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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에서 작품성 찾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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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부터 연재되고 있는 [불편한 하루] 칼럼 시리즈 15번째 기사입니다. 윤동욱 기자가 일상 속 불편하고 까칠한 감정이 들면 글로 풀어냈던 기획이었는데요. 2024년 3월부턴 영상 칼럼으로 전환해보려고 합니다. 윤동욱 기자와 박효영 기자가 주제를 정해서 대화를 나눈 뒤 텍스트 기사와 유튜브 영상으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이번 불편한 하루 기사는 영화 리뷰이기 때문에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 싶은 동기부여가 될 만큼만 읽다가,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면 그만 읽고 바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좋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대담: 윤동욱·박효영 기자 / 기사 작성: 박효영 기자] 2017년과 2022년 <범죄도시1>과 <범죄도시2>를 무척 재밌게 봤다. 훌륭한 오락 영화로서도 좋았지만 그 당시 함께 있던 사람들과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게 만들어준 좋은 매개체로 작용해서 더 좋았다. 그런데 2023년 <범죄도시3>부터 슬슬 재미가 약화되기 시작했다. 불가피하게 변주를 줄 수밖에 없어서 그런지 파괴력있는 빌런이 둘로 나뉘어져 임팩트가 약해졌다. 그러나 스코어는 1000만 관객을 넘겼다. <범죄도시4>도 14일 기준 10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시리즈 누적 관객수는 4000만에 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도시4>는 한 마디로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는 “그냥 재밌게 봤고 딱 킬링 타임용으로는 잘 만든 무난한 영화였다고 총평하고 싶다”고 밝혔다.

 

 

<범죄도시4> 찐팬으로서 실망스러웠지만 윤 기자는 꽤 괜찮았다고 밝힌 만큼 입장차를 좁혀 보기 위해 <불편한 하루> 대담 기획으로 진행해봤다.

 

기본적으로 윤 기자는 컨텐츠 감상평 호구다. 정말 쓰레기급이 아닌 이상 웬만하면 다 괜찮다고 호평을 해주는 편이다. 윤 기자마저 혹평을 하는 영화와 드라마가 있다면 정말 형편없다는 소리다. 윤 기자는 “이동진 평론가께서 말했던 것처럼 아무리 안 좋은 영화라도, 거지 같은 영화라도 별 1점을 준다는 거지”라며 “어쨌든 그걸 만드느라고 스태프들은 개고생을 했으니까”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동진 평론가는 <범죄도시4>에 대해 “익숙함에서 진부함으로 넘어가는 고개 너머에서 뚝딱”이라고 한줄평을 남겼고 별 2점을 줬다. 이용철 평론가도 “안 봐도 본 것처럼”이라고 평했고, 박평식 평론가는 “이전 세 편을 뭉텅뭉텅 썰어냈군”이라고 직격했다. 일맥상통하는 키워드는 지루하다는 뻔하고 지루했다는 의미다. 클리셰를 쓰든 변주를 주든 재밌어야 했는데 전자의 방식을 택했음에도 재미가 덜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니까 나를 만족시키지 못 한 감독은 영화쪽에 재능이 없는 거야.

 

<범죄도시4>가 시리즈 영화가 아니었다면 나름 오락 영화로서 나쁘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전 시리즈 작품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안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윤 기자도 “그렇지 속편은 그게 운명”이라고 인정했다. <범죄도시1> 이후 5년 뒤에 낸 <범죄도시2>가 개봉하고 매년 영화가 나왔다. 관객들이 물릴 법도 했다. 다만 스크린을 독점한 상황에서 관객들에게 무난히 선택 받고 있다. <범죄도시4>는 유머와 스토리텔링 두 영역에서 조금 아쉬웠는데 전작들에서 나왔던 “개그 요소가 너무 변주 없이 그대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마석도(마동석 배우)의 핵주먹으로 헬멧 쓴 범죄자의 머리를 내리치는 ‘진실의 방’, 비행기 1등석에서 파이널 격투를 벌이고 승무원이 파손 비용을 청구하는 장면 등등이 그대로 나왔다.

 

기본적으로 <범죄도시3>에 비해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많이 생략됐고 그 대신 무거운 스토리라인에 집중하는 흐름이었는데 찐팬들이 그리워하는 <범죄도시1>처럼 19금 느와르적인 다크 향기가 물씬 나는 것도 아니었다. 윤 기자는 “개그 요소는 어떻게 보면 <범죄도시3>가 좀 절정이었다. 초롱이나 김양호 같은 재밌는 감초 캐릭터가 많았다”며 “<범죄도시4>는 <범죄도시3>처럼 빵빵 터지는 개그 요소는 많이 없었다고 평을 하고 싶다. 이제 주변 관객들 웃음소리도 <범죄도시3> 때와 차이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그니까 진지하게 가긴 했어. 확실히 전에 비하면 빵빵 터지는 개그는 좀 부족했던 것 같다.

 

<범죄도시4>는 전작처럼 핵심 빌런이 2명이다. 메인 빌런 백창기(김무열 배우)와 서브 빌런 장동철(이동휘 배우)인데 백창기는 무자비한 폭력을 사용해서 불법 도박 경쟁업체들을 작살내고 독점적인 수익을 구축해놨는데, 동업자이자 IT 사업가 장동철이 코인 상장을 이유로 약속했던 돈을 입금하지 않는다. 그래서 백창기는 한국으로 건너오고, 장동철은 위협적인 그를 제거하기 위해 조폭들을 먼저 보내지만 <범죄도시2>의 기시감이 그대로 재현된다. 백창기의 전투력은 역대급이다. 군 특수부대와 민간군사기업 용병 출신이라 온갖 무술들로 다져졌으며 상대의 급소를 단 번에 찔러 쉽게 제압한다. 어디를 찌르면 피만 낼 수 있고, 어디를 찌르면 한 번에 죽는지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고 상황에 따라 활용할 수 있다. 전작 빌런들처럼 유효타를 허용하지도 않고 가장 효과적으로 살상을 실행한다. 그런데 의외로 파이널 격투에선 좀 싱거웠다. 이게 끝이야?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어마무시한 백창기의 위력에 걸맞게 마석도를 KO 직전까지 몰아붙일 법도 한데 생각보다 쉽게 침몰한다. 마석도가 1대 2로 붙는데도 그랬다. 그래서 아쉬웠다.

 

 

물론 정두홍 무술감독의 수제자로 알려진 허명행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액션신은 객관적으로 고퀄리티다. 스피디하고 연속적인 타격감이 일품이다. 윤 기자는 “타격감 만큼은 좋았던 것 같고 정말 잘 나왔다”고 평했다. 다만 허 감독이 액션 연출만 맡고 전체 연출은 스토리를 풀어낼 수 있는 다른 능숙한 감독이 맡았다면 어땠을까 아쉬운 마음이 든다.

 

윤 기자는 장동철 캐릭터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은 게 많았다”며 “약간 애매하다는 말이 많았거든”이라고 운을 뗐다.

 

보는 내내 장동철은 도대체 뭘 믿고 저렇게 깝치는 걸까? 그러니까 돈 많다고 몸이 철판인 건 아니잖아. 장동철은 두려워하지만 본인이 백창기를 완전히 컨트롤을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렇게 오만하게 군건가 싶었다. (결국 돈을 안 쓰고 강자를 이용하고 싶어서 문제가 생긴 건데) 백창기 입장에서 개빡칠 수밖에 없다. 장동철이 자꾸 약속을 안 지키는 것 같으니까. 백창기도 머리가 나쁜 게 아니니까 보이거든. 장동철이 혓바닥 굴리는지 안 굴리는지 다 보인다.

 

백창기는 <범죄도시> 시리즈 빌런들 최초로 여성에게도 칼을 쓴다. 그만큼 비열하고 악랄한 놈이다. 백창기의 오른팔 조지훈(김지훈 배우)도 못지 않게 강력한데 이 둘은 같이 붙어 있으며 함께 싸운다. <범죄도시3>에서 마석도는 최종 빌런 주성철(이준혁 배우)을 만나기 전에 전투력 전담 빌런 리키(아오키 무네타카 배우)를 먼저 상대하고 힘겹게 퀘스트를 깨고 넘어간다. <범죄도시4>에서는 조지훈과 백창기를 맛보기로 한 번, 파이널 격투에서 한 번 최종 두 번 만나고 그때마다 1대 2로 상대한다. 근데 백창기 파워 정도면 혈혈단신으로 맞서싸우는 설정으로 가도 좋았을 것 같다.

 

난 재밌었는데. 근데 나는 그 진부함이 <범죄도시> 시리즈의 매력이라고 생각해. (<범죄도시2>랑 <범죄도시3>는 그나마 진부함이 덜했는데?) 왜냐면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냥 그 <범죄도시>라는 영화를 보러 갈 때 기대하는 게 있잖아. 그 기대감만 사실 충족시키면 되는 거 아닐까 생각을 해. 신선한 창의적이고 메시지가 있고 작품성 있는 영화는 다른 영화에서 발견하면 된다. <범죄도시>는 그런 영화가 아니고 말 그대로 편하게 보는 오락 영화다. 그러니까 그런 거다. 클리셰를 벗어나서 새롭고 작품성 있는 영화를 보고 싶으면 그런 영화를 보면 되고 <범죄도시>에서는 그런 걸 기대하면 안 된다.

 

<범죄도시>는 오직 흥행의 측면에서 평가를 받을 뿐 청룡영화상과 백상예술대상과 같이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에서 인정 받는 작품은 아니다.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됐지만 상을 탄 것은 아니다.

 

물론 클리셰가 있어도 된다. 클리셰가 있으면 어때? 재밌는 영화를 잘 만드는 데 쓰이면 족하다. 다만 기존 <범죄도시>만의 매력이 이번 <범죄도시4>에 효과적으로 잘 녹아있었나? 이렇게 질문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면이 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변주와 클리셰 사이에서 줄타기를 항상 해야만 하는 숙명을 갖고 있는 영화다. <범죄도시1>은 스타트의 의미가 있고 다크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작품이었고, <범죄도시2>는 촘촘하게 연출해서 약간의 변주로 엄청난 재미를 안기는 데 성공적이었고, <범죄도시3>는 빌런 역할 분담이라는 낯선 구도와 개그 캐릭터 2명 배치라는 신선한 변주로 나름 성과를 거뒀다. <범죄도시4>는 변주 보단 전작의 클리셰를 답습했으며 액션신에 공들인 만큼 스토리라인에 신경을 쓰지 못 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장동철이 죽음을 맞이할 때의 태도가 좀 신선했다는 평이 있다. 부활한 장이수(박지환 배우)도 직접 카지노 업장을 차리는 중량감 있는 역할을 맡았지만 전작들에 비해 비중이 적은 편이고 코미디도 약했다.

 

 

박효영 기자: 사실 <범죄도시>는 그냥 마석도가 악마를 무찌르는 영화다. 근데 악마를 무찌르는 방법, 그 악마가 몇명인지, 악마들이 각각 맡은 역할이 뭔지, 그 다음에 경찰이 악마를 무찌르는 방법, 머리를 쓰는 전략, 그리고 <범죄도시4>에서는 여자 경찰 한지수(이주빈 배우)가 최초로 등장해서 나름 중대한 역할을 수행한다. 또 빌런 사이에서 틀어지는 그런 관계도 재밌고 그런 게 있잖아. 근데 <범죄도시4>에서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설득력이 나한테는 적어도 좀 부족하지 없지 않았나. 그리고 많은 <범죄도시> 찐팬들도 그걸 느끼고 있지 않을까. 물론 성공은 하고 손익분기점도 훨씬 넘기겠지만.

 

윤동욱 기자: 다시 말하지만 <범죄도시>를 보러 가는 그 니즈가 어떤 영화의 작품성, 미장센, 의미하는 메시지, 인생의 어떤 방향성 등등 이 영화가 그런 걸 줄 거야. 이걸 기대하고 가는 거 아니다. 그냥 나는 오늘 모처럼 시간이 나서 좀 화끈하게 때려부수는 거 보고 싶다. <범죄도시> 마침 나왔네. 그래 마석도가 빌런 패는 거 보자. 그래서 보러 가는 거다. 그 점에서는 충분히 충족했다고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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