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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 화재 참사 “싼값에 데려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목숨까지 앗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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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36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평범한미디어는 오래전부터 빈번하게 발생하는 ‘공장 화재’ 문제에 주목해왔는데 이번 아리셀 참사는 기존 공장 화재의 패턴과는 결이 달랐다. 우레탄폼과 용접, 샌드위치 패널로 인한 급속한 발화 등이 일반적인 양태였다면 이번 참사는 리튬 배터리 완제품을 포장하는 과정에서 불이 났고 4차례의 연쇄 폭발을 야기했다.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공장 전체를 집어삼켰다. 리튬 배터리 3만5000개가 방치돼 있는 현장에선 참사 직전까지도 작은 화재들이 잇따랐지만 그 누구도 상황의 심각성을 미리 인지해서 제때 대처하지 못 했다. 그 결과 노동자 23명이 목숨을 잃었고, 2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지난 6월27일 19시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 명 한 명의 목숨이 굉장히 소중하기 때문에 1명이나 23명이나 다 같이 큰 사고이긴 하지만 이번 사건은 굉장히 좀 충격적이긴 하다”고 말했다.

 

공장 구성원들이 돌아가셨는데 내국인들의 비중이 적었다는 점이 그렇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훨씬 많이 돌아가셨다. 사고 장소를 가려놓는다면 이게 국내에서 일어난 사고라고 생각되지 않을 수도 있을 정도다. 이번 참사는 산업구조의 문제이기도 하고 또 외교의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사망자 23명의 국적을 살펴보면 한국인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 등이었고 전원 질식사로 눈을 감았다. 박 센터장은 “흔히 3D 업종이라고 해서 위험하고 더럽고 그랬던 그런 업종들이 값싼 외국인 노동자를 중심으로 해서 이루어졌다는 것 자체도 그렇고 중금속의 폭발 위험성이 큰 형태의 배터리가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는 것도 매우 상징적”이라고 환기했다.

 

그런 연쇄 폭발이 가능한 형태의 물질을 다루는데 그 물질에 대한 이해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부분이 문제가 될 것이다. 노동자들의 숙련도 내지는 그 공장의 시스템이나 그 공장에서 다루는 원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관리감독하는 분들이 그 원자재의 위험성에 대해서 간과하고 있었다는 부분도 놓치면 안 되는 부분일 것 같다.

 

그 공장에는 60명 넘는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중 23명이 사망했으니 거의 절반에 이른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이 많이 목숨을 잃었다. 박 센터장은 “외국인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 등 상대적으로 임금 구조가 약한 피해자들에 대해 한 번 생각을 해봐야 되는 부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분명히 해둬야 될 것은 돌아가신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예우를 어떻게 하느냐가 대한민국의 국격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구체적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숙련도에 주목해볼 수 있다. 박 센터장은 “기간제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라는 건 정식으로 고용하지 않거나 일회성으로 사용하고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겠다는 이야기인데 이렇게 위험한 폭발물을 다루는 사업체 같은 경우는 일의 숙련도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확실하게 교육하고 확실하게 숙련된 직원들을 합당한 대우를 주고 고용해야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리셀 박순관 대표는 불법 파견은 없었고 안전 교육도 충분히 했다고 주장했으며 해당 노동자들에 대한 관리감독 문제도 파견업체 메이셀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리셀에 파견 노동자들을 보낸 메이셀은 인력만 뽑아서 보내줄 뿐 모든 것이 아리셀 통제 하에 이뤄졌다며 관련 물증들을 수사기관에 제출했다는 입장이다. 박 센터장은 “하청을 받았을 뿐 모든 통제권은 메이셀 책임이라고 (아리셀측이) 말을 하는 건 굉장히 도덕적이지 못 하고 옳지 않은 처사”라고 일축했다. 한 마디로 “꼬리자르기”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박순관 대표는 비슷한 형태로 오랫동안 사업을 했을 텐데 그 부분에 대해서 그렇게 나몰라라식의 대응을 한다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외교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중국인 사상자가 많았던 만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도 참사 현장을 찾았는데 박 센터장은 “사실 외국 노동자를 보내는 국가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건 파견국의 안전 보장”이라며 “갈수록 한국 노동시장에도 외국인 인력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그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노동자 안전에 대한 우리의 인식 수준과 현실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 것들이 경제 규모나 국가 위상에 비해서는 굉장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좀 든다”고 밝혔다.

 

굉장히 가난한 노동자들이 좀 더 나은 대우를 받고자 파견을 왔고 기업이 아무리 영세하더라도 갖춰야 될 기본적인 것들이 노동자의 안전 문제다. 이런 사건들은 불행하게도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에게서 많이 일어난다. 지금 이 사건 같은 경우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내국인 노동자가 이만큼 희생됐다고 여기고 철저히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상당수 공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가 높으면서 동시에 이분들을 싼 노동력으로 생각을 하기 때문에 안전 시설을 갖춰놓는 부분도 굉장히 약하다.

 

 

분명 전조증상이 있었다. 아주 많았다. 크고 작은 리튬 일차전지 폭발이 수차례 있었지만 소방당국에 신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불안과 공포를 떠안고 작업을 지속해야 했다. 박 센터장은 “항상 우선 덮고 보려고 하는 것들이 모든 참사의 공통적인 요인 같이 되어버렸다”며 “분명히 전조 증상 없이 터지는 참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무시가 된다”고 말했다.

 

그 단지 내에 그런 유사 물품들을 다루는 공장들이 꽤 있을 거고 단지화되어 있는 형태일텐데 당국의 점검이 그에 맞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안타깝다.

 

일반 소화기가 있다면, K급 소화기는 식용 기름에 대응하기 위한 음식점 화재용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마찬가지로 이번 참사에선 냉각 작용이 장착된 특수 소화기로 대응했어야 했다. 그러나 강제 규정이 없다. 시중에 나와 있지만 이런 공장에 비치될 리가 만무하다. 박 센터장은 “중금속이고 열에 의한 폭발일 가능성이 있다. 무슨 의미냐면 전지 내부 온도가 올라가서 연쇄 폭발일 확률이 높은데 이게 물을 뿌려봐야 전혀 소용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저 “사고가 안 나겠지라고 생각하는 안전불감증”이 문제다.

 

요새 전기차 점점 늘어나고 그러다 보면 리튬 전지 배터리는 점점 수요가 늘어날 거고 그러면 테슬라 같은 전기차에서 이야기되는 것도 폭발에 의한 위험성이다. 리튬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하는 폭발 문제를 전수조사해서 대책을 세우고 이것저것 다 안전설비가 잘 갖춰졌으면 하는데 사실은 그렇게 되지 않아서 참사가 발생했다.

 

왜 불이 났을까? 왜 폭발이 났을까? 관계당국은 이미 합동감식까지 마쳤지만 쉽사리 화재 원인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 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사실 리튬 전지 같은 경우는 내가 이용하고 있는 전동휠체어 중 일부에도 사용된다”며 “굉장히 오래 가고 내구성이 상대적으로 좋아서 많이 쓰인다. 그런데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그 리튬 배터리를 사용하면 안 된다. 폭발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물질이라는 것 때문에 그렇다. 공장에서 다루는 것도 리튬 일차 전지였다”고 환기했다. 관련해서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주간조선 기고문을 통해 “물에 닿으면 폭발성 수소 기체를 내뿜는 리튬 금속과 염화싸이오닐과 같은 맹독성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 일차전지 화재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일이 아니”라면서도 “리튬 일차전지 화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 한 새로운 재앙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그동안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에 대한 소방 안전관리를 강화하지 못 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전국공장등록현황에 따르면 리튬 등 일차전지 제조공장 32곳 중 84.3%에 해당하는 27곳이 ‘화재안전중점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제조 공장의 연면적이 3만 제곱미터에 미치지 못 할 정도로 영세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건축 면적이 500제곱미터 미만인 공장은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할 의무조차 면제된다. 그런데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용보험을 기준으로 파악한 일차전지 영세 제조업체가 무려 500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면적이 2300제곱미터인 화성의 아리셀 공장도 중점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리셀 공장은 지난 3년 동안 자체 점검만으로 소방 당국에 ‘이상 없음’으로 신고할 수 있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리튬 일차전지는 △충전이 불가능에 가깝고 충전을 시도하면 폭발 가능성이 있고 △기본적으로 충격·변형·열·과전류에 취약하고 △사용·취급·폐기 과정에서 다른 전지보다 훨씬 더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며 △파손·균열에 의해 전지 내부에 물이 유입되면 수소 기체가 발생해서 폭발할 수 있고 △리튬+염화싸이오닐 일차전지에서 열이 나면 맹독성 싸이오닐이 증발해서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나아가 완제품을 포장할 때 양극과 음극이 접속하는 쇼트 현상이 발생해서 폭발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과연 이번 폭발 사고가 수소 폭발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쇼트에 의한 열폭주 때문이었는지를 가려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특히 리튬 일차전지는 이처럼 위험성이 지대하지만 온도나 사용 수명 측면에서 유용한 특징이 있어 산업 현장에서 매우 널리 쓰이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안전 관리와 관련 법제도가 촘촘히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는 2일 화성시청 추모 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아리셀에 촉구하는 18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해 당국은 고용노동부 중대산업재해 사고조사 과정에서 확인되는 내용이나 경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는 정보를 피해자에게 제공하고 참사 피해자들이 연대해 대응할 수 있게 모일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 아울러 치료 중인 부상자에 대한 생존 대책과 소속 노동자에 대한 심리 지원, 희생된 노동자를 추모할 수 있는 방안 등도 마련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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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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