보복심리를 벗어던질 때도 됐다. 군 복무 환경은 점점 나아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내가 고생한 만큼 지금 군 복무를 하는 청년들이 고생을 해야 한다는 하등의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