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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오> 유치하지만 “극장에서 깔깔 웃으며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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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정말 깔깔 웃었다. <공동경비구역 JSA>와 <웰컴투 동막골> 등에서 숱하게 다뤄온 남북한 사람들의 우정 스토리는 1도 신선하지 않았고 뻔했고 유치했다. 그러나 재밌다. 전형적인 코미디 영화의 문법이 그대로 재현됐지만 크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유쾌한 영화다. 메시지에 집착하거나, 과도한 신파나 서사 부여가 없고 오직 웃음에만 초점을 맞춘 코미디 영화로서 별 5개 중 4개를 주고 싶다. <헌트>가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극장가의 다크호스가 맞다.

 

 

27일 23시반 평범한미디어 사무실(광주광역시 북구) 코앞에 있는 메가박스로 가서 심야로 <육사오>를 봤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배경만 군대일 뿐 <디피>나 <신병>처럼 군대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어가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영화 초반부터 급속히 전개되는데 제대가 석 달 남은 박천우 병장(고경표 배우)이 우연히 1등 당첨된 로또 용지를 주워서 챙겼는데 이내 잃어버린다. 바람을 타고 날라간 로또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리용호 하사(이이경 배우)의 품에 안긴다. 한국에서 발행되는 복권인 만큼 북한 군인은 당첨금을 수령할 수가 없다. 그래서 리 하사는 군사분계선 인근으로 가서 한국 군인을 만나 담판을 지으려고 하고, 박 병장 역시 눈 앞에서 57억원을 날리게 생겼으니 어떻게든 찾아보기 위해 야간 수색에 나선다. 두 사람은 마주하지만 분배 비율을 놓고 협상이 잘 될 리가 없다.

 

 

이 과정에서 박 병장과 리 하사는 각각의 군 간부에게 이 사실을 실토하고, 로또의 존재를 알게 되는 인원이 묘하게 3대 3으로 맞춰졌다. 사실 로또의 존재를 알게 되는 사람들 즉, N분의 1이 계속 커지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식으로 전개될 것 같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3대 3으로 고정된 멤버들이 서로 비밀 아지트에서 만나 남북 고위급 회담을 치르듯 협상을 이어가지만 서로를 어떻게 믿을 수가 있겠는가. 당첨금에 대한 분배 비율을 놓고 옥신각신하다가 보급관(류승수 배우)의 중재로 평화롭게 5대 5로 나누기로 합의를 하게 된다. 문제는 북측 입장에서 남측이 로또만 가져가서 당첨금을 꿀꺽하게 될 것이라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인데, 보급관은 담보를 두는 차원에서 포로 교환처럼 상호 멤버 맞교환을 하자고 제안한다. 제안을 받아들인 양측은 한 배를 탔다.

 

그래서 박 병장은 북으로, 리 하사는 남으로 향한다. 러닝타임 113분 중 대략 30분까지의 스토리다. 여기까지는 도입부이고 하이라이트는 이제부터다. 리 하사와 박 병장이 각각 남북에서 맞이하게 될 에피소드가 메인 축이고, 당첨금을 수령해서 무사히 복귀해야 하는 김만철 상병(곽동연 배우)의 에피소드가 서브 축이다. 분명 둘 다 무지하게 꿀잼이다. 멤버 맞교환까지는 대다수 영화 유튜버들의 리뷰에서 허용된 부분이다. 스포가 아니다.

 

 

솔직히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다. 이를테면 △판타지에 가까운 비현실성 △이질적인 곳에서 친해지며 정을 쌓는 이야기 △슬쩍 껴있는 멜로 △위기와 긴장 고조 △갑자기 출현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등장인물들의 개연성 없는 급 체념과 해피엔딩 등등. 이런 것들만 보더라도 분명 평론가들은 클리셰 덩어리라고 비판할 것 같다.

 

하지만 그냥 재밌다. 즐겁고 웃기고 유쾌하다. 그래서 추천하고 싶다. 영화적 메시지나 의미 부여 같은 것에 큰 가치를 두고 있는 관객이 아니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킬링타임용으로 제격이다.

 

육사오는 말 그대로 로또라는 영어 단어를 쓰지 않는 북한군이 6/45를 그대로 발음한 것인데 이미 언론에서는 문턱이 높은 극장가의 다크호스로 평가 받고 있다. 200억이 넘어가는 국내 텐트폴 대작들이 즐비한 요즘 상대적 저예산(50억)으로 제작된 만큼 <육사오>는 165만명만 넘으면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 아마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않을까? 깊고 진한 작품성 영화 말고, 심플한 오락 영화를 즐겨보고 싶다면 지금 당장 극장으로 가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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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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