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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끝났는데 “샤워하고 나와서 옷 입는 동안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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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45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더불어 박성준 센터장은 2024년 7월11일부터 평범한미디어 공식 멤버로 합류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9월 중순을 넘어 후순인데 더워도 너무 덥다. 가을 폭염이 심각하다. 난생 처음 무더운 추석을 경험하고 있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가을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시점이 아마 20도 밑으로 내려가는 시점이라고 하던데 그게 점점 늦어지고 있다고 하고 아마 한 5년에서 10년 이내에 9월이 그냥 여름으로 편입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9월20일 즈음 이후부턴 전국에 비가 내리고 조금씩 가을 분위기가 나고 있고 확실히 선선해졌다.

 

4월말부터 5월부터 더웠는데 9월까지 덥다는 게... 아니 10월 초까지 더울 것 같다. 1년 중 절반이 여름이 된 거다. (by 박효영 기자)

 

 

박 센터장은 지난 12일 12시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얼마전 강연에서) 조효제 교수(성공회대 사회학과)께서 지금 기후위기는 인권의 위기라고 말씀을 하시더라”며 “7~8월달에 폭염과 폭우를 만났을 때는 아열대 기후인가? 스콜인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지금은 9월 중순임에도 30도 이상이면 여기는 내가 알던 대한민국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정말로 한 여름 폭염을 견뎌낸 취약계층이 가을 폭염까지 견디기엔 버거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온열질환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가장 걱정이다. 9월 내내 하루에 40명 넘는 사람들이 온열질환으로 병원에 가서 통계에 잡히고 있다. 올해 5월말부터 최근까지 집계하면 3500명이 온열질환으로 고생을 했다. 작년 같은 기간엔 2700명대였다. 무려 700명이나 늘었다. 이중에는 사망자도 있는데 대략 30여명이다. 주로 폭염이 가장 심각한 아침부터 14시까지 실외에서 노동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치명적인 상황에 직면한다. 흔히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사례들은 △일용직 노동자 △건설 노동자 △농어업 숙련 종사자 등이다. 전체 온열질환자 중 30%를 차지한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도 멈출 수 없고 계속 일을 해야 되는 사람들이 위험하다.

 

그분들이 과연 우리 사회에서 소득으로 봤을 때 어디에 위치하고 있느냐를 잘 봐야 된다. 부유층이면 이 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참 많다. 근데 그렇지 못 하는 분들은 이 방법에서조차도 제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옥고. 원룸, 반지하, 고시원, 옥탑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주로 어떤 직종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 된다. 기후위기가 불평등하게 작용한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다. 탄소 배출량과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 정도가 반비례하고 있다.아주 심각한 문제다. 온열질환자가 점점 늘고 있는데 대부분은 하청업체 비정규직이나, 일용직 노동자, 60대 이상 농어촌에서 특히 하우스 작물 작업하다가 쓰러지는 경우가 많다. (by 박성준 센터장)

 

일단 농어촌에서 땡볕 작업하다가 목숨 잃는 사고들은 작년부터 나오지 않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자체에서 농사짓는 노인들을 전수조사해서 못 하게 막고 그 대신 새벽이나 야간 작업을 보조해줄 수 있도록 정책 아이디어를 내서 실행해야 한다.

 

젊은 사람들도 운동하다가 위험에 처할 수 있긴 한데 순간적으로 너무 덥고 어지럽고 그러면 중단하고 물도 마시고 그늘로 피신하면 된다. 근데 농사짓는 어르신들은 조금만 더 하다가 순간 쓰러진다. 그래서 철저히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 무더위 쉼터들을 굉장히 많이 만들어 놨는데 중요한 건 뭐냐면 만들어져 있어도 자주 찾아가서 교류가 많아야 된다. 점점 교류가 줄어드는 사회에서 살고 있으니까 홀로 밭일하다 쓰러져도 나중에 발견돼서 손을 못 쓰는 비극도 많다. (by 박성준 센터장)

 

정말로 10월까지 30도가 되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이 기우가 됐으면 좋겠지만 너무 우려스럽다. 박 센터장은 “실제로 그럴 수도 있다”며 “가을의 기준점이 점점 뒤로 밀리고 있는데 작년에는 9월20일 즈음이었는데 올해 이 기세면 10월까지 덥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불길한 예감을 표했다.

 

도시화가 심해질수록 온도가 많이 올라간다. 왜냐면 공기가 흘러가야 되는데 건물에 갇힌다. 그래서 이게 열섬 현상이 일어나면서 건물이 많은 대도시가 더 더워지는 그런 기상이 만들어지는 거다. 가장 늦은 열대야가 100여년만이라는데 사실 장수하는 어르신도 살다 살다 이런 여름은 처음이라고 말씀하실 수 있다. 자기가 겪어본 9월 날씨 중 처음일 것이다. 되게 심각한 문제다. 지금 어떤 표현까지 쓰고 있냐면 이제는 지구 온난화를 넘어 지구가 ‘열’ 자체다. 그러니까 끓고 있다는 표현도 쓰고 있다. (온난화의 溫이 따듯할 溫이라서) 그거보다 좀 더 센 표현을 쓰고 있다. (by 박성준 센터장)

 

기상청에서는 이미 언론들에 보도자료를 배포해서 가을 폭염의 과학적인 원인을 내놨다. 그러니까 티베트 고기압이 9월쯤 되면 한반도 상공에서 물러나고 북쪽에 있는 차가운 바람이 내려와야 되는데 그러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티베트 고기압이 자리를 내주지 않고 머물러 있는 게 핵심이다.

 

사람들은 갈수록 인내심이 없어지니까 에어컨을 풀로 튼다. 자동차든 실내든 지하철이든. 그러면 이제 계속 실외기로 더운 바람을 밖으로 뿜어내는데 도시일수록 밖이 더 덥다. 말씀해주신대로 열이 흘러가지 않고 갇히는 것도 있지만 도시에선 열 자체를 많이 내니까 훨씬 덥다. 그렇게 더 더워지고 그 더위를 느낀 사람이 집에서 더 틀고. 그러면 더 더워지고. 옛날에 내 기억에는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집에 에어컨이 없었다. 그래서 더위를 좀 참았다. 더운데도 선풍기로 버티고 샤워도 하고 또 너무 더울 때 은행에도 가고 막 이랬는데. 이제는 에어컨이 없으면 참을 수가 없다. 5분도 못 참고 막 숨이 턱턱 막혀서 바로 틀게 된다. 유튜브 보면 1994년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도 역대급 더위였다. 근데 선풍기로 버텼다. 지금 한국인들은 못 참는다. 못 참는데 기술은 발달돼 있고 문명의 이기를 충분히 누리는 대한민국 같은 경우에는 에너지를 더 많이 써서 폭염을 탈피할 수 있는 조건이 돼 있다. (by 박효영 기자)

 

박 센터장도 맞장구치며 짚어준 포인트가 바로 “에너지를 더 많이 써서 더위를 날리고 있다”는 지점이다.

 

주거의 형태가 이제는 개방형 주거가 거의 없다. 다 그냥 밀폐형 공간이다 보니까 온도를 높이고 낮추는데 있어서 에너지를 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창문을 열어도 밖에 보이는 게 죄다 건물이다 보니까 바람이 안 들어온다. 도시에 수많은 아파트와 원룸형 건물들에 살고 있으니 집 안에서 바람이 통할 수 있는 구석이 없다. 그래서 당연히 그 공간 온도를 낮추는 방법이 에너지를 쓰는 것밖에 없는 것이다. (by 박성준 센터장)

 

박 센터장은 한 마디로 “샤워하고 나와서 옷 입는 동안 덥다”고 표현했다. 7월이나 8월이면 받아들이겠는데 9월 중후순인데도 상황이 이러면 불쾌지수가 더 올라간다.

 

샤워를 분명히 하고 나왔는데 옷 입는 동안 또 더울 수밖에 없는 게 실내에서 실내로 이동을 해야 하니까 그 안에서 온도를 뺏어갈 수 있는 게 없다. (by 박성준 센터장)

 

재차 강조하지만 박 센터장은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바람이 통하는 게 없다 보니까 바람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에어컨 밖에 없다”는 점을 환기했다. 아무리 봐도 “이게 가장 큰 문제”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있는데 그야말로 ‘도시화의 역설’이다.

 

어린 아들이 있다 보니까 어린이집 등하원을 시켜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자동차를 타는데 어제도 차 타러 나가는 30초인가? 1분인가? 그 시간에도 열을 받아서 차에 타면 덥다. 그래서 바로 에어컨을 풀로 튼다. 그 다음에 집 화장실에서 대변을 눌 때 좀 오래 있는데 화장실엔 에어컨이 안 된다. 그래서 문 닫고 5~10분 있는데 그때도 덥다. (by 박효영 기자)

 

결국 가을 폭염도 기후위기 문제와 직결된다. 탄소를 덜 배출해야 하고, 경제성장에 절대 가치를 두는 가치관을 전환해야 한다. 박 센터장은 “(한국 포함 여러 선진국에서 시민들이) 지구가 하나라는 생각을 아직 못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는 아직도 성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라들이 실제로 많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씀드리면 지금 상태에서 만족하고 이 상태에서 우리가 지구를 지키는 형태로 가야 된다. 전환해야 된다라는 것에 동의하는 나라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 (by 박성준 센터장)

 

윤석열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도 RE100에 대해서 별 의지가 없고 원자력 에너지라는 것에 굉장히 많은 의지를 갖고 있고. 그러니까 재생 에너지를 쓰는 것 혹은 화석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어떤 것들, 미래 지향적인 이야기들을 하는 것보다, 지금 현재 대한민국이 어떤 위치에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보다 이전에 우리가 성장해왔던 방식대로 성장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도처에 많다. 익숙한 방법대로 계속 가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성장할 수 있는 거의 최고점에 와있다. (by 박성준 센터장)

 

대한민국 5대 산업(조선/자동차/석유화학/철강/반도체)이란 것도 결국 물건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이고 지구를 파헤치는 것들이다.

 

그러니까 선진국으로 불리는 많은 나라들이 지금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을 안 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많이 썼던 것들을 어떻게 전환해서 비슷한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라는 걸 고민해야 된다. ‘탄소배출 총량제’ 같은 걸 반드시 해야 한다. 환경 문제는 나중 문제고 여전히 경제성장을 해야 한다고 여기는 게 문제다. (by 박성준 센터장)

 

과거 녹색당 지도부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단순히 정치권과 기업의 변화만으로는 어렵단 생각이 들었다. 탄소 배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두 주체가 정부와 기업이 맞지만 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대다수 국민이다. 국민 개개인이 기후위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게 되면 좋은 기후 정책을 내는 정치인들에게 좀 더 많은 표를 줄 수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비해야 되는데 그러면 결과적으로는 그런 생각을 가진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다른 사회 문제들은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또는 어떤 딥페이크 사태가 터졌다. 그러면 이제 뭔가 대책들이 실질적으로 나오고 그거를 인식하는 분들도 이거 심각하구나라고 공통된 그런 마음이 있는데. 기후위기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좀 약간 피부에서 멀게 느껴진다. 솔직히 말해서 일단 당장 내 월급 문제부터 시작해서 내 삶과 직결되는 문제이거나 내 관심사와 일치하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근데 문제는 뭐냐면 기후 활동가들이 우리 국민들이 단순히 텀블러 쓰는 문제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고 말을 하는데 나는 그게 참 답답한 게. 기업과 정부가 바뀌어야 하지만 기후위기 관련해서 대책이나 대안을 낼 수 있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기 위해서라도 개개인의 캠페인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by 박효영 기자)

 

그래서 배우 박진희씨나 김석훈씨 디카프리오와 같은 유명인의 캠페인이 의미가 있다. 수많은 개인들에게 인식의 전환을 위한 전파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쓰레기 줍는 쓰레기 아저씨 배우 김석훈씨나 박진희씨 같은 분들이 녹색당에 입당을 했으면 좋겠고 그런 뉴스가 센세이셔널하게 알려졌으면 좋겠다. 입당의 이유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미래 세대의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선언했으면 좋겠다. (by 박효영 기자)

 

박 센터장은 비단 환경 문제를 넘어 자기 가치와 관심사에 맞는 정당에 적극적으로 가입해서 활동하는 정치적 권리 차원으로 논의를 확장시켰다.

 

환경에 관심 있는 분들은 녹색당 입당하셔서 정치가 특정한 사람들만 하는 것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특정한 소수 사람들이 환경에 관심 없으면 환경 얘기가 안 나온다.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by 박성준 센터장)

 

마칠 때다. 박 센터장은 전화 인터뷰 말미에 결국 모두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후위기는 종교적인 문제가 아니고 지구 종말하고 바로 연결된다. 그래서 기후위기는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대부분의 성인들이 아마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나 죽을 때까지만 지구가 괜찮으면 되는 거야.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나 죽을 때까지만 괜찮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는 얘기인데. 당장 내 옆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버리고 지금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 (by 박성준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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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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