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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의 불편한 하루⑩] 실력 광주? 그 실력 키우느라 죽어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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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광주론'은 시대착오적이고 그 자체적으로 저질에 불과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지방선거 기간이라 거리에는 교육감 후보들의 현수막이 즐비하다. 그런데 눈살이 찌뿌려졌다. 거슬리는 문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실력 광주"란 표현이다. 

 

과거 불편한 하루 기획 칼럼을 통해서 ‘3년만 고생하면 90년이 편하다’라는 문구의 폭력성을 지적한 바 있다. 실력 광주도 다를 바가 없다. 이런 저질 문구를 보게 돼서 화도 나고 마음 한 구석이 너무 답답했다. 실력 광주가 뭐가 문제냐고? 나만 불편한가?

 

 

이들이 말하는 실력 광주는 뻔하다. 전국에서 가장 공부를 잘 하는 광주. 이거다. 아니다. 잘못 썼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전국에서 대학 입시용 시험을 가장 잘 치르는 광주. 수능점수를 전국에서 제일 높게 받는 것이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범한미디어 독자라면 과거 임하성씨를 인터뷰한 기사를 읽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성 씨는 항상 청소년 인권 문제와 학벌사회의 문제점을 고민하는 사람이다. 하성씨를 인터뷰하기 전에 사전조사 차원에서 그의 페이스북에 들어가봤는데 <광남일보>의 사설을 맹렬히 비판하는 게시물이 있었다. 역시나 실력 광주론을 설파하는 저질 칼럼이었다. 광남일보 여균수 주필은 "한 때 수능 성적 발표만 나왔다 하면 전국에서 최고 높은 성적을 기록하던 광주의 실력은 다 어디로 간 것인가"라며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광주의 성적 저하가 전교조 출신인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취임 후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일부에서는 그의 책임론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광주의 실력 하락세가 지난해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진행 중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지역 고교생들의 실력 향상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 주필과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의 뇌구조는, 획일화된 시험을 통한 줄세우기 전쟁에서 무조건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조급함으로 가득차 있다. 줄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똑같은 잣대가 필요한 것이고 그래서 천편일률적인 시험용 지식만 가르친다. 누군가는 하위권에 머물 수밖에 없는 상대 평가의 잔인함이 뒤따르고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이러한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공부는 하기 싫지만 공부를 잘 하면 대접을 받고 그러지 못 한 학생들은 모두 패배자가 된다는 현실을.  

 

시험용 지식은 시험이 끝나면 무용지물이 된다. 입시 공부에서 성과를 낸 아이들이 그렇지 못 한 아이들에 비해 인내심이 강하고 역량이 뛰어난 것이 아니냐고? 개인의 인내심은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발휘돼야 하고 실제로도 그렇다. 박지성에게 야구를 시키고, 김연아에게 농구를 강요해놓고 왜 못 하냐고 추궁하는 것이 한국의 입시교육 시스템이다. 

 

 

교육감은 입시학원의 원장이 아니다. 아이들의 시험 성적에 목을 메야 하는 자리가 절대 아니란 소리다.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이 교육을 통해 자신들의 꿈을 키우고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자리다. 광주가 전국 시험 1등을 해서 남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 1등을 하지 못 한 절대 다수 청소년들의 삶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왜 꼭 광주의 청소년들은 전국에서 시험을 제일 잘 봐야 하는가? 그냥 본인들의 커리어 때문에 아이들을 볼모로 잡는 것 아닌가? 그냥 전임 장휘국 광주교육감의 12년 체제를 비판하고 싶으면 다른 논거를 갖고 와서 하시길 바란다.

 

교육감 후보들 중에서 이정재 후보는 아예 공보물 앞면에 실력 광주란 키워드를 가장 부각시켜 배치시켰더라. 이 후보는 공보물에서 "광주의 교육은 진보 세력이 장악해 (시험) 실력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정말 시대착오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애초에 진보 교육감이 임명되었다고 학생들의 공부 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은 논리적인 근거가 하나도 없는 언사다. 진보 교육감에 대한 비판거리들은 그런 허접한 것들 말고도 무지 많다. 교육감의 정치 성향이 학생들의 공부 실력과 무슨 상관인가?

 

 

이 후보와 같은 인식을 공유하는 기성세대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 자체가 통탄할 노릇이다. 학생들이 줄세우기식 시험 스트레스 때문에 손목이라도 그어야 그런 소리를 안 할 것인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교육감은 입시학원의 원장이 아니다. 대다수 학생들이 앞으로 커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 자기 적성과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 학교이고 그런 교육 현장의 총 책임자가 바로 교육감이다. 서울대에 가지 못 할 수많은 청소년들과, 원대한 꿈을 "IN 서울" 지상주의 따위에 가둬놓지 않고 싶은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의 미래에 관심을 가지시라.

 

이제는 무의미한 실력 광주론을 쓰레기통에 버릴 때가 되었다. 교육감이 되고 싶다면 진정한 교육의 의미가 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사실 고등학생들에게도 교육감 투표권이 없고 오직 기성세대에게만 교육감 투표권을 부여했으니 이런 추태가 횡행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청소년의 교육감 투표권이 하루 빨리 도입되길 기원하며 칼럼을 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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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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