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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관장? “국민의힘 보수우파는 괜찮지만 김형석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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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42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더불어 박성준 센터장은 2024년 7월11일부터 평범한미디어 공식 멤버로 합류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농담으로 이야기하면 윤석열 정부의 인사 정책 흐름으로 봤을 때 정말 조두순을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임명할 것만 같다. 이완용 후손을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관장으로 앉힐 수도 있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14일 16시반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니 무슨 우리가 이진숙 방통위원장을 다뤘는데 그 이후에 3명의 인사가 나왔다”며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그 다음에 지금 우리가 다뤄야 하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 이 3명을 놓고 보니까 이진숙씨가 그나마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방송통신 관리의 적임자라는 취지가 절대 아니다. 언론계의 빌런으로 불리는 이 위원장은 그나마 정권의 이익과 직결되는 방송 장악이라는 측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정무적 선택으로 이해가 가는데 나머지 3인은 그런 관점에서도 도움이 될 게 없다.

 

(방송 장악이라는 정권의 이익으로 이 위원장을 임명한 건 알겠는데) 근데 김문수씨는 노동부로 간다고 하는데 노동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것 같고, 오늘 우리가 다룰 김형석씨 같은 경우는 더 얘기할 필요가 없는 누가 봐도 뉴라이트적인 성향의 사람이다. 그 사람이 그 자리가 맞나 싶고.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도 주요 인권 사안마다 반대 견해를 피력한 인물이기 때문에 그분이 왜 거기에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현재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에 대한 부분은 민주당만 반발하는 게 아니라 독립운동 단체들이 대부분 반대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그들이 심각하게 화를 안 내는 게 오히려 이상한 상태”라며 “김형석 독립기념관장님께서 1919년 상해 임시정부의 역할이나 김구 주석에 대한 평가를 박하게 했는데 김 관장의 주장을 따라가자면 1948년이 건국이고 그때부터가 대한민국의 역사인 것”이라고 역설했다.

 

대한제국 이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상해가 주 거점이었고 그 시기 독립운동의 자료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는, 우리가 일제 강점기라고 부르는 그 기간 그리고 상해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독립운동에 대한 사료들이 있는 공간이 독립기념관인데. 그 시기를 부정하는 사람을 독립기념관장으로 앉힌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되는 건지?

 

아무리 봐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뉴라이트 역사관은 기본적으로 1919년 3.1 운동 이후 전개된 국내외 독립운동의 역사를 폄훼하는 것이고 그런 만큼 일제가 조선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신봉하고 있다. 해방 이후에는 친일파가 득세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이승만 정부를 강력히 옹호하는 쪽으로 귀결된다. 그런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봤을 땐 독립기념관의 존재 자체가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박 센터장은 “그런 인물을 다른 데도 아니고 일제 강점기부터 광복 이전까지의 활동이 주로 전시되어 있고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르는 곳에 임명한다? 그것도 국민 성금으로 조성된 독립기념관의 관장 자리에 그런 인물을?”이라고 재차 강한 의문을 표했다.

 

이게 도대체 취지를 알고 하는 인사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에 대한 이해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인사에 대해서 반발을 하는 건 당연하고 임명권자인 윤 대통령조차도 거기에 대한 반감이 일어날 거를 너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모를 수가 없다.

 

그래서 일부러 고의를 갖고 그런 인사를 밀어붙이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아까 저희가 얘기했던 그 포인트가 그나마 이진숙은 이해가 된다라고 얘기하는 게 그런 포인트다. 김형석 관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그 사람 블로그도 들어가 보고 했는데 이런 사람을 보훈처에서 관장 후보로 올렸다는 걸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이해를 하려고 해도 도대체 무슨 기준인지를 모르겠다. 백번 양보해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그냥 자리 하나 비었고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을 앉혔구나라고 밖에는 이해를 못 하겠다.

 

윤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독립운동가 후손 100여명을 모시고 급하게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그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에 대한 예우를 강조했는데 중요한 건 이상한 인물을 정부 산하 역사 기관의 수장으로 앉히지 않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사실 광복절 행사의 주 포인트는 광복회장이 기미 독립선언서를 낭독한다거나 어떤 그런 기념식의 주인으로서 독립에 기여했던 분들이 우리 조상들의 업적을 기리고 나아가서 대한민국의 번영을 바라는 그런 형식이었기 때문에 이 행사 자체가 주빈이 광복회”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행사도 독립기념관에서 치렀던 것이다. 역사적인 장소가 갖는 상징성 때문에. 지금 행사의 주빈을 빼고 행사를 하겠다고 하니 이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뭐 어제만 해도 이종찬 광복회장께서 MBC 뉴스에 나오셔갖고 핏대를 세우던데 그분이 그렇게 반응하는 이유가 너무 이해된다.

 

물론 이런 지점이 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전략 중 대일 관계 개선이 있다는 점을 누구나 알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처럼 반일 선동에 앞장서기 보단 대일 관계를 개선해서 정치경제적 실익을 챙기는 것이 훨씬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역사기관장을 친일 인사로 앉히는 것은 대일관계 개선과 하등 상관이 없는 일이다. 이를테면 동북아역사재단 박지향 교수(서울대 서양사학과), 국사편찬위원회 허동현 교수(경희대 후마니스타칼리지), 한국학중앙연구원 김낙년 교수(동국대 경제학과) 등 정부 산하 국내 3대 역사기관의 기관장에도 사실상 우익 뉴라이트 인사를 앉힐 필요가 있었을까? 중도적 역사관을 가진 인물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일까?이런 청개구리 인사는 오히려 대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국회의 협조를 받아야 하는 윤석열 정부의 처지를 곤란하게 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모든 것을 맘에 들어 하지 않지만, 이번 사태는 독립운동 단체들 외에도 국민 여론적으로도 민주당이 힘을 받아 몰아붙일 수 있는 사안이다. 박 센터장은 “이뭐가 문제냐면 지금 내세우는 게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 정부가 스스로 과거를 묻지 말고 가자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에서 먼저 면죄부를 주려고 막 노력을 하고 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되는지 나는 모르겠다.

 

일본 기시다 총리가 한국에 방문하고 경제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나아가 경색된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분명 윤석열 정부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그 댓가로 한국 정부에 역사기관장 인사 문제에 왈가왈부 요구를 했을 리도 없고 어이 없는 요구를 했더라도 들어줄 필요가 없는 일이다. 그런데 왜 윤 대통령은 이런 인사를 밀어붙여서 긁어부스럼을 만드는 걸까? 박 센터장은 “국내 여론과 야당과 언론 그리고 시민사회 등에 대해서 전혀 신경을 안 쓴다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혹시 윤석열 정부를 둘러싸고 있는 이명박계 인물들이 그런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걸까? 박 센터장은 “이명박 정부를 좋아하셨던 분들한테 이런 말씀을 한 번 드려봤는데 그분들 말씀은 이명박도 8.15가 가까워지자 독도 가서 독도는 우리 땅을 외쳤다”는 점을 환기했다.

 

근데 지금 다른 날도 아니고 광복절이 가까워지는 시점에 독립기념관장을 뉴라이트 인사로 앉힌다니. 그냥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걸로만 받아들여진다. 그러다보니 진보당처럼 강경 NL 세력들이 기시다를 용산에다 갖다 앉힌 거랑 뭐가 다르냐는 레토릭이 나오는 것이다. 아무리 봐도 그냥 몽니 부리는 것 같다. 니들이 그렇게 생각해? 그래 그럼 내가 진짜 그렇게 한번 해줄게! 뭐 이런 느낌이다. 윤 대통령이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하는 건 좋은데 적을 자꾸 만들려고 그러면 그것도 내부에 우리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행동을 계속하면 말로가 좋지 않을 것이다.

 

핵심은 이런 거다. 보수우파 또는 국민의힘 소속 인사를 독립기념관장으로 지명해도 괜찮다. 예컨대 윤봉길 의사의 손녀 윤주경 전 의원이 2004년에는 민주당계 정당에 참여했다가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캠프로 들어가서 그 인연으로 독립기념관장이 된 적이 있다. 다만 독립운동의 역사를 부정하는 뉴라이트 사관을 가진 인물은 용납되기 어렵다. 박 센터장은 “윤주경 전 의원도 국민의힘 소속으로 국회의원까지 지냈는데 어쨌든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서 뉴라이트 역사관을 갖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본 틀이 그래야 하는데 지금 이거는 좀 심하게 얘기하면 독립기념관의 설립 취지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인사다. 그러니까 국민의힘도 독립운동 부분에 대해서는 공통 분모가 있을 수 있다. 국민의힘보다 더 오른쪽에 있는 자유통일당이나 우리공화당이어도 상관 없다. 적어도 독립운동의 역사를 부정하거나 폄훼하는 사람만 아니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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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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