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불이 났을 때 노인은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에 비해 신속히 대피하기가 어렵다. 왜 그런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있겠지만 다시 한번 상기하자면 신체 노화에 그 원인이 있다. 안타깝게도 신체는 노화가 진행될수록 근육과 뼈가 약해지며 반사 신경 또한 무뎌진다. 갑자기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도 재빨리 대응하기가 어렵다. 전체적인 신체 움직임은 둔해진다. 그 누구라도 예외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재해 안전 대책에서 특별히 신경써야 할 대상자가 바로 노인이다. 앞서 평범한미디어는 자동으로 위험을 감지해서 신고까지 해주는 유케어 시스템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역별 시범사업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유케어 시스템을 모든 독거 노인 가구에 의무 설치해야 한다. 아래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 8월20일 충북 제천에서는 98세 할아버지 A씨가 화마로 목숨을 잃었다. 같은 날 충북 청주에서는 80대 할머니 B씨가 불도 나지 않았는데 사망한 채로 집에서 발견됐다.
불은 밤 11시9분쯤 제천시 송학면의 자택에서 시작됐고 11평(36제곱미터)에 이르는 집과, 가재도구들을 모조리 태웠다. 1시간만에 완전 진화됐을 만큼 큰 불은 아니었지만 A씨는 대피하지 못 하고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B씨는 20시 즈음 청주시 청원구 우암동 자택에서 숨진 채로 보호자에 의해 발견됐는데 이미 시신 부패가 일어나고 있었다. 아직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아 청주경찰서에서 조사를 하고 있는데 고령 질환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고들처럼 80~90대 고령 노인들은 위급한 상황에서 속수무책으로 죽음 직전의 상태인 심정지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멀쩡한 청년들이나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노인들도 그런 일을 당할 수도 있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마음의 준비를 미처 하지 못 한 가족은 부모를 한 순간에 잃게 되는 일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동작이 감지되지 않으면 긴급 상황으로 인지하고 바로 119로 자동 신고를 해주는 유케어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유케어 시스템이 집집마다 설치된다면 갑작스러운 사고나 몸의 이상 때문에 곤란함에 처한 노인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독거 노인의 경우 아무리 가까운 곳에 가족이나 지인이 살고 있다고 해도 순식간에 심정지의 상황에 이르렀을 때는 손도 못 써보고 목숨을 잃을 수 있는데, 유케어 시스템은 이런 비극을 방지해줄 수 있다. 그러나 선별 복지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유케어 시스템은 △만 65세 이상 독거 노인들 중에서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차상위계층이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중증장애인 가정에 해당돼야만 설치 의무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직통으로 관리하는 유케어 시스템은 지자체에서 설치를 담당하고 있는데, 기본적인 노인 연령을 높이더라도 독거 노인이라면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재편돼야 한다.
지금 당장 포털 사이트에 유케어 시스템을 검색해보면, 화마 속 노인을 구했다는 뉴스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방청 역시 유케어 시스템의 보급 확대를 위해 연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있다.
충남소방본부 이명룡 상황팀장은 “유케어 시스템을 통해 화재나 사고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 위급 상황 때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며 “원격 자동제어 시스템이 경보를 울리는 동시에 119 신고까지 해 귀중한 생명을 구하고 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