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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있는데 예전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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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확진자 수라고 하는 덫에 우리 사회 전체가 지금 발목이 붙잡혀 있는 상황이다. 거기서 벗어나야 우리가 단계적 일상 회복이 가능하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가 23일 방송된 SBS <8시 뉴스>에서 한 발언이다. 26일 기준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2771명이다. 전날(25일)은 역대 최고로 많은 3272명이었다. 전국민이 2020년 초부터 지금까지 2년 가까이 코로나 시국을 보내며 하루 확진자 수 증가세를 토대로 상황을 판단해왔다. 기억이 희미해졌지만 △2020년 1월 3번 확진자 △2020년 2월 신천지와 대구 △2020년 5월 이태원 클럽발 확산 △2020년 8.15 광복절 집회발 재확산 △2021년 6월말 수도권 클럽발 델타 변이 확산 등 여러 차례 중대 기로가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이야기를 접했다.

 

최근까지 영국에 머물다 입국한 박지성 선수는 8일 방송된 tvn <유퀴즈 온더 블록>에 출연해서 “(영국은) 하루에 2만명 넘게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격리라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진행자 유재석씨는 “얼마 전에 손흥민 선수 시즌 시작해서 경기장 보니까 관중들이 다들 마스크를 안 쓰고 있더라”고 물었고 박 선수는 “마스크는 개인의 자율에 맡기고 거리두기도 없고 무슨 제한이 없다. 코로나가 있는데 예전으로 돌아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영국도 위드코로나로 가고 있는데 우리도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섣부르게 이런 생각이 들지만 코로나 시국 초기 스웨덴과 미국 등에서 집단 면역 또는 방역 실패로 인해 취약계층 중심으로 10만여명이 사망했던 악몽이 있다. 영국도 지금까지 코로나로 인해 13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영국 통계를 보면 우리 시간으로 26일 기준 △총 확진자 763만1233명 △신규 확진자 2만9746명 △총 사망자 13만6105명 △신규 사망자 122명 △총 완치자 615만9135명 △신규 완치자 2만7998명 △치명률 1.8% △완치율 80.7% 등이다.

 

 

한국은 전세계 어느 국가보다 가장 강력하게 방역의 고삐를 쥐고 있다. 7월 이후 코로나 재확산이 심화되자 수도권, 대전, 부산, 제주 등에서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하고 있다. 4단계를 격기 전에는 마치 4단계를 하면 비상계엄령 또는 준전시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별거 아닌 듯 느껴진다. 물론 영업시간 제한 또는 일부 업종에 내려진 집합금지 조치 등으로 인해 중대한 타격을 받는 자영업자들이 있다. 사실 자영업자 모두가 어렵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에 살고 있는 시민들은 4인 이하(18시 이전) 또는 2인 이하(18시 이후)로 규제해도 평소처럼 마스크 쓰고 다니다가 카페나 식당에 머무를 때면 이내 마스크를 벗는 식으로 잘 생활하고 있다. 2년간 해왔던대로 하고 있다. 여기서 뭘 더 하라고 하면 따르기가 싫은 눈치다.

 

함익병 원장(함익병 앤 에스더 클리닉)은 7월24일 방송된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절대로 방역갖고는 해결할 수 없다”며 “공기 전염병인데 숨쉬고 사는 사람한테 숨을 쉬지 않고 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러면 전부 집에 들어가서 꼼짝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건 사람이 살면서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걸 어떻게 방역만 갖고 완벽하게 컨트롤하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덧붙였다.

 

 

함 원장의 발언처럼 정말 코로나를 막을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이 있다.

 

①숨을 못 쉬게 한다.

②말을 못 하게 한다.

③집 밖에 못 나가게 한다.

 

그러나 셋 다 불가능하다. 북한 같은 독재국가도 강제하지 못 할 일이다.

 

사실 마스크 벗고 대면하는 경우의 수를 완벽하게 차단하면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취식’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가족과 동거인 등 최측근 외에 타인들을 만날 때는 뭘 안 먹으면 된다. 카페에 가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살짝 마실 때만 내리고 이내 올리면 된다. 밖에서 밥을 먹더라도 도시락을 활용하고, 웬만하면 포장 및 배달을 이용해야 한다. 모든 식당, 카페, 술집 등도 포장 및 배달에 최적화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된다. 근데? 이게 말이 쉽지 정말 어렵다. 우리는 사람이다. 사람은 모이는 것이 기본이다. 모이면 같이 먹는다. 그걸 막지 못 할 거면서 계속 실질적이지 못 한 제한사항만 늘리고 있는 형국이다.

 

방송 관계자들이 담당하는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에 대해 하나 같이 마스크를 안 쓰도록 하면서 무의미한 아크릴판 칸막이만 세워놓으며 정신적 위안을 모색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냥 출연 예정자는 사전에 검사를 받고 음성이 나온 사람들만 방송에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칸막이를 치우는 게 낫다. 침방울 즉 비말은 위아래로도 날아다니기 때문(관련 기사)이다.

 

 

취식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방역 대책을 세우지 못 할 바에는 위드코로나로 가는 것이 맞다.

 

방역당국이 영업시간으로 제한을 거는 이유는 회식을 자제하라는 것이다. 보통 밤에 술을 마시는데 술이 들어가면 여럿이 모인 곳에서 다들 마스크를 벗고 왁자지껄 떠들기 마련이다. 작년 한때 수도권에서 카페는 매장 취식을 금지하고 식당만 허용해준 적이 있었다. 커피는 기호식품이라 안 마셔도 무관하지만 밥은 먹어야 한다. 그런데 밖에서 모두가 도시락만 먹을 수는 없으니 식당을 허용해준 속사정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회식용 술집 위주로 장사를 못 하게 해도 낮에 가는 식당에서는 여전히 마스크없이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무의미한 칸막이만 세워놓고 비말을 공유하고 있다. 요즘 카페에 가도 다들 마스크 벗고 있다. 맨날 마스크 쓰고 다니다가 어차피 카페에서는 음용을 하는 명분이 있으니 편하게 생각해서 다 벗어버리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이러한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가? 그러지 못 할 거면 더 이상 전혀 실질적이지 않은 방역 제한으로 사람들을 옥죄면 안 될 것 같다. 한국처럼 강하게 틀어막아도 하루 평균 1000~2000명이 신규 감염되는 사태가 석달째 이어지고 있다. 인류는 코로나를 이길 수 없다. 이기려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모두가 지치고 결국 실패할 것이다. 함 원장의 발언이 타당하고 김 교수의 조언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지난 5월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이 “집단 면역은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토착화하여 지구상에 계속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발언한 이후로 방역당국도 위드코로나를 준비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화이자, 모더나 등 백신 접종률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음에도 확진자 수가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SBS가 단독 입수해서 보도한 <코로나19 대응전략 전환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감염병 전문가들과 함께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을 논의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서 당국은 “현재 적용 중인 4단계 거리두기도 효과가 부족하다”고 자체 진단을 내렸다. 이제는 확진자 수가 아닌 ‘사망자나 중증환자’ 위주로 대응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앞으로 △매일 발표하는 확진자 수를 주간 단위나 일정 수준을 넘을 때만 공개 △현행 4단계 거리두기를 2단계 또는 3단계로 완화하는 식이다.

 

당국은 결론적으로 “독감처럼 유행주의보가 발령될 때만 가동하는 체계”로 들어가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도 유행성 독감처럼 관리하겠다는 것이 골자인데 1년에 사망자가 1500~2500명 범위로 유지되면 전환 가능하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그러나 영국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여전히 다중이용시설 이용과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은 유지되고,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거리두기 단계와 무관하게 계속된다.

 

나아가 당국은 백신 접종을 마쳤거나 50세 미만이라면 확진자라도 집에 머무르면서 통원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지침을 바꾸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는 치명률이 낮기 때문에 기저 질환이 있는 취약계층이나 고령층이 아닌 이상 병실 부족을 막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재택 치료를 원칙으로 할 수밖에 없다.

 

 

위드코로나에 우호적인 이야기만 했으니 그 반대의 이야기도 들어보려고 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5일 오후 예정되지 않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추석 연휴 기간에 이동량이 증가했고 사람간 접촉 확대로 잠재적인 무증상·경증 감염원이 더욱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향후 1~2주 동안은 확진자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며 “최근 감염 재생산지수는 1.03으로 (지금은) 조금 더 높아졌을 것으로 보이는데 현 추세대로라면 하루 3000명대 이상의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감염 재생산지수는 감염자 1명이 몇 명에게 추가 전파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인데 1 이상이면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정 청장은 “10월 초 연휴 기간에 다시 이동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최소 2주간은 사적모임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다중이용시설 이용은 자제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방역 컨트롤타워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정 청장은 방대본부장(중앙방역대책본부)으로서 방역 안전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방역’과 ‘일상 경제’ 두 가지를 놓고 저울질을 해야 하는 김부겸 국무총리는 중대본부장(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으로서 더 이상 국민들에게 희생을 주문하기 어렵다.

 

 

정 청장은 내부 회의에서 10월3일까지인 ‘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의 거리두기 조치를 연장해야 한다고 피력하겠지만 김 총리는 9월말부터 들어가야 하는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을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총리는 26일 오전 방송된 지역민영방송협회 특별대담에서 “10월 말이 되면 전 국민 70%가 접종을 완료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만큼 코로나의 활동 공간을 좁혀놓는 것이 된다”면서 “1년 8개월째 협조를 해주는 국민들께 언제까지나 참아달라고 요청하기가 너무 힘든 상황이다. 올 연말 미국 등에서 먹는 치료제가 나오면 상대적으로 역병과의 싸움에서 인류가 유리한 위치가 되고 우리가 생각하는 일상으로도 되돌아가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정 청장도 “확진자는 증가했지만 중환자는 감소 추세에 있다. 중환자의 이환율이 높았던 50대 이상에서 백신 접종률이 높아졌고 중환자 숫자도 같이 감소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밝혔다.

 

위드코로나 즉 확진자 수가 아닌 ‘사망자나 중증환자’ 위주로 언제쯤 관리의 방점이 전환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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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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