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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2박3일 청문회’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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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41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더불어 박성준 센터장은 2024년 7월11일부터 평범한미디어 공식 멤버로 합류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윤석열 정부의 인사 행태를 보면 그야말로 가관이다. 독립기념관장과 진화위원장(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으로 뉴라이트 성향 인사를 지명한다든가,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일베 같은 유튜버를 앉힌다. 야당이 극렬 반발할 수밖에 없는 인사 정책인데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워낙 파렴치하고 뻔뻔하고 양심 없는 그런 인사가 많아서 뭐랄까.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놀랍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MBC 파괴 공작에 앞장섰던 인물이 바로 이진숙(전 대전 MBC 사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또 다시 탄핵 카드를 빼들었고 현재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직무 정지 상태다.

 

 

박 센터장은 지난 1일 15시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게 윤석열 정부의 인사 패턴이라고 봐야 한다”고 입을 뗐다. 7월24일부터 26일까지 전례 없는 2박3일 인사 청문회가 진행됐는데 박 센터장은 “사실 아무 도움이 안 되는 힘빼기 청문회에 불과했다”며 “빵값 청문회, 법카 청문회가 된 건데 정말 해야 될 얘기들은 하나도 못 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언제나 그렇듯이 인신공격에만 몰두했지 이 위원장이 왜 무능한 인사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증의 칼을 겨누지 못 했다. 그냥 공격하고 모욕주는 것 말고는 없었다. 그나마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정책 질의(공영방송 임명동의제 문제 등)를 했다. 애초에 국무총리나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이 아닌 장관급 방통위원장이기 때문에 국회 인준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요식행위’나 다름 없는 청문회가 끝나면 여야 청문 보고서 합의 채택 여부와는 무관하게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해왔던 것이 윤석열 정부의 인사 패턴이다.

 

(이 위원장이 방송통신 관리의 수장으로서) 뭘 할 것이냐고 비전을 물어볼 필요도 없었던 게 청문회 끝나고 하루 만에 바로 임명을 하고 그러는 걸로 봐서는 그 다음에 어떤 행보를 할지 너무 빤히 보인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지금 이 시기에 임명돼야 됐던 이유는 딱 하나다. 바로 MBC 죽이기다. 사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속내가 너무 빤히 보였던 게 이진숙씨는 MBC 출신인데 가서 MBC 좀 잡아달라. 그거였다. 왜냐면 KBS는 지금 박민 사장이 본인 마음에 든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이후 YTN 민영화, KBS 장악을 완료했지만 아직 MBC 장악에는 이르지 못 했다. 현재 MBC는 사실상 친민주당 성향으로 윤석열 정부에 매우 공격적이다. 기타 종편 방송과 SBS 등은 여야 모두에 비판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MBC는 민주당에 우호적이고 윤석열 정부엔 공격적이다. KBS는 박민 사장 체제 이후 MBC와는 정반대로 윤석열 정부 칭송 기조로 굳어졌다. 남은 건 MBC다. 집권 2년이 넘었는데 아직 MBC를 장악하지 못 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윤석열 대통령답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과거 보수 정부처럼 국정원이나 검경을 동원해서 무대포 스타일로 그냥 밀어붙이면 되는데 그러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방문진 이사장과 이사들의 임기가 많이 남아 있었던 탓이 크다.

 

물론 과거 보수 정부 때는 공영방송 이사들에 대해서도 고소고발과 수사로 망신주고 물러나게 만들어서 친정부 인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하고야 말았다. 박 센터장은 이 위원장의 스토리에 주목했다.

 

이진숙 전 기자야말로 정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변할 수 있을까를 보여주는 사람이기도 한데 한때는 여성 언론인들의 워너비이기도 했다. 종군 기자까지 하고 유리천장을 뚫고 여성 언론인으로서는 꽤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다. 기자로서 괜찮은 인물이었는데 그렇게 됐다. 지금은 언론인들의 원수가 되었다. (80년대 중후반부터 90년대 초반 정권의 MBC 장악에 맞서고 임명동의제 쟁취를 위해 파업과 단식에) 앞장섰던 인물이 이진숙이다. 사실 이진숙 방통위원장 만큼 색깔이 분명한 인물이 없다. 그 분명한 색깔이 방송이나 미디어에는 굉장히 악재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동관 수석(이명박 정부 당시 홍보수석이었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방통위원장 임명) 때부터 어떻게 진행을 하는지 봤다. 이동관이 KBS 장악을 위한 인물이었다면 이진숙은 MBC 버전이다.

 

윤석열 정부의 MBC 장악 프로젝트는 다시 가동이 되고 있다. 박 센터장은 “본인들은 부인하지만 방송 장악은 이미 80% 이상 완료됐다”며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대통령 몫이라고 할 수 있는 김태규 부위원장이 짬짜미해서 잘 해봐!”라고 묘사했다. 방통위는 실제로 급하게 구성된 2인 체제 하에서 방문진 이사 9명 중 여권 몫 6명을 선임했고, KBS 이사 11명 중 7명을 선임했다. 방문진 현직 이사 3명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은 효력잠정정지를 걸어놓고 오는 19일 심문기일을 열고 결론을 낼 예정이다.

 

박 센터장은 소송전과 탄핵 카드를 쓰더라도 이미 진행되고 있는 MBC 장악의 흐름을 “되돌릴 방법이 없다”고 보고 있다.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윤석열 정부가 놀라운 일 처리 속도를 보였다. 그 많은 공영방송 이사 후보들 80명 가량이라던데 2시간만에 다 보고 선임했다. 나는 이건 민주당이 당했다고 본다. (민주당이 청문회 하는 동안 이런 사태에 미리 대비했어야 했는데) 박효영 기자와 지난번에 오목렌즈를 할 때 했던 얘기 기억하는지? 윤석열 정부는 상상 이상의 일을 하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를 얕봤다. 순진한 야당 청문위원들께서는 2박3일 청문회를 끌면 아무 것도 못 하고 있을줄 알았는데 그 사이에 벌써 사전 작업 다 끝났다.

 

청문회에서 말로 공격하고 모욕주는 일이 중요한 게 아니고 실제로 방송 장악이 되지 않게끔 해야 하는데 “사전 작업할 시간만 더 끌어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박 센터장은 재차 “성심당 빵과 쓸데 없는 법카로 몰아붙이다가 정작 중요한 방송 장악 문제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지금 문제는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임명권자도 안다. 근데 임명권자와 이진숙의 목적은 통했다. 근데 그걸 할 시간을 벌어줬다. 그러니까 완전 작전 실패인 것이다. 후에 탄핵을 해봐야 이미 이사진들은 꾸려졌고 그 이사진들이 호선을 통해서 사장 뽑으면 되는 것이다. MBC 장악은 시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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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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