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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서 ‘폰카’ 들고 찍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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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부터 연재되고 있는 [불편한 하루] 칼럼 시리즈 18번째 기사입니다. 윤동욱 기자가 일상 속 불편하고 까칠한 감정이 들면 글로 풀어냈던 기획이었는데요. 2024년 3월부턴 영상 칼럼으로 전환해보려고 합니다. 윤동욱 기자와 박효영 기자가 주제를 정해서 대화를 나눈 뒤 텍스트 기사와 유튜브 영상으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대담: 윤동욱·박효영 기자 / 기사 작성: 박효영 기자] 사실 평범한미디어 유튜브 채널이 있기 때문에 무료 공연을 갈 때마다 스마트폰을 들고 동영상 촬영을 하곤 한다. 하지만 맨뒤로 가서 타인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한다. 얼마전 조선대 축제에 가서 가수 싸이 공연을 봤는데 여전히 폰카를 드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이미 싸이는 5월22일 방송된 tvn <유퀴즈 온더 블럭>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요새는 공연장 가면 촬영을 하느라고 사실은 공연에 집중들을 못 한다. 전세계가 동일한데 가수 딱 있고 객석 보면 전체가 다 화면인 거다. 얘기를 한다. 첨에는 달래도 봤고 협박도 해봤다. 전화기를 안 내려놓으면 하지 않겠다는 둥, 앵콜을 짧게 하겠다. 집에 가겠다. 다 해봤는데 어떻게 해도 안 되더라. 그러다가 하나 생각한 아이템이 실제도 그렇긴 한데 전화기를 들고 있으면 여러분 박수칠 손이 없지 않은가. 공연장에 박수가 너무 없어지고 있다. 그랬더니 한 명씩 쓱 내리더라.

 

그런데 유재석씨마저 “내가 대학생이더라도 싸이 나오면 (스마트폰을) 들 것 같다”고 하자 싸이는 “몇 장만 찍으면 된다. 내가 막 30장을 담을 비주얼은 아니다. 잠깐 찍고. 내가 열심히 캠페인처럼 하고 있다. 기록하지 말고 기억을 하자고”라고 강조했다.

 

 

그 방송을 다들 봤는지 싸이가 실제 공연장에서 “나는 여러분들의 수만큼 엄청나게 많은 전화기 수를 보고 있다”고 부탁하자 하나 둘 들고 있던 폰카를 내렸다. 물론 몇몇 관중은 끝까지 폰카 모드였다. 그럴 때마다 나와 윤 기자는 “집에서 유튜브 고화질로 보고 지금은 즐기자! 유퀴즈 안 봤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사실 현장에서 폰카로 힘들게 찍은 영상을 집에 가서 감상하진 않는 것 같다. 이미 주최측이나 직캠 전문 유튜버들이 떼깔 좋은 고화질 영상을 유튜브에 거의 실시간으로 업로드해놓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왜 공연을 즐기지 못 하고 현장에서 타인의 시야를 방해해가며 굳이 동영상을 찍으려고 하는 걸까? 윤 기자는 “동영상을 공연 내내 찍는 사람도 있더라”고 말했다. 결론부터 정리해보면 △인증샷 △소장 △현장감 등 3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윤 기자는 “그냥 그때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는 현장감 그걸 좋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는데 “근데 문제가 뭐냐면 사람들이 많으니까 자꾸 이렇게 팔을 들어서 영상을 찍으면 뒷사람들은 육안으로 봐야 되는데 앞사람 스마트폰의 모니터로 가수를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사람들의 시야 방해도 있지만 가수와 관객간의 호흡에도 방해가 된다. 잘 찍히고 있는지 작은 화면을 계속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공연에 집중할 수가 없다. 윤 기자는 아래와 같이 설파했다.

 

그 작은 모니터로 볼 거면 그냥 집에서 유튜브를 보지 왜 굳이 현장까지 가서 그러는지. 왜냐면 현장 가서 보면 이제 현장감도 느껴지고 좋긴 한데 집에서 보는 것보다 조금 더 불편한 게 있다. 계속 서있어야 되고 막 사람들 사이에 둘러쌓여 있어야 되고. 집에서 볼 때보다는 안락한 환경이 아니다. 근데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현장에 가서 보는 것은 실제 내 눈으로 보고 느끼고 즐기고 싶은 것 아닌가.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들고 있느라 공연을 못 즐기는 사태는 정말 아닌 것 같다.

 

과거 윤 기자도 광주여대 축제에서 보컬 그룹 V.O.S를 보고 동영상을 찍은 적이 있다. 물론 타인의 시야 방해가 없는 상황이었다. 윤 기자는 “찍어온 걸 굳이 막 다시 보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근데 그건 있다. 뭐냐면 한국 사회의 문화하고도 밀접한 건데 한국은 약간 지금 현재 보여주기 문화가 되게 중요하다. 그러니까 내가 어디 공연을 갔다왔다. 누구 가수를 봤다. 이걸 인스타에 올려야 한다.

 

그렇다. 찍어놓은 걸 보려고 찍는 게 아니라 인증 목적이 크다. 그러나 윤 기자는 “인증할 거면 그냥 사진 몇 장으로도 충분하다”고 일축했다.

 

사진 몇 장은 5초도 안 걸린다. 손으로 딱 찍고 바로 내린다. 근데 과거에 전남대 축제에서 오마이걸 보러 갔더니 앞 사람들이 계속 공연하는 내내 폰카 들고 있어서 너무 시야가 방해됐다. 팔이 아플 것도 같은데 계속 들고 있었다.

 

 

보기 드문 유명 가수를 보러 가는 것인 만큼 무조건적으로 찍으면 안 된다고 꼰대처럼 말하는 게 아니다. 찍긴 찍되 타인의 시야 방해를 최소화하도록 △대놓고 찍으려면 맨 뒷자리로 가서 찍거나 △사진 몇 장만 찍거나 △최대 히트곡 한 곡만 영상으로 담거나 멘트하고 있을 때만 찍든지 △집에 와서 복기해보고 싶다면 유튜브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폰카를 들고 있을 때 제발 사방을 둘러보고 나 때문에 누군가 피해를 보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내 말이 그건데 동영상을 풀로 찍지 말고 그냥 사진만 좀 간단하게 찍었으면 좋겠다. 차라리 집에서 회고하려면 그땐 그랬었지 하고 다시 찾아보고 싶으면 그리고 인스타 업로드용 인증용 그거는 어떻게 하냐면 유튜브에 올라온 좋은 직캠 영상들을 영상 캡처를 해서 출처 밝힌 다음에 올려도 된다. 사실 폰카로 힘들게 찍어봤자 먼거리기 때문에 화질도 구리다.

 

그리고 공연장과 수많은 관중들을 배경삼아 자기 셀카를 찍는 것이 인스타 업로드용으로 더 좋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무조건 찍지 말라는 말이 아니고 눈치껏 잘 찍는 것이 중요하다.

 

동영상 찍는 거에 빠져가지고 주변 상황을 놓치지 말란 얘기다. 특히 어제 (싸이 공연) 같은 경우는 우리 앞에 초딩들 있었다. 키가 작은 초등학생들이 왔는데 내가 다 미안하더라. 안 그래도 시야 곤란이 심한데 폰까지 들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더 싸이를 보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신나는 곡에 뛸 때 팔꿈치에 맞기도 했다. 그래서 주변 상황들을 체크해서 혹시나 내 행동과 말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가 이거는 이제 공중 도덕이자 기본이다. 사실 공중 도덕을 잘 지키는 사람들은 공연장 폰카충이 아닌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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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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