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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만 싫으면 딥페이크로 응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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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43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더불어 박성준 센터장은 2024년 7월11일부터 평범한미디어 공식 멤버로 합류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N번방 때보다도 심각하고 피해 대상에 오를 수 있는 범위가 압도적으로 넓다. N번방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하고 길들이는 과정이 있었던 만큼 범행의 수고로움과 비용이 발생했다. 하지만 딥페이크 사태는 그냥 피해자 사진만 구해서 합성하면 되기 때문에 범행이 매우 손쉽고 치러야 할 비용이 제로가 될 수도 있다. 더구나 관련 법과 제도가 미비한 현 시점에선 더더욱 그렇다. 누구나 인생을 살다보면 맞닥뜨리게 되는 맘에 안 드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가장 악의적으로 모욕을 주고 파괴력을 안겨줄 수 있게 됐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지난 8월29일 14시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N번방보다 좀 더 심각하고 피해자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지금 딥페이크를 유포하는 지인 등록방이라고 하는데 지인의 범위도 엄청나게 넓다. 그러다 보니까 이걸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될지 감이 오지 않는다.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 조직 범죄화됐기 때문이다. 피해자 보고 단순히 잘 감추고 사진을 올리지 마라고 얘기하는 것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이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당했다라는 걸 넘어서 가해자가 왜 그런 짓을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드물고 다 피해자 중심으로 사건이 돌아가고 있다. 사실 AI 기술이 발달하고 딥러닝이 발달하면서 그때 같이 움직이는 게 딥페이크다. 페이크 다큐도 분명히 그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그런지가 꽤 오래됐다. (by 박성준 센터장)

 

사태가 커지고 학교와 교육당국은 주요 피해자인 여성들에게 그저 조심하라는 지침만 내리고 있다. SNS와 카톡 프로필에 올린 사진들을 지우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만나는 친구가 나쁜 맘 먹고 조용한 카메라로 몰래 찍어서 딥페이크를 만들면 속수무책이다. 회사 사원증, 학교 학생증에 있는 증명사진을 찍어서 구할 수도 있다. 피해자가 조심한다고 될 차원이 아니다. 그런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다. 박 센터장은 “진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사진 한 장이 아니라 그게 개인의 정보라는 점이고 그 개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는 사실”이라고 환기했다.

 

우리가 지난번에 유튜브에서도 오목렌즈에서도 언급했는데 페르소나 대상화 얘기를 했었는데 예전에는 그나마 대상화가 그러니까 포장마차나 아니면 친구들끼리 뒷담화를 하고 그걸로 끝났다. 말은 흩어지는 거니까 문제가 안 됐는데 지금은 SNS에 쓰고 카톡방으로 조리돌림 하고 이런 식으로 그 사람한테 모욕을 주고 데미지를 준다. 심지어 딥페이크처럼 합성을 해서 알몸에 그 사람의 얼굴을 입혀서 모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by 박효영 기자)

 

돌이켜보면 디지털 세상이 도래하기 이전에는 미운 사람을 꼭두각시 인형으로 만들어서 혼자 찌르고 저주하는 수준이었다. 피해자에게 가해 행위가 미치지 못 하고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딥페이크는 피해자의 인적 네트워크를 붕괴시킬 수 있고, 당사자가 알게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 피해 정도가 막대하다.

 

사실 가족이나 부부간에도 그렇고 매우 가까운 사람들간에도 얼마든지 싸울 수 있고 관계가 안 좋을 때도 있다. 싫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때마다 딥페이크로 친누나를 모욕하고 어머니를 괴롭힐 수 있다는 게 끔찍하다. 실제로 가족도 딥페이크 대상이 되어 피해를 당한 사례들이 꽤 있다. 그러니까 가족조차 싫으면 손쉽게 모욕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by 박효영 기자)

 

그 누구도 못 믿게 됐다. 박 센터장은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의 범위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다시 말하지만 딥페이크 기술은 아주 작은 정보만으로도, 얼굴을 인식할 수 있는 정보만 갖고 있으면 누구든지 할 수 있어서 처음 시도하는 사람들에게도 진입장벽이 낮다”고 강조했다. 한 번 그렇게 발을 들이게 되면 언제든지 타인을 골탕먹일 수 있다는 범죄의 효능감을 느끼게 되어 쉽게 관둘 수가 없다.

 

내가 피해자일 경우에는 가해자가 누군지에 대해서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의심해야 된다. 이런 포인트가 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그리고 지금 행해지고 있는 건 네가 조심해! 이 따위의 말 밖에 안 나오는 것 같다. (by 박성준 센터장)

 

물론 국가에서 대책을 만들지 않고 방치한 부분들이 많다.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전문 TF 팀장을 맡은 바 있는 서지현 전 검사는 딥페이크 사태가 이슈화되자 연일 SNS에 글을 올리고 사태 해결을 위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내가 한 변호사 모임에서 권고안을 발표했는데 이제까지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국가가 법과 제도를 만들지 않아서 피해자들이 고통받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너무 고맙다면서 눈물 흘리는 분도 있었다. 시대와 기술이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2년 전 제안했던 내용들이 완벽한 대책일수 없지만 지금이라도 신속히 법제화하는 것이 이 지옥문을 닫는 작은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by 서지현 전 검사)

 

서 전 검사가 제시한 권고사항은 총 11개인데 아래와 같다.

 

①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

②불법 영상물 삭제 차단을 위한 응급조치

③언론 등에 의한 2차 가해 방지

④‘솜방망이 처벌’ 방지

⑤비신체적 성범죄 대응

⑥법정에서의 마녀사냥 방지

⑦피해 영상물의 효율적 압수 및 재유포 방지

⑧성적수치심 용어 대체

⑨성범죄 관련 몰수 개선 및 피해자 지원

⑩피해자 알권리 보장

⑪형사배상명령제도 개선(소송촉진법)

 

국회에서도 관련 법이 발의되고 있다. 철통 보안을 내세우고 있는 글로벌 메신저 ‘텔레그램’에 대해서는 손대지 못 한다는 명제도 정부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최근 분위기는 등떠밀리더라도 텔레그램에 대한 대응 의지가 조금씩 커지고 있는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마디 했던데 그걸로 부족하다. 직접 나서서 해당 국가의 수반에게 다이렉트로 요청을 할 수도 있다. 지금 딥페이크 사태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외교적으로도 대응할 수 있는 문제다. 국제적인 문제라서 국제 공조도 필수적이다. 아무튼 딥페이크 성범죄를 21세기형 범죄로 인식하고 관련 대책을 확실히 마련하는 데 올인해야 한다. (by 박성준 센터장)

 

한편, 전통적인 성범죄도 그렇지만 디지털 성범죄 역시 여성들에게 일상적인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는 상황에서, 안티페미 여론을 등에 업은 일부 정치 세력들이 딥페이크 사태를 페미 이슈로 여기고 과잉 언어를 구사하는 경우가 있다. 개혁신당이 대표적이다. 딥페이크 범죄 대화방에 20만명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정 하나를 견디지 못 해 팩트체크 전도사가 되어 과장 경계령을 내리고 있다. 이제 막 이슈화가 되고 있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만큼 두려움의 정서를 전혀 공감하지 못 하고 지엽적인 사실관계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정의당 소속 장혜영 전 의원은 “이준석 의원은 딥페이크를 플랫폼의 문제로만 규정하고 윤리의 문제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 의원에겐 자연스러운 일이다. 딥페이크 사태가 엄중할수록 개혁신당과 이 의원이 져야 하는 정치적 책임이 커지기 때문에 큰 위협이 아니라고 축소해서 얘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by 장혜영 전 의원)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도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에 공감하려는 노력조차 일부 정치권이 하지 않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사건을 축소시켜서 지지 세력에 힘을 실어주려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박 센터장 역시 “지금이야말로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소위 이준석계에서) 알페스 때는 전혀 그러지 않았으면서 그때보다 훨씬 더 큰 지금 사태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근데 지금 우리가 현상으로 보고 있는 딥페이크 사태는 숫자 비교가 안 될 만큼 여성이 훨씬 더 피해를 많이 보고 있다. 이 경우에는 숫자가 20만이라는 거는 사실이 아니야! 그런 수준의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 그 사람들도 알페스 땐 피해 사실을 과장하는 언어를 사용했다. 지금 핵심은 뭐냐 하면 내 옆에 누군가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점,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 거기에 집중해야 된다. 주변에 여성 지인이 있는 모든 남성들이 같이 분노해야 된다. (by 박성준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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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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